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發 정산기한 변경 온·오프 유통업계 직격탄 되나
이커머스 플랫폼 '전자상거래법' 적용 판매대금 정산 기한 없어
정산주기 축소·에스크로 도입 의무화·PG사 관리 감독 등 논의
이커머스업계 "중소 유통 플랫폼 자금력 부족, 자율성 남겨놔야"
[서울경제TV=이혜연기자]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긴 정산기한’이 꼽히며 정부 차원에서 이를 단축하는 법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중소·스타트업계에서는 ‘자금운용의 제약’을 꼽으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 ‘긴 정산주기’ 탓?...주요 오픈마켓, 비교적 빠른 정산 지원하고 있어
티메프는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재화·서비스가 직접 오가지 않지만 소비자로부터 상품의 대금을 받아 판매자에게 일정 수수료를 제외하고 전달하는 과정을 거친다. 티메프의 경우, 사업 초기 음식점이나 카페 등 쿠폰을 팔면서 구매자들의 실사용 기한이 1~2개월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최장 70일, 약 2달 뒤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왔다.
다만, 티메프를 제외한 주요 오픈 마켓은 비교적 빠른 정산을 지원하고 있다. 쿠팡은 판매 후 약 15일, 11번가는 구매 확정 후 약 2일, 지마켓은 상품 수령 후 약 1일, 네이버는 결제 후 3~8일, 스마트스토어는 주문 완료 후 1일 등 현재 이커머스 업계의 정산 주기는 제각각이다.
이처럼 주기가 다 다른 이유는 법적인 기준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규모 유통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제8조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 유통업자는 판매대금을 월 판매마감일부터 40일 이내(직매입의 경우 수령일부터 60일)에 납품업자 등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오프라인 마켓이 해당된다.
그러나 티메프와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에 따라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자율적인 정산 시스템을 가질 수 있고, 이는 티메프가 최대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거래대금을 판매자에게 정산하지 않고 미룰 수 있었던 이유다.
[사진=뉴스1]
◆ 정부, 관련법 개정 추진...‘에스크로 제도 도입·PG사 관리감독 강화’도 포함돼
정부는 티메프 사태가 벌어진 결정적인 원인을 ‘긴 정산주기’라고 보고 다양한 법제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일 기준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막겠다며 발의된 전자상거래법, 전자금융거래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에 대한 개정안은 총 6건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7일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해 이커머스 플랫폼을 규율 대상에 추가하고, 현행 40~60일 이내보다는 짧게 단축하는 방침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후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며 법제화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축기한과 제재 방법에 대한 주장은 다 다르지만, 골자는 정산주기 축소와 함께 판매대금을 별도로 관리하는 시스템인 ‘에스크로 제도’ 도입 의무화, 결제대행업체인 PG사에 대한 관리·감독 등이다. 케이지(KG)이니시스, 엔에이치엔(NHN)페이코, 나이스(NICE)페이먼츠 등 PG사들의 경우 ‘허가’가 아닌 ‘등록’된 전자금융업자로 분류된다. 제재할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이 경영개선 권고나 명령 등 강제성을 부여할 수 없다. 이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사진=뉴스1]
◆ 중소업체, ‘정산주기 축소 법제화’ 반대...“투자 등 자율성 필요”
초기 신산업 스타트업 플랫폼에 큰 타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업계 불만이 나온다. 자금 운용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최근 티메프 사태로 많은 판매자와 소비자가 큰 피해를 입은 데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자율성은 남겨놓아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피력했다.
일반적인 결제 대금의 흐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소비자→카드사→PG사→플랫폼→판매자 순이다. 우선, 소비자가 플랫폼에서 카드로 제품을 구매한다. 카드사는 결제대행업체인 PG사에게 대금을 전달하고, 이를 PG사가 플랫폼을 거쳐 최종적으로 판매자에게 전하는 형태다. 다만, 중소 판매사의 경우 PG사와 직접 계약을 맺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플랫폼이 판매 공간 마련뿐만 아니라 2차 PG사의 역할도 함께 하게 된다.
이 과정을 보면, PG사와 플랫폼은 중간에서 자금을 받아 운용할 기회가 생긴다. 정산 기일이 길수록 무이자로 자금을 차입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티메프는 이커머스 업계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판매대금으로 할인 쿠폰 발행이나 이벤트를 남발했다고 전해진다.
중소·스타트업 이커머스 플랫폼의 경우 대규모 유통채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부족하다. 자금이 들어오면 투자나 운영으로 유동성을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이커머스에도 다양한 산업분야가 있어 비즈니스 모델도 제각각이고 운영 능력에도 차이를 보인다. 이들이 정산 주기를 ‘법제화를 통한 강제’가 아닌 ‘관리·감독 수준의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에스크로 제도’ 등을 통해 자금 활용을 막는 방안 또한 마찬가지다.
[사진=뉴스1]
◆ 업계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부실경영 문제점 지적
티메프 사태는 ‘긴 정산주기’ 때문이 아니라 ‘재무관리 상의 부실경영과 경영실패’가 문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도하게 긴 정산주기는 적절하게 규제하고 부실 운영 기업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법안들이 초점을 두는 내용이 ‘티메프 사태’의 재발 방지는커녕 오히려 정상적인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과 중소업체들의 유동성 악화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번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피해를 본 업체들을 위한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난 14일 700억원 증액해 총 1,000억원이 됐다. 이외에도 정부는 판매자가 저리로 신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게 하고 각 지방자치단체 또한 지원에 나섰지만, 실효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지적받는 수준이다. /hy2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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