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뒤면 700조 유통시장 ‘빅뱅’…이마‧롯‧‘쿠’ 무한경쟁 시대 개막
[서울경제TV=서지은기자] 지난해 최대 매출과 2분기 연속 흑자 달성을 기록한 쿠팡이 올해는 ‘전통 유통강자’인 이마트·신세계, 롯데와 본격 경쟁에 돌입한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 런칭 이후 온라인 시장에서 전통 오프라인 유통기업처럼 물건을 직접 사들이고 파는 직매입 모델을 온라인 커머스에 도입해 성장했다. 올해부터는 단순한 ‘이커머스 기업’을 넘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전체 유통시장에서 경쟁하며 매출 기준 유통 ‘TOP3’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 ‘이마롯쿠’ 전체 유통시장 점유율 10%대 불과…‘총성없는 전쟁’ 시작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 시장은 4,660억달러(약 602조원)이다. 유로모니터는 향후 한국 유통 시장이 연 4% 성장해 오는 2026년엔 5,470억달러(약 71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주요 유통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마트·신세계 유통그룹, 롯데쇼핑을 포함한 3개 유통 그룹이 매출 기준 유통시장 ‘톱3’를 차지했다. 602조 유통시장에서 매출 기준 상위 3개사의 합산 전체 시장점유율 비중을 보면 1위 이마트(5.1%)에 이어 쿠팡(4.4%), 롯데(2.5%) 순으로, 3개사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쿠팡이 2014년 로켓배송 출범 이후 국민이 애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지만, 전체 60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유통시장에선 출발대에 섰다”며 “국내 유통환경 특성상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오프라인 유통파워가 견고한데다 이마트, 롯데 등이 대대적으로 자동화 물류, 멤버십 투자에 나서는 만큼 이들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3사 가운데 쿠팡은 지난해 전년 보다 26% 늘어난 26조5,917억원(영업적자 1,44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적자는 1,447억원(1억1201만달러)으로 전년(1조7,079억원)에 비해 92% 줄였다. ‘만년 적자’ 기업에서 1년 만에 ‘연간 흑자’ 기대감을 높이는 유통 기업으로 변신한 것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강자들도 리오프닝(reopening)을 맞아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한 상황이다.
이마트·신세계 실적 발표에 따르면, 마트·백화점·편의점·이커머스 등 9개 유통 사업 부문(스타벅스·프라퍼티 등 해외 및 비유통사업 자회사 5곳 제외) 분야의 합산 매출은 30조4,602억원, 영업이익은 6,17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이마트(할인점)는 매출 12조4,153억원(전년 대비 4.8% 성장)을 내며 성장세를 유지했고, 편의점(이마트24)도 전년 대비 10.4% 오른 매출 2조1,181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흑자(68억원)를 달성했다.
마트·백화점·편의점 등 6개 유통 사업부문을 거느린 롯데쇼핑은 영화관(컬처웍스)을 제외하면 전년(15조1,440억원)과 비슷한 15조원대 매출(15조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 늘어난 4,180억원이다.
여기에 이마트·신세계, 롯데가 정부 허가가 필요한 면세점 사업으로 연 수조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국내 유통 장악력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쿠팡 대구 풀필먼트 센터 내부 이미지. [사진=쿠팡]
◇풀필먼트 투자·빠른 배송에 올인한 ‘이마롯쿠’…2030년까지 안갯속 경쟁
유통시장 매출 기준 상위 3개 기업은 향후 7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유통시장에서 크게 3가지 전략으로 경쟁하고 있다. 자동화 기술 기반의 풀필먼트 투자(smart)와 배송 효율 증대(speed), 제품 확대와 고객 멤버십 강화(selection) 등 ‘3S’ 전략으로 압축할 수 있다.
쿠팡은 수익성을 개선하며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지만, 아직 연간으로는 적자 상태이다. 지난해 3,000~4,000억원대의 연간 흑자를 달성한 이마트·신세계, 롯데의 유통그룹과 비교하면 아직 쫓아가야 하는 형국이다.
