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 연일 주가 급등에…사면초가 몰리는 공매도
에이치엘비의 주가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공매도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임상3상 결과 논문이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학회에서 최우수논문으로 선정된 후, 항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가치에 대해 투자자 및 글로벌 제약 바이오 업계가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부터 급등을 시작한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이날 장중 10만원을 돌파했다. 7거래일 만에 2배 이상 올랐다. 지난 4일 에이치엘비의 거래대금은 4,457억원으로 4,067억원을 기록한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주식시장 거래대금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상승세에 외국인과 기관은 지난 2일 하루에만 에이치엘비 주식 약 24만주 순매수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제한적 손실을 감수하려는 일부 공매도투자자의 선제적 숏커버링 매수세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에이치엘비의 주가 강세에 대해 “대차의 상환을 위한 숏커버링이 용이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차물량 확보조차 어렵게 되자 숏 스퀴즈의 조짐이 보인다”며 “에이치엘비의 강세가 바이오 업종 전반에 저가 매수세 유인요인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에이치엘비에서 재발된 바이오 열기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임상 탑라인 발표를 앞둔 메지온과 최근 주가가 급락했던 신라젠, 헬릭스미스 등의 제약바이오주들의 주가도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이치엘비 공매도 투자자들은 지난 7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582만8,861주를 공매도에 나섰다. 평균단가는 3만5,910원, 금액으로는 2,09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공매도투자자들의 평가손실은 10월 4일(종가기준)으로는 약 2,920억원 가량으로 추정돼 투자금액보다 더 큰 손실이 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투자자들은 대형자본인 외국계펀드나 기관투자자가 대부분이어서 개인투자자 증권계좌처럼 바로 로스컷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을 방치할 수는 없어서 개인으로 치면 손절매인 숏커버링으로 손실을 최소화할 수 밖에 없고 이것은 결국 대기 매수세로 작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투자자로서는 청산을 위한 숏커버링도 그리 수월해 보이진 않는다. 숏커버링 매수로 추정되는 24만주(2일 기준)의 매수만으로도 에이치엘비 주가가 폭등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어 공매도 투자자로서는 이른바 ‘숏스퀴즈’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숏스퀴즈’란 공매도투자자들이 숏커버링으로 공매포지션을 서로 앞다투어 청산하려 할 때 나타나는 이른바 ‘매물 품귀현상’으로 과거 셀트리온 사례에서도 나타났듯이 단기간에 주가를 두 배 가까이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공매도 포지션을 보유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실이 순식간에 불어나는 악순환에 처하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이치엘비 주주들은 유튜브 채널, 주주카페, 블로그, 주주동호회 등을 통해 대차 금지 및 대차 해지 운동을 전개하고 있어 대차주식을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반증하듯 에이치엘비의 주식대차 금리가 치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에이치엘비의 대차 금리는 15%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며 “이 정도의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대차물량 구하기가 쉽지 않아 공매도 투자자들은 추가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리기도, 사서 갚기도 어려운 사면초가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증권사 대차전화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는 에이치엘비 한 주주는 “증권사로부터 사채금리 수준의 이자를 주겠다는 대차권유를 받았다”며 “지금은 주주들이 똘똘 뭉쳐 공매도를 박살내자는 공동의 목표 하에 얼마를 준다 해도 대차에 동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주주는 “두 개의 증권사를 거래하는데, 이틀 연속 번갈아 가며 대차권유 전화가 와서 깜짝 놀랐다”면서 “신약의 가치와 성공 가능성을 감안하면 공매도에 대항하는 게 훨씬 이익이 된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돼 절대로 대차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증권사 포털사이트 에이치엘비 주주게시판에는 대차권유를 하는 증권사의 전화가 빗발친다는 제보글이 지속적으로 게재되고 있다. 증권 회사명을 실제 거론하며, 개미투자자 대신 공매도 투자자를 위해 대차를 요구하는 증권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배요한기자 b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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