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SG학회,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에 따른 ESG 가치 실천’ 논의
소비기한, 식품폐기물 감소 효과
식품 안전 유지, 교육, 홍보가 정착 관건
모든 소비자층 배려한 표기 방안 필요
[서울경제TV=김효진기자] 3일 한국ESG학회가 개최한 제 2회 WORLD ESG FORUM이 열린 제주 파르나스 호텔 소연회장에서는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에 따른 ESG 가치 실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 자리에는 임은경 식품안전정보원 원장, 손준혁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청) 식품표시광고정책과 주무관, 신윤용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김원용 식품안전정보원 법규제연구부 부장이 참여했다.
발제를 맡은 손준혁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표시광고정책과 주무관은 “그간 사용됐던 유통기한은 영업 중심의 제도였다면, 소비기한은 소비자 중심 제도다”라며 “유통기한을 식품 폐기일자로 오해하는 소비자 혼란을 줄이고 이로 인한 식품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소비기한이 도입됐다”고 소비기한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소비기한의 도입으로 인한 식품 폐기물 관련 편익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 편익은 연간 8,860억원, 10년간 사회적 할인율 고려 시 7조3,000억원이며, 산업체 편익은 연간 260억원, 10년간 사회적 할인율 고려 시 2,200억원 가량이다”라며,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는 연장된 기간이기 때문에 식품 폐기물 감소로 인한 탄소중립 실현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소비기한 도입 추진 경과에 대해 “286개의 식품 유형 중 200개 식품유형에 대해 매년 50개씩 4년간 연구 사업을 추진 중이며, 소비기한 표시제는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 중이지만, 우유류는 냉장유통환경 개선 등을 위해 8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2031년 1월 1일부터 적용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자원 낭비 방지와 업계 부담 완화를 위해 기존 기생산한 포장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올해 12월 31일까지 계도기간을 부여해 유통기한이 표시된 기존 포장지를 별도의 스티커 처리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소비자와 즉석판매·제조·가공업자에 소비기한을 널리 알리는 교육과 홍보를 해야 하는 것이 크나큰 과제로, 관련 누리집을 개설해 운영 중이며, 특히 식품산업협회에서 영업현장의 준비 과정에 도움을 주는 전문 상담센터를 운영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ESG와 관련해 손 주무관은 “표시에 관한 규정이 바뀔 때마다 포장지 낭비에 관한 우려가 많았고, 중요표시사항은 종이에 활자로 표기하되, 마이너한 것은 QR코드나 바코드를 통해 갈음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며,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신윤용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소비기한 도입으로 식품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좋지만, 그에 앞서 식품 소비에 관한 태도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명의 소비자로서 어떤 식품을 얼마나 소비할지 정하고, 적정하게 식품을 소비해서 건강하게 사용하는 태도 변화가 근본적으로 앞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약학대학에 몸담았던 신 명예교수는 “음식은 약보다 더 많이 섭취하고, 식품 속에 함유된 것이 내 몸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기 때문에, 계획된 소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오래 보관하는 게 좋다는 것은 잘못된 메시지이며, 식품 소비에 대한 나의 태도를 바꿔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먹는 등의 태도가 중요하다. 규모가 큰 단체 배식의 경우 전자태그를 이용한 음식 섭취량 측정 등을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또한 “QR코드 등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는 테크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에 대안에 대한 고민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원용 식품안전정보원 법규제연구부 부장은 소비기한의 도입 필요성과 효과를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김 부장은 “전 세계적으로 여러 표시제도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주요 OECD국가들은 이미 소비기한을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소비기한제도를 도입, 운영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 합류이자 경제성이나 무역 부분에도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소비기한이 잘 연착륙되기 위해서는 결국 냉장제품의 적절한 보관방법이 얼마나 잘 준수되고 제도화돼서 정착되는지에 달려있다”라며 대표적으로 우유류의 사례를 들었다. “보관에 가장 민감한 식품인 유제품이 콜드체인시스템에 아직 완벽히 적응하지 못해 유예기간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냉장 제품은 10℃ 보관을 규정으로 하고 있다. 샐러드류 같은 일부 제품만 5℃ 보관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현 냉장 제품 보관 기준을 소개했다. 김 부장은 “사실 콜드체인시스템에서 냉장 제품이 안전하게 보관되기 위해서는 10℃가 아닌 5℃로 기준이 수정돼야 한다”라며 “식약처가 이와 관련한 시범사업 중이고 소비자 단체와 마트 냉장 쇼케이스에 도어를 설치하는 ’생생락‘ 사업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냉장 온도 강화 관련 연구에서 쇼케이스에 도어를 설치하면 5℃의 적정 냉장 온도를 유지하면서도 전력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라며 “현재 대형 유통업체에서 사용하는 50만개의 쇼케이스에 도어 설치 초기 비용 5,000억원을 들이면 2,200억 가량 전력 비용을 줄일 수 있다. 2, 3년 정도만 지나면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만큼의 편익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콜드 시스템 정비 제도에 대한 뒷받침이 강구되고,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제도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yoje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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