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상식] "수시로 나타나는 어지럼증, 뇌는 죄가 없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어지럽다' 라는 느낌이 드는 날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지리라 생각하고 일상을 이어가지만 곧 땅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 가라앉지 않는다. 이러한 어지럼증은 일생에서 누구나 한 번 이상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갑작스레 어지럼증을 느낄 때 잠시 휴식을 취하며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어지럼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지속될 경우 일시적 현상이 아닌 기질적 원인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단순한 신경계통 이상 증세뿐 아니라 뇌졸중 등 치명적인 질환의 전조 증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지럼증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많은 사람들이 뇌혈관의 이상 여부를 의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가벼운 어지럼증이 자주 반복되어 나타난다면 뇌가 아닌 귀를 먼저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요인은 평형기능장애, 빈혈, 뇌졸중, 심혈관계 질환, 내분비 질환, 심인성 원인, 약물 부작용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이 가운데 평형기능 문제로 어지럼증을 겪는 환자 사례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평형기능 이란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움직일 때 신체 균형을 유지하며 흔들리지 않고 똑바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며, 귀와 시각계통, 고유 감각 신경계통 등을 통해 뇌에서 조절된다.

만약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럼증이 자주 나타난다면 이석증을 의심해볼 수 있는데 평형 기관의 하나인 반고리관 내의 이석이 이탈하여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즉, 이석이 반고리관 방향으로 머리가 움직일 때 함께 이동하며 반고리관을 자극,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것이 주요 기전이다.

이석증의 어지럼증 특징은 머리가 움직일 때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지럼증은 약 1~2분 정도 지속되는데 반대로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고정시킬 경우 빠르게 완화된다. 증상이 심하면 메스꺼운 느낌이 동반되고 나아가 구토 증세까지 일으킨다.

이석증을 일으키는 이석 이탈 원인에 대해 학계 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외부 충격, 바이러스 감염, 약물 부작용, 메니에르병, 귀 수술 이력 등이 주된 리스크로 꼽힌다. 따라서 진단을 할 때 이러한 요소들을 체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이석이 반고리관을 자극할 때 반사적으로 안구가 움직이는 안진이 관찰되는데 전정기능검사를 통해 이를 확인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러한 과정을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단이 불분명하면 신경 기능 및 균형 확립 기능의 이상 유무를 파악해 이석증 발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청력검사, 평형기능검사,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의 병행도 고려한다. 특히 후반고리관, 수평반고리관, 상반고리관, 다발 부위 등 발생 부위에 따라 이석증 종류가 세분화되기 때문에 이를 규명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이석증의 치료가 불가능 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고리관에 자리한 이석을 정상 위치로 되돌리는 과정만 적용하면 빠르게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간혹 집에서 동영상을 통해 잘못된 치료를 스스로 시도하다 이석이 잘못된 곳에 자리잡아 고전하는 경우도 있다. 적절한 때에 병원을 찾아 물리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또한 증상의 일시적 호전을 위해 약물치료를 함께 시행하기도 한다. 만약 호전이 뚜렷하지 않다면 장기적인 전정재활치료를 도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치료 과정 중 환자의 치료 협조 여부다. 특히 치료 목적 외에 머리를 임의로 흔드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또 장기적인 치료 과정을 밟아야 하는 고령층이라면 지팡이를 활용해 추가적인 낙상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다. /박진관 기자 nomadp@sedaily.com

도움말: 이현수 원장(참좋은이비인후과 이비인후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