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준비부터 등골 휘는 로스쿨… 너무 비싼 LEET 학원비
[서울경제TV=김서현 인턴기자] 법학전문대학원(Law school·로스쿨) 입학을 위한 2025학년도 법학적성시험(LEET) 접수가 시작됐다. 접수는 오는 6월 5일까지며, 시험은 7월 21일에 치러진다. 2009년부터 시작된 리트는 꾸준한 지원자 상승세를 보이다 작년에는 역대 최다 인원인 1만 7,360명이 지원했다. 올해도 많은 인원이 접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리트 준비를 위한 사교육 시장 역시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로스쿨이 리트부터 원서 및 면접 준비, 입학 후 학비와 사교육, 변호사 시험 준비까지 비용이 막대하다 보니, 주로 고소득층 자녀들이 진학을 희망한다. 이에 리트 사교육 업계도 높은 강의비를 기반으로 덩치를 키워가는 모양새다.
수험생들은 사설 학원의 리트 강의와 모의고사를 통해 시험을 준비한다. 리트는 ▲언어이해 ▲추리논증 ▲논술 총 세 과목이다. 대학에서 미리 배우는 과목이 아니다 보니 학생들은 대체로 불안감에 학원을 찾는다. 학원에는 각 과목마다 ▲기본 이론 ▲실전 연습 ▲모의고사 해설 ▲배경지식 ▲특강 등 다양한 강의들이 하나의 커리큘럼처럼 구성돼 있다. 과목마다 기본 강의는 100만 원 내외, 실전 연습 강의와 모의고사 해설 강의도 50만 원에서 80만 원 선이다. 올해 리트 시험을 접수한 이진희(24)씨는 “커리큘럼을 통째로 따라가면 탄탄히 공부할 수 있겠지만 대략 1,500만 원이 들기에 과목 당 한 두개만 선택해서 들어야 했다”며 “공부의 뼈대가 되는 기본 이론 강의를 듣고 싶었지만 가장 비싸서 포기하고 모의고사 해설 강의만 겨우 수강했다”고 말했다.
모의고사 역시 사설 학원에서 시행한다. 모의고사란 학원에서 자체적으로 리트와 동일한 형태의 문제를 출제하고, 장소를 대관해 실제와 똑같이 수험생들에게 시험을 연습할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다. 가격은 8만 원에서 12만 원 선으로 학원마다 접수자를 받아 월 1~3회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비용이 비싸도 수험생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리트가 시행된 지 15년밖에 되지 않아 누적된 기출문제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15번의 기출문제면 적어도 한 달 안에 공부가 끝나는 분량밖에 되지 않아 시험을 연습할 수단이 거의 없다고 수험생들은 입을 모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처럼 본시험 전에 출제 기관에서 모의고사를 준비해 주거나, 학원 외 출판사들에서 자체적으로 모의고사를 만들어 판매하지도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학원 모의고사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사설 학원들이 가격을 높게 부를 수 있는 건 무엇보다 경쟁자가 적기 때문이다. 현재 리트 강의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은 ▲메가로스쿨 ▲해커스로스쿨 ▲상상로스쿨 세 곳이다. 이마저도 2021년부터 해커스로스쿨과 상상로스쿨이 진입하면서 굳어진 체제로, 이전까지는 오랫동안 메가로스쿨의 독점 체제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학, 논리학, 기호학 등 전문적 영역에서의 강의와 고차원적인 문제 제작 능력이 요구되다 보니 기업 입장에선 진입 자체가 어려운 시장”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한 “변호사나 박사 등 모두 전문직 인력을 기용해야 하고, 강의를 보조하고 문제를 검수하는 조교들도 최소 로스쿨생 이상으로 구해야 하니 단가를 맞출 수 있는 기업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은 이런 구조에 기대 몸집을 불리고 있다. 특히 최근엔 지원자가 급증함에 따라 리트 시험 자체의 난이도도 오르면서 리트 강의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상상로스쿨과 해커스로스쿨은 구체적인 영업이익과 수강생 집계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로스쿨 진학률이 높은 서울 상위권 대학들의 커뮤니티 내 ‘상상로스쿨’, ‘해커스로스쿨’ 언급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가장 점유율이 큰 메가로스쿨의 법인 메가엠디는 지난해 매출액 중 65.82%가 리트 교육을 비롯한 전문직 사업 부문이었으며, 올해 1분기 역시 해당 부문이 전체 매출액 중 72.99%을 차지한 64억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로스쿨에 재학 중인 신영진(27)씨는 “동기 중 리트 강의를 듣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며 “작년 입학 당시 어떤 사이트의 누구 강의를 들었는지가 동기들 사이의 주된 대화 주제였다”고 설명했다.
수험생은 늘어나고 있지만 사교육비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 간 경쟁이 촉진되기 어려운 데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학원이라 정부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로스쿨 입시가 주로 서울의 4년제 상위권 대학교 재학생들이 유리한 구조다 보니 공무원 시험, 대학 입시처럼 수험생의 절대적인 수 자체가 크지 않다”며 “근본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리 수험생이 늘어나더라도 수익 안전성을 위해선 콘텐츠 가격을 낮출 수가 없다”고도 말했다. 또한 “소위 ‘있는 잡’ 학생들이 주로 진입하고, 더 비싼 돈을 내더라도 더 좋은 강의를 듣고 싶어하니 학원 입장에선 가격을 내릴 이유가 없다”며 “시장이 과열될수록 로스쿨 입시는 점점 더 그들만의 리그로 견고해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bodo_celeb@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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