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금융지주 조합장 권한 강화’ 포기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서울경제TV=정순영 기자]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첫 번째 공약이었던 ‘조합장 중심 지배구조 개혁’ 약속의 일부는 지켜지기 어렵게 됐다.
이 회장은 지난 선거에서 금융·경제지주 이사회의 조합장 3분의2 참여를 약속했지만, 금융지주의 조합장 이사의 수를 늘리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금융지주의 정재영 비상임 이사와 농협은행의 최윤용 비상임 이사 구성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금융지주의 이사회 구성을 변경하려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데, 농협 때문에 우리나라 전체 금융지주들의 이사회 구성을 바꿀 순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당초부터 지켜지기 어려웠던 공약이었다.
일각에선 금융지주의 조합장 출신 이사 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그 마저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직선제가 아닌 조합장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의원 간선제 선거이니 조합장들을 위한 강력한 공약들을 내걸었겠지만, 결국 이 회장의 공약 가운데 일부는 벌써부터 틀어진 셈이다.
이 회장이 당선된 직후부터 이 공약은 금융 산업의 전문성을 훼손하고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미치는 ‘조합장들을 위한 선심성 약속’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금 ‘농민 대통령’이라 불릴 만큼의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수장으로서 이 회장이 해야 할 일은 뭘까. 조합장 권한 강화가 아닌 분명한 인사원칙과 금융시스템의 안착일 것이다.
구한말 농업에 금융을 지원해기 위해 시작된 조직이지만 지금이 어디 농협 없이 농업지원이 어려운 시대인가.
세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농협금융의 ‘무용론’을 상쇄시키기 위해서라도 논공행상에서 벗어나 금융지주의 독립성에 몰입해야 한다.
이자부문 수익비중 너무 높아 미래형 은행사업 꾸리지 못하고 낙후된 디지털금융에 머물러있다는 평가를 이제는 벗어나야하지 않을까. /binia9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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