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연일 재 뿌리는 외국계 IB…휘청이는 ‘K반도체’
맥쿼리, 삼성전자 투자의견 ‘매수→중립’ 하향에 '5만 전자'
9월엔 SK하이닉스도 부정적인 보고서에 희생양 돼
외국계 IB 보고서 신뢰 바탕 위력 상당
우리 증시 기초 체력 부족 문제 때문
[앵커]
외국계 투자은행(IB)이 낸 보고서 하나가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를 들었다 놨습니다. 맥쿼리가 삼성전자를 ‘병약한 반도체 거인’으로 평가하면서 종전 대비 반토막 난 목표주가를 제시하자, 오늘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5만원대까지 밀리면서 52주 최저가 썼는데요. 외국계 IB발 K반도체 수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입김이 이처럼 강한 이유가 뭔지 알아봅니다. 김보연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장중 주가가 6만원을 밑돈 건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라면서요, 외국계 IB 입김에 주가가 출렁이는 모습인데요. 왜 그런 겁니까?
[기자]
네, 외국계 IB 맥쿼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목표가도 기존 수치 12만5,000원에서 약 50% 대폭 낮춘 6만4,000원으로 제시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와 비교했을 때 상승 여력이 5%도 채 되지 않는다고 본 겁니다.
맥쿼리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다운 사이클에 진입함에 따라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D램 등 메모리 공급 과잉에 따라 평균판매가격(ASP)이 내림세로 전환한 가운데, 전방산업 수요 위축은 실적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앵커]
외국계 투자은행 의견으로 주가가 흔들린 사례가 전에도 있었나요?
[기자]
네, 외국계 IB 보고서에 따른 주가 충격은 최근에도 있었습니다. 지난달 15일에는 모건스탠리가 SK 하이닉스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내고 반도체 업종에 겨울을 전망하자 장중 한 때 11% 넘게 떨어졌다가 6.14% 급락 마감했습니다. 모건스탠리가 제시한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는 12만원으로 현재 주가보다 30% 빠진 가격입니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도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내려잡으면서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는 등 주가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지난 8월 20일에도 반도체 업황 피크를 준비하라는 보고서를 냈는데요. 이후 K반도체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종가 기준 8월 20일 19만9,700원이었던 SK하이닉스는 16만9,100원으로 삼성전자는 7만8,900원에서 6만1,300원으로 추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한미반도체도 12만5,500원에서 10만7,900원으로 테크윙(4만6,800원→3만6,500원)과 이수페타시스(4만5,650원→3만5,600원)도 각각 22%씩 떨어졌습니다.
개별 종목이 아닌 우리 경제 전체가 외국계IB 보고서의 영향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직전 모건스탠리의 ‘아시아를 떠나라’ 보고서와 홍콩 페레그린증권이 낸 ‘지금 당장 한국을 떠나라’ 보고서로 달러 대출의 만기연장까지 막히면서 한국 경제는 결정타를 맞은 바 있고 결국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요청하게 됐습니다.
[앵커]
특히 외국계 IB 보고서 이야기가 더 많이 들리는 것 같아요, 이들의 목소리가 더 영향력 있는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네, 매수 일색인 국내 증권사 리포트에 비해 외국계 IB는 매도 의견이나 부정적인 의견을 적지 않게 내고 있어 시장 신뢰가 높습니다. 실제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 30곳의 경우 91.6%가 매수 의견 보고서였고 8.2%과 중립 의견이었습니다만, 이와 대조적으로 모건스탠리의 경우 매수(38.6%)·중립(46.2%)·매도(15.2%) 의견을 골고루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국내 상장사들과 이해 관계가 적어 객관적인 분석에 따라 투자 의견을 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아울러 증권사 규모가 커 거래 고객이 많은 덕에 보고서 파급력도 높습니다.
다만 중요한 건 이 모든 게 우리 증시의 기초 체력이 허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다소 편파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외국계 보고서 하나로 큰 폭의 주가 하락이 벌어지는 건 우리 증시 뿐입니다.
최근 모건스탠리는 네덜란드의 ASML 등 여러 반도체 관련 업체의 목표가 역시 내렸지만 각국의 타격은 크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도 조금의 움직임에도 반응이 크게 오는 게 체력이 약하다는 뜻이라며 우리도 G7에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자본시장 측면에서 보면 개발도상국급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미국 등 선진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등 때마다 출렁임이 과하게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네, 결국 우리 증시 체력을 키워 증명하는 길밖에 없겠네요.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기자]
네, 고맙습니다. /boye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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