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美 통화감독청 스테이블코인, 규제 리스크 관건…디지털화폐 상생 가능할까
[앵커]
미국 은행이 앞으로는 송금, 결제 업무 등에서 디지털 달러로 불리는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이 미국의 금융 제도권에 편입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블록체인 산업에만 한정됐던 가상자산이 금융권으로까지 영향력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결정이 우리 금융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금융부 정순영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십니까.
[앵커]
미국 통화감독청이 스테이블 코인의 결제수단 활용을 무척 빠르게 밀어붙이고 있어요. 금융시장에 격변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 먼저 어떤 내용인지 간단히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기자]
미국 통화감독청(OCC)이 미국 현지 시중 은행이 스테이블코인과 퍼블릭체인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어제 발표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를 말하는데요. 코인 하나당 1달러의 가치를 지니고, 가격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은 스테이블코인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해석 문건에 따르면, “미국 현지 은행과 연방 저축 은행들이 암호화폐 네트워크 노드를 운영할 수 있고, 합법적인 결제에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은행이 앞으로는 법 테두리 안에서 거래 검증, 저장, 기록, 결제까지 퍼블릭체인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 "고객의 결제 편리성을 확보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화폐로 교환하는 등의 독립적 검증 노드를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져 있는데요. 미 달러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해, 블록체인을 통해 이체하면, 수취인은 받은 스테이블코인을 다시 미 달러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미국의 경우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게 실시간 결제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아 기술 개발을 민간에 의존하고 있었는데요. 이 실시간 결제 시스템의 대안으로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을 허용해 저렴하고 빠른 결제 시스템을 마련하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가상자산 업계에도 이번 결정이 큰 호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블록체인 기술도 급격히 발전할 것이란 예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스테이블 코인을 결제에 활용하면 거래 검증에 필요한 노드 수가 많기 때문에 다른 결제 네트워크보다 복원력이 크고 정보 조작이 제한되게 됩니다. 특히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토콜 경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모든 거래장부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이 수반돼야 하는데요. 스테이블코인의 거래 결제를 허용했다는 것은 앞으로 결제시스템의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어서 우리나라도 서둘러 이에 대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업계도 퍼블릭 블록체인이 SWIFT나 ACH 같은 송금망과 동일하게 쓰일 수 있게 됐다며 탈중앙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미국 결제 시스템뿐 아니라 세계 경제를 위한 인프라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미국 외에도 다른 국가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도입한 사례가 있다고요. 도입 성과는 좀 어땠나요.
[기자]
지난달 독일 대형 은행 방크하우스 폰 데어 하이트(BVDH)가 블록체인 플랫폼 ‘스텔라’를 기반으로 유로화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EURB’를 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EURB의 첫 번째 사용자는 가상자산 결제 업체 사토시페이였는데요. 발행 소식 발표 당시 독일 은행은 “스테이블코인들의 가장 큰 약점은 정식 은행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독일의 선도적 도입에 자신감을 내비쳤었는데요. 하지만 예측과는 달리 이번 발표로 미국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지원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의 지원을 받는 스테이블코인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독일 스테이블코인의 화력은 좀 둔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번 발표에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주목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우리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기자]
국내 블록체인 업계와 금융권은 이번 결정이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글로벌 이슈는 물론 국내 업계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은행이라는 금융 중심부가 퍼블릭 블록체인 상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하는 것을 인정해줬기 때문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독점적 위치가 상대적으로 많이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디지털화폐가 스테이블 코인의 거리감을 줄여주고 스테이블 코인 결제 플랫폼이 디지털화폐 시장을 가속화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디지털화폐는 중국이 먼저 선도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데요. 모바일과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화폐로 결제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번 미국이 허용한 스테이블 결제 시스템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중국은 외국화폐 유입과 달러전쟁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디지털화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는데요. 미국의 경우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디지털화폐 개발에 섣불리 뛰어들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아직 섣불리 단정 짓기는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중국이 주도하는 디지털화폐의 대안으로 미국이 주도할 스테이블 코인이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은행권에서는 민감한 이슈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번 소식에 은행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요즘 디지털자산 시장에 기관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은행권은 이번 소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금법과 자금세탁방지법 등 모두 미국에서 시작된 이슈이다 보니 이번 스테이블코인 결제 이슈 역시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기준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이번 발표로 은행들이 준비하고 있는 디지털자산 서비스를 더 공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은행이 규제 준수와 자금세탁방지체계를 얼마나 잘 갖추는지에 따라 스테이블코인 결제 활성화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앵커]
자금세탁방지법으로 우리나라 은행도 천문학적인 벌금 폭탄을 맞은 적이 있었는데요. 활용성은 높겠지만 미국의 엄격한 제도권 안에서의 규제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통화감독청의 해석서를 읽어보면 노드가 될 은행은 1970년에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은행비밀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노드 안에서 유통될 스테이블코인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탈중앙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미국 법률을 지키지 않는 스테이블코인은 취급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뉴욕검찰청은 2019년 미국 달러와 연동되는 암호화폐 USDT의 운영사 테더를 8억5,000만 달러 자금 손실 은폐 혐의로 기소한 바 있습니다. USDT 리스크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 시장에 엄청난 악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은 미국 제도권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감시와 제어권을 발휘하고자 통화의 일부로 편입시킨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커지고 있는 디지털자산 시장을 인정하고 어느 정도의 통제권을 가져가겠다는 해석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미국 통화감독청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말에 갑작스럽게 임명한 인물이죠. 이번 결정도 퇴임을 앞두고 너무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배경이 뭘까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 전 브라이언 브룩스를 5년 임기의 통화감독청장에 두 번째로 임명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임기를 시작하는 20일 이전에 브라이언 브룩스에 대한 인준 투표가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긴 합니다. 이번 법령 해석 의견서가 발행된 4일은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국(핀센, FinCEN)이 개인지갑 트래블룰 규제에 대한 의견과 피드백을 받기로 한 마지막 날이기도 한데요. 보통 의견수렴 절차가 30일은 걸리는데 15일만에 여론 수렴 절차를 마친 것을 두고 재무부가 규칙 개정을 너무 급히 진행하고 있다는 분위기입니다. 앞서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는 바이든 당선인에게 통화감독청이 마련한 모든 암호화폐 지침을 철회하거나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감독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는데요. 금융위의 민주당 의원들도 통화감독청의 암호화폐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이 금융위의 요청을 이행해 정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미국이 뒤처져있던 디지털화폐 개혁의 대안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내세워 금융시장을 재편한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하는데요.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세계의 흐름만 지켜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다지털 금융의 흐름을 선도할 정책들을 발빠르게 펼쳐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금융부 정순영 기자였습니다./binia9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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