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폐가 펄떡이는 항바이러스 도시, 그 설계와 전망
생명친화적인 미래, 면역·치유력을 높이는 도시의 바이오필리아 효과
자연은 스트레스와 심혈관질환, 우울증 같은 문명병의 최고 치료제다. 숲에 들어가면 면역체계와 신체기관까지 튼튼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현대 도시에서는 이러한 자연의 치유력을 어떻게 체험할 수 있을까? 그것은 과연 가능할까?
‘인간의 유전자에는 생명사랑의 본능이 새겨져 있다’는 ‘바이오필리아’ 개념을 확립한 에드워드 윌슨의 계보를 잇는 세계적 생물학자 클레멘스 아르바이는 그에 대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자연에 가깝게 설계된 대도시가 개인과 사회 전체의 행복에 어떻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준다.
그가 말하는 ‘바이오필리아 효과’란 인간의 육체와 정신 건강에 지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연체험을 뜻하며, 그것은 도시에서 심각한 만성질환을 몰아내고 도시주민의 생물학적 젊음을 되찾아주는 결과로 이어진다.
생명친화적인 미래도시는 생태회랑의 네트워크로 구성돼 공기의 질을 보장하고 자연체험을 제공한다. 미래의 도시와 바이오필리아를 불가분의 단일가치로 묶어 ‘지속가능한 세계’의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 이제는 필환경시대, 우리의 도시는 푸른 행성 도시로 바뀌어야 한다
현대문명에 중독된 사람은 인간이 얼마나 자연에 종속된 존재인지 모른다. 저자는 도시에 살면서 자연과의 연결고리를 상실한 사람들에게 자연과 결합하고 생명의 다양성을 경험하는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설득하기 위해 바이오필리아 효과를 전면에 내세운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자연 예찬가다. 현대사회의 구성원인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는 데 일조하지만, 개개인으로서의 인간은 자연에서 평온과 행복을 느낀다. 이것을 감안하면 인간의 생활공간에, 특히 도시에 자연을 다시 되살릴 때 개인이나 사회로서의 치료가 지속 가능해진다. 다만, 오염된 도시를 떠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현장을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미래의 도시로 바꾸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해결책이다.
■ 도시 숲과 녹색도시의 놀라운 치유효과, 오염된 도시에도 바이오필리아를 실현할 수 있다
‘도시주민은 어떻게 자연의 치유력을 누릴 수 있을까?’ 바꿔 말해 ‘우리는 어떻게 도시에서 바이오필리아를 경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이 이 책의 중심 메시지다. 집 주위에 나무를 심을 때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줄어드는 것이 입증되었고 삼림지역에서는 암 발병 빈도가 떨어진다는 통계도 축적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도화선이 돼 ‘도시 숲’을 조성하자는 강력한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유럽 도시 곳곳에는 도심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유림이 있다. 도심의 숲은 도시의 녹색 폐 기능을 한다. 저자는 직접 여러 숲을 찾아다니며 얻은 구체적인 세부정보를 제시하면서 자연에 가깝게 설계된, 즉 자연을 가깝게 불러들인 대도시야말로 개인과 사회 전체의 행복에 지속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강조한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교외나 도심에 지금보다 더 많은 숲이 있어야 한다. 도심에 정글을 만들고 삼림욕이 가능한 도시로 가꿔 나가야 한다. 저자는 삼림욕이 곧 바이오필리아 효과 자체라는 생각으로 그것이 도시 주민에게 어떤 의미이며 어떤 효과를 주는지 집중해서 파고든다. 숲 한가운데로의 여정을 통해 마음의 상처나 트라우마, 심리적 불안 상태가 어떻게 진정되고 치유되는지 당사자의 생생한 목소리와 함께 자신의 경험도 들려준다. 특히 자폐증 증상이 있는 저자의 네 살 난 아들 요나스 이야기는 숲이 아이들의 신체적, 심리적 발달과 정서적 안정, 문제 증상의 개선이나 성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이제 ‘도시는 자연과 대립한다’는 개념을 넘어서야 하는 시대다. 진화와 문명 발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워진 도시 역시 인간에게는 자연의 일부인 도시생태계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래의 도시는 오염된 도시를 배척하는 모습이 아닌, 바이오필리아 효과에 의지하는 생태 회랑의 네트워크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인간의 뇌를 휴식과 재생 형태로 전환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바이오필 미래도시에서는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자연과의 조화를 감안한 미래의 주택은 새로운 생명의 호흡을 불어넣는 구조가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인간 유기체가 수십만 년 전부터 맞춰온 자연의 리듬과 마침내 재결합한다.
한편, 지구에 대한 책임 인식은 공동원예 활동을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전 지구적 바이오필리아 운동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간이 파괴한 지구를 다시 인간이 회복한다는 생각이 공감대를 얻고, 인간이 자연과 불가분의 동일체임을 재발견하게 되면 지구는 다시 건강해질 수 있다. /뉴스룸 iss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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