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조 잡자'…머니 무브 앞두고 달리는 증권업계
400조 규모 시장…현물이전 시행 앞두고 경쟁 치열
다양한 퇴직연금 상품 라인업·3분 가입·수익률은 증권 강점
[서울경제tv=김보연기자] 2달 뒤 400조원에 이르는 퇴직연금 시장이 움직인다. 현재 가입한 상품 그대로 다른 금융사로 옮겨갈 수 있는 기회가 열리면서다. 다수 퇴직연금 고객들이 증권업계로 갈아탈 것이란 움직임이 예측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내 증권사들도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며 고객 끌어오기에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월 15일부터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된다. 이는 일종의 갈아타기로 한 금융사의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기관으로 옮길 때 상품 그대로 이전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현재는 가입자가 퇴직연금 투자 상품을 모두 매도해 현금화한 뒤 이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낮아도 기존 상품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업계에선 현물이전 제도 시행으로 은행권 퇴직연금 고객이 다수 증권사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증권업권이 더 취급하는 상품이 많기 때문이다. 옮겨가는 금융기관이 기존 보유 상품 가운데 하나라도 취급하지 않으면 현물이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품이 많은 기관으로 고객이 넘어갈 가능성은 높지만 상품이 적은 회사로 갈아타기는 어렵다. 실제 리츠(부동산투자회사)와 증권사 계좌에서 실시간으로 매매가 가능한 상장지수펀드(ETF)등은 은행 퇴직연금 계좌로 투자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증권사의 퇴직연금 투자상품 수익률이 가장 높다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증권업계가 7.11%로 전체 평균인 5.26%를 견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은 4.87%, 생보 4.37%, 손보 4.63% 순이다. 이같은 이유로 증권업계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 94조512억원으로 같은 기간(79조1,534억원) 대비 1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과 보험사의 증가율인 15.5%, 6.6%를 모두 넘어선 수치다.
국내 증권사들은 공통적으로 퇴직연금 라인업을 강화하고 적립금 운용에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하는 등 자산관리 솔루션 강화에 힘쓰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관련 태스크포스를 꾸리거나 모바일 플랫폼인 MTS 시스템 개선, 유튜브 콘텐츠 제작 등을 추진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이 같은 행보는 이달 들어 퇴직연금 점유율 1위 은행권이 수성을 지키기 위해 사활을 다하고 있어서다. KB국민은행이 다음달 중, 우리은행이 10월중, NH농협은행이 4분기 중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삼성증권의 경우 채권투자 수요에 맞춰 모바일을 통한 퇴직연금 채권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120여개의 채권 라인업을 구성했다. NH투자증권도 퇴직연금 전용 유튜브 채널과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관련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래에셋증권도 하반기내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나증권 역시 로보어드바이저 일임매매와 AI연금솔루션 등 생애주기에 맞는 자산 관리 방안을 개발하는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투자업계는 다양한 퇴직연금 상품 라인업, DC 3분 가입 등 간편한 서비스이 장점"이라며 "투자형 상품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는만큼 타 업권의 고객과 연금을 이전해올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82조4,000억원 규모인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은행이 198조원 파이를 갖고 있고 뒤를 이어 금융투자업계가 86조7,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boye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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