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대주주 MBK를 둘러싼 'CP 사기' 의혹
경제·산업
입력 2025-03-09 11:38:59
수정 2025-03-09 14:36:16
이연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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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신용평가등급 강등 예상치 못해”
업계 “이미 대규모 적자, 차입금의존도 상승…CP 사기 의혹 제기

[서울경제TV = 이연아 기자] 국내 대형마트 시장점유율 2위인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한 시점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MBK파트너스는 공식적으로 신용등급 하락을 이유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MBK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부채비율 추이 등을 근거로 MBK 해명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MBK "신용평가등급 강등 예상치 못했다"
앞서 MBK는 지난 4일 오전 기습적으로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고 보도자료를 통해 상황을 설명했다. MBK는 지난달 28일 CP와 전자 단기 사채(전단채) 신용평가등급이 하락해 단기 유동성 악화 우려로 선제적 조처를 취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MBK는 신용등급 강등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MBK는 지난 1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462%로 전년 동기 1506% 대비 큰 폭 개선됐고, 직전 1개월 매출도 7조462억원으로 매출 증가를 기록하는 등 개선 사항을 공개했다. 이어, 이 같은 부채비율 개선과 매출 증가 등이 신용등급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업계 "이미 대규모 적자·차입금의존도 상승…MBK 해명 받아들이기 어려워"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MBK의 주장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가 홈플러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1408.6%로 국내 상장사 평균(2023년 기준 108%)의 약 14배에 달한다. 이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부도를 맞거나 부실이 심화한 대기업들의 부채비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MBK가 보도자료에는 적시하지 않은 영업손익 수치를 보면 적자 폭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2024회계연도 1∼3분기 영업손실은 1571억원으로 전년 동기 1303원 대비 적자가 늘었다.
홈플러스의 차입금의존도는 전년 11월 71.0%보다 악화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국내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평균 차입금의존도는 25.7%다. 홈플러스의 차입금의존도는 평균보다 약 3배 더 큰 수준이다. 재무건전성의 핵심 지표인 차입금의존도는 기업에 대한 투자자, 채권자, 이해관계자 등의 신뢰 수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통상 낮은 차입금의존도는 재무적 안정성과 상환 능력 보유를 의미하지만, 높은 차입금의존도는 상대적으로 위험한 자본 구조를 뜻한다.
이 같은 이유로 업계에서는 대규모 적자 기록과 차입금의존도 상승 등을 근거로 MBK가 신용등급 하락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MBK CP 발행시점 둘러싼 'CP 사기 의혹' '모럴해저드'
MBK의 CP와 전단채 발행 시점을 두고 'CP 사기'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MBK는 신용등급 강등 직전인 지난달 25일에도 운영자금 등을 조달 목적으로 증권사를 통해 CP와 전단채를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했다. 지난달 27~28일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기업 어음과 단기 사채 신용 등급을 A3에서 A3-로 강등했다. MBK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지난 4일 기준 CP·전단채 발행 잔액은 1880억원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지난 7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해당 CP·전단채 신용등급은 D까지 떨어져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통상 CP와 전단채는 무담보 금융상품이기 때문에 후순위 변제를 받는다.
MBK가 기업회생절차 신청 이유로 지목한 신용등급 강등이 해명과 다르게 예견된 상황이었다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내부적으로 단기유동성 악화를 인지했지만 투자자에게 위험성을 알리지 않고 CP와 전단채 발행을 강행했다는 점이 최대 문제로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고의성이 확인될 경우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과거 악화된 재무건전성을 인지하고도 투자자를 대상으로 CP 등을 발행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법적 처벌을 받은 사례들이 있다. 구자원 LIG그룹 명예회장과 장남 구본상 현 LIG그룹 회장,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등 삼부자는 2011년 LIG건설의 회생 절차 신청 열흘 전까지 2151억여원 상당의 CP를 발행한 혐의로 기소돼 처벌받았다.
2013년 동양그룹이 부도 위험성을 숨기고 동양증권을 통해 1조3000억원대 CP와 회사채를 발행했다. 동양그룹이 발행한 CP와 회사채를 사들인 일반 투자자는 4만여명, 1조7000억원에 달한다. 현재현 당시 동양그룹 회장은 사기성 CP와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 등으로 7년간 수감 생활을 하고 2021년 1월 만기 출소했다.
이에 대해 MBK 측은 CP 발행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지나친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MBK는 "지난해보다 올해 재무 상황이 좋아 신용등급이 안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다"며 "등급을 떨어뜨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늘 하던 대로 거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소재 금융투자협회에서 24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과 관련해 "홈플러스는 재무구조도 안 좋고 상당히 큰 규모의 영업손실이 여러 회계연도에서 발생해 눈여겨보고 있었다"면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이하 외담대) 같은 경우 정상 결제된다고 하더라도 태영건설이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처럼 이슈가 발생할 수 있어 챙겨 보겠다"고 말했다. / ya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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