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순 디스코 대표 “등기부 등본 비용 저희가 냅니다”
[서울경제TV=지혜진기자] 인터넷등기소에서 등기부 등본 열람은 700원. 발급은 1,000원이다. 소액이지만 중개인들은 한 계약당 5~10번씩 같은 등기부 등본을 떼야 한다. 매달 적게는 수십 건에서 수백 건의 등기부 등본을 떼야 하는 셈이다. 번거로울 뿐 아니라 중개를 많이 하면 소액이라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디스코’는 매일 1인당 5건의 등기부 등본 무료 발급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배우순 대표는 “회사가 성장해도 등기부 등본 무료 발급 서비스만큼은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지난 24일 오후 6시께 찾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디스코 사무실에는 10명 남짓 직원들이 조용히 업무를 보고 있었다. 사무실은 판교역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한적한 곳.
배우순 대표가 사업을 시작한 건 2016년 2월. 우연히 개발자로 일하는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고 나서부터다. 8년 차 감정평가사였던 배 대표는 고액연봉에도 매일 반복되는 업무에 싫증이 나 있던 상태. 마침 개발자 친구도 일을 그만두려던 찰나였다. 뜻이 맞은 두 친구는 사무실도 없이 사업을 시작했다. 서로 어떤 서비스를 개발할까 의논하다 어느 정도 방향을 정해졌을 때 사무실을 마련했다. 2016년 말이다.
본격적으로 디스코 앱이 출시된 건 2017년 4월. 이때까지도 디스코에는 배 대표와 개발자 친구인 강성용 공동 대표뿐이었다. 배 대표는 앱이 나오기까지 많은 아이디어를 냈지만 핵심은 부동산 투자와 거래 시 필요한 정보를 활용하는 거였다고 한다.
회사는 맨 처음 직방에서 씨드머니 3억원을 투자받았다. 스타트업의 ‘죽음의 계곡(데스밸리)’으로 꼽히는 3년 차였다. 두 번째 투자는 벤처캐피털에서 20억원을 받았다.
투자에 힘입어 디스코는 업계 최초로 등기부 등본을 무료로 열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수수료는 모두 회사가 부담한다. 목적 자체가 서비스 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는 이용료를 받을 계획이 없다고 배 대표는 강조했다. 다음은 배우순 대표와의 일문일답.
디스코 부동산 등기정보 서비스 소개. [사진=디스코]
△등기부 등본 무료 발급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는
사업 초기부터 부동산 거래라든지 투자에 필요한 정보를 쌓아왔어요. 부동산 정보 중 핵심적인 것 중 하나가 등기부 등본이라고 생각해 언젠가는 플랫폼 안에서 보여주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상황이 마련돼 서비스를 출시하게 됐죠.
등기부 등본은 중요성에 비해 이용방식이 비효율적입니다. 최신본인지 증명하기 위해 여러 번 발급받아야 하거든요. 또 PC에서 다운받을 때는 액티브(Active) X를 깔아야 하는 점도 불편하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앱에서 클릭 몇 번으로 등기부 등본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고안했습니다. 최신본인지 확인해주기 위해서는 등기 변동 내역을 시간 순으로 나열해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발급 비용을 이용자 대신 디스코가 내고 있는데, 이용자가 증가하면 부담이 되지 않을까요.
무작정 무료로 제공하는 건 아니고 시작 전에 전국적으로 등기가 변동되는 사안을 파악했습니다. 분석 결과 1인당 하루 5회 정도는 무료로 제공해도 괜찮겠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무엇보다 회사가 올해는 수익보다 성장에 집중할 계획이기 때문에 이 같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겁니다. 1차 목표는 전국의 모든 공인중개사가 디스코 앱을 쓰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다른 프롭테크 앱보다 정보의 양과 질이 월등히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 이 같은 서비스를 준비했습니다.
사실 시도해보고자 하는 수익모델은 몇 개 있습니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저희 앱에서 충분한 효용을 얻고 있다고 생각해야 수익모델을 적용하는 등의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1차 목표가 전국의 공인중개사들이라고 언급하셨는데, 공인중개사 협회를 중심으로 홍보를 하는 건가요.
지난해 가을부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광역시 등의 공인중개사 지회장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앱이 잘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중개사들과 저희 디스코 플랫폼이 잘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중개사들이 실제로 저희 앱 안에서 활동하고 싶도록 매물뿐 아니라 정보 교류의 장이 되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공인중개사만을 위한 전문 앱은 아닙니다. 저희가 추산하는 전국의 공인중개사는 약 20만 명 정도 되거든요. 이들을 포함해 이용자 수 100만 명을 달성하는 게 저희의 정확한 1차 목표입니다. 100만명 정도가 모이면 생각해둔 수익모델 중 하나는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롭테크 스타트업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게 직방과 다방인데요. 디스코도 이들과 유사한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인가요.
직방과 다방처럼 공인중개사들이 정보를 입력하는 데 과금할 것 같진 않아요. 지금 구조는 공인중개사들이 허위매물을 입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생각하거든요. 공인중개사 자신이 노출하고 싶은 경우에만 플랫폼 안에서 소화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매물 등록에는 과금을 안 할 생각이에요.
저희는 일단 2006년 이후 거래된 모든 상업용 부동산의 실거래 가격, 토지‧건축물대장, 공시가격 등의 정보를 지도 위에 구현하고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최근 프롭테크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데요. 저희는 3년 이상 축적된 부동산 데이터 처리 노하우가 있는 만큼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려는 기업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hey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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