또 쿠팡이 지난 2021년까지 매년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50~80%씩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엔데믹 효과로 성장 속도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실제 코로나19로 고성장했던 온라인 기업들의 매출세는 둔화 추세다.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온라인 매출 증가율은 2020년 18.4%에서 지난해 9.5%로 하락한 반면, 오프라인은 2020년 -3.6%에서 지난해 8.9%로 빠르게 회복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엔데믹 상황을 맞아 지금 유통 시장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새로운 유통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며 “쿠팡은 신세계, 롯데와의 경쟁뿐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C2C, D2C(소비자 직접 판매) 등 다양한 디지털 커머스와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에 쿠팡은 전국 ‘쿠세권’에 점진적으로 자동화 물류 인프라를 확대해 배송 효율을 확대하고 소비자 접점을 높이는 쿠세권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쿠팡은 무인운반로봇(AGV), 소팅봇(sorting bot) 등 1,000여대 이상의 로봇을 운영하는 대구 풀필먼트 센터를 공개했다.
이마트도 이미 전국 160여개 점포를 앞으로 자동화 풀필먼트 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마트는 오는 2025년까지 대형 PP(Picking·Packing) 센터를 70개 이상 만들 예정이다.
롯데는 영국 그로서리 플랫폼 기업 ‘오카도’와 협업해 새벽배송 시장에 총 1조원 투자했다. 오는 2025년 신선식품 자동화 물류센터를 시작으로 오는 2030년까지 6개 자동화 물류센터 구축 예정이다. 입출고부터 출고까지 자동화 물류 로봇을 도입해 물류센터에 적재 가능한 상품은 2배 늘리고, 고객은 1시간 단위로 원하는 식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들로 오는 2030년이 돼야 유통 기업 3사 가운데 누가 패권을 쥘지 윤곽이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쿠팡 대구 풀필먼트 센터 외관 이미지. [사진=쿠팡]
◇ 쿠팡 '유료 멤버십' 1,000만 회원 돌파…추격하는 신세계 통합 멤버십
유통기업 3사의 마지막 경쟁 포인트는 올해부터 다양한 부가혜택으로 고객을 서비스에 락인(lock-in)하는 '유료 멤버십'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쿠팡은 아직 '유료 멤버십' 경쟁에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 월 4,990원에 무제한 무료 로켓배송·로켓프레시(신선식품 새벽배송)와 쿠팡플레이 OTT 등 10가지가 넘는 혜택을 제공하는 와우 멤버십 회원 수가 지난해 말 기준 1,10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는 올해 이마트·신세계의 신규 멤버십이 멤버십 판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마트·신세계는 올해 자사 계열사 6곳(스타벅스·면세점·지마켓 등 6개 계열사) 혜택을 통합한 유료 멤버십을 오는 7월 출시 예정이다.
이마트는 이미 지난해 5월부터 SSG닷컴과 지마켓 등 2개사를 통합한 유료 멤버십 ‘스마일클럽’(현재 300만여명)을 운영 중인데, 여기에 올해 신세계그룹의 오프라인 플랫폼을 추가해 6개사가 참여해 각종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는 유료 멤버십을 출시한다는 것이다.
롯데도 4000만 회원 수를 보유한 ‘엘포인트 멤버스’와 롯데호텔 멤버십 ‘롯데호텔 리워즈’ 적립 및 사용 혜택 강화, 롯데홈쇼핑의 MZ세대 전용 유료 멤버십 ‘와이클럽’ 등을 통해 멤버십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다.
대형마트 영업 제한 완화 움직임도 ‘이마롯쿠’ 경쟁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정부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자정~오전10시) 제한을 풀 뜻을 밝혔는데, 이렇게 되면 점포에서 온라인 새벽배송이 본격화될 수 있다.
대형마트의 월 휴무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한 대구광역시를 시작으로 전국에 월 휴무일을 평일로 대체하는 흐름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대형마트의 이같은 공세에도 쿠팡 성장세가 여전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로켓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에도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보다 쿠팡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더욱 효율적인 상황”이라며 “올해에도 쿠팡의 실적 성장 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rit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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