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책임있는 약속 대신 개별회유라니”…뿔난 지방은행 라임 피해 투자자들
피해자들 “간담회 개최 요구엔 ‘묵묵부답’이면서…” 분통
6~7월 가입 피해자들 “위험 알고도 예금이라며 가입 권유”
은행 측 “코로나로 단체미팅 어려워, 피해 최소화 노력”
[서울경제TV=정순영기자] 한 지방은행이 라임 사태 피해자들에게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민원 취하를 종용하고 있어 논란이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6월~7월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했던 부산은행은 환매중단 사태 이후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피해자들을 1대1로 만나 금감원 민원을 취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대해 라임 투자 피해자들은 개별적인 회유 대신 피해자 전원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책임있는 피해 구제책을 제시하는 게 먼저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제보자 A씨는 “만기가 도래하는 피해자들 중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한 피해자들만 따로 약속을 잡고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황이 엄중한 때에 피해자들과의 소통을 단절시킨 채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만 무조건 기다려달라는 은행 측의 의도가 불순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책임 있는 은행 관계자들이 나서 피해자들과의 간담회 자리를 갖고 피해 최소화 등의 약속이 이뤄지길 원한다는 것.
그러나 부산은행 측은 피해자들의 간담회 제안에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한 피해자들과 1대1 약속을 잡아 민원을 취하할 경우 손실을 최대한 줄여주겠다고 회유하고 있다.
특히 부산은행 거래 피해자들은 대형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의혹과 피해자들의 소송 소식이 연일 보도되는 와중에도 상대적으로 피해규모가 작은 부산은행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해하고 있다. 제보자 B씨는 서울경제TV에 “처음 펀드 계약을 할 당시 은행 측은 예금 수준의 안전한 상품이라며 약관이나 관련 서류들을 주지도 않은 채 통장 하나만 들려 보냈다”며 “사태가 커지고 은행에 찾아가 항의를 한 끝에 받아 본 서류들 대부분은 한 적도 없는 체크가 돼 있거나 날인이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제보자 C씨 역시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손실을 볼 수 없는 상품이라며 계약 사항을 보여줘 날인을 했지만 뒤늦게 받아본 서류에는 고위험 등급의 투자 내용이 담겨 있었다”며 “고령 투자자의 투자성향까지 조작한 은행의 행태가 사기 아니면 뭐겠느냐”고 토로했다.
라임 사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한 법률대리인은 “라임펀드를 판매한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행위는 이미 많은 사례들이 확인되고 알려진 상태”라며 “부산은행의 경우 타 은행들이 사태를 인지하고 판매를 접을 시기인 6~7월에 무리하게 판매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금감원이 눈여겨 봐야할 특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은행의 분쟁조정 신청 민원 건수가 4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후 금감원에 민원이 추가로 접수되면서 조정 신청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된 라임 사모펀드는 전체 1조6,679억원의 49%인 8,146억원이 은행에서 판매됐다. 우리은행 3,577억원, 신한은행 2,769억원, 하나은행 871억원에 이어 지방은행인 부산은행이 216명의 고객에게 527억원을 판매해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부산은행은 “고객들에게 정확하고 상세한 설명을 위해 본점에 전담반을 설치해 1대1로 면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손실보전 약속은 자본시장법에 저촉되는 사항으로 고객들에게 확약한 바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 측은 “고객들마다 각기 다른 상황, 코로나19 영향 등 여러 요인들을 감안해 가급적 단체 모임은 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정한 것”이라며 “금융당국에서 분쟁조정안이 마련되는 대로 고객들의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조정안을 적극 수용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불완전판매 의혹에 대해서는 “펀드상품은 일반 예금과 달리 투자자 안내사항이 많아 상품제안서를 통해 가입 권유하고 있는데 제안서에는 ‘목표수익률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며 “상품 판매 후에도 해피콜을 통해 원금손실 가능성을 고지했고, 고객에게 교부해드린 통장에도 원금손실 가능성이 인쇄돼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에게 교부해야 할 중요서류를 주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업무 진행과정에서 발생하지 않는 일이지만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겠다”고 은행 관계자는 설명했다. 뒤늦게 위험 상품을 판매한 이유에 대해서는 “금융투자협회 회사별 주요 판매회사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판매사는 7월~8월까지 라임 상품을 판매했다”며 “부산은행 또한 판매중단 시기까지는 라임상품의 문제점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binia9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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