미·중 무역분쟁 재점화·잭슨홀 실망감…보수적 대응 필요
글로벌 금융시장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보복 관세를 주고받으며 무역분쟁이 재점화한데 이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잭슨홀 컨퍼런스에서 향후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뚜렷한 단서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위험자산 회피 분위기가 고조됐다.
지난 금요일 미국 증시는 폭락했다. 이날 다우 존스는 700포인트 넘게 하락하며, 623포인트(2.4%) 내린 2만5,628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기간 S&P 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2.6%, 3% 떨어졌다.
8월 22~24일 진행된 잭슨홀 컨퍼런스에서 파월의장은 추가 금리인하와 관련해 모호한 시그널을 제공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기업 투자 및 제조업 경기가 약화되고 있지만, 고용시장 호조와 임금 증가 등에 힘입어 전반적인 소비는 견조하다“고 밝혔다. 이어 ”7월 말 FOMC 이후 악화된 글로벌 성장 전망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에서 기대했던 9월 금리인하 여부 및 인하 속도에 대한 시그널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월 FOMC 이후 7차례에 걸쳐 연준의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발언 직후에도 미국의 적이 연준일 수 있다고 비판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관세를 부과하며 난타전 양상을 보였다. 지난 23일 중국은 농산물, 원유 등 미국산 제품 750억달러 규모 5,000여개 품목에 대해, 9월 1일과 12월 15일에 걸쳐 5~10% 추가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장중 트럼프도 중국의 추가 관세 부과를 강력히 비난한 가운데, 장 마감 직후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9월 1일 부과 예정이었던 농산물, 의류, 키친웨어, 스포츠웨어 등 1,200억달러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15%로 인상, 12월 15일 부과 예정이었던 휴대폰, 노트북, 완구류 등 1,800억달러 제품에 대한 관세율도 10%에서 15%로 인상했다. 기존에 25%로 부과했던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 관세율도 10월 1일부로 30%로 인상했으며, 미국 기업들에게 중국을 대처할 수 있는 국가들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양국의 맞불 관세 부과 및 인상 조치로 9월 중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에서 합의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무역분쟁 장기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라는 점이 시장 심리를 크게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18.3%로 우호적인 국가들의 평균관세율(약 3% 수준)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중국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도 20.7%로 여타 국가들에 대한 평균관세율(약 6.7%수준)를 크게 상회하는 등 관세 전쟁 심화 시 양국 간 교역이 강제적으로 중단될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한 연구원은 “관세율 25%는 그동안 심리적인 임계선 역할을 했으나, 미국이 25%에서 30%로 인상함에 따라 관세율 상단이 열려버린 상황”이라며 “트럼프가 대선전 공약으로 제시했던 ‘중국산 제품 45%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선진국 국채시장에서 마이너스금리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추해볼 수 있듯이, 현재 글로벌 경제는 침체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증시는 선진국 증시 급락 여파로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며, 9월 1일 미국 ISM 제조업 PMI 결과발표를 포함해 9월 중 미중 무역협상때까지는 섣부른 예측성 매매는 지양하고, 보수적인 대응강도를 높여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인한 글로벌 경기불확실성 확대, 잭슨홀 미팅 이후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 약화는 향후 장단기 금리역전 폭 확대로 이어져 R의 공포를 자극할 것“이라며 ”글로벌 위험자산 비중 축소, 안전자산 비중 확대 전략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양국의 극단적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주에 예정된 양국의 고위급 전화 회담 여부와 9월 FOMC를 앞두고 통화정책 기대감도 살아있다는 설명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우려는 당분간 더 높아질 수 있지만, 극단적인 갈등 고조 가능성은 낮다“면서 ”이번 주에 예정된 양국 고위급 전화 회담 여부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최근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무역분쟁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정책에 여력이 있다고 밝혔고, 불라드 총재는 과감한 통화정책 필요성을 주장했다“면서 ”9월 FOMC를 앞두고 통화정책 기대도 살아 있다“고 판단했다.
/배요한기자 b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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