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부동산] ‘태릉골프장 개발’ 차분한 분위기 속 관망
[앵커]
주택공급에 대한 갑론을박이 연이어 펼쳐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20일),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83만㎡)을 택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죠. 강남권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하는 대신 내놓은 새로운 공급 카드인 셈인데요. 이달 말 공급대책을 앞두고 정부가 최대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공급대책이 마련돼야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지혜진기자와 전화 연결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언급한 태릉골프장에 대해 먼저 이야기 나눠보죠. 어제
태릉골프장 개발 소식을 듣고 인근 분위기는 어떤가요.
[기자]
강남권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보단 조용한 모습이었습니다.
아직 공급대책이 확실히 결정된 것도 아닐뿐더러 일대에 투자할 토지도 없기 때문인데요.
태릉골프장은 경기도 구리시의 경춘선 갈매역과 인접해 있는데요. 갈매역
바로 옆은 구리갈매역세권지구(구리갈매2지구)로 현재 LH의 토지보상이 진행 중입니다. 이 때문에 거래할 만한 땅은 없습니다. 만약 개발이 결정돼 이 지역에
관심이 생긴다 할지라도 1년여 뒤에나 거래할 수 있고요.
서울 노원구 공릉동 쪽으로 알아본다 할지라도 택지는 없습니다. 애초에
군부지나 공공 유휴부지를 개발할 계획이기 때문에 민간인들이 사고팔 수 없는 건데요. 이 때문인지 어제와
같은 발표가 났다고 해서 인근 부동산이 들썩인다거나 하는 분위기는 없는 듯했습니다.
[싱크] 태릉골프장 인근
구리시 공인중개업소
“태릉 쪽으로는 발표 난 게 아니고 뉴스가 났는데 된 거 하나도 없고요. 이쪽은, 저희 있는 쪽은 이미 수용이 됐어요. 갈매 이쪽은 수용이 길 건너는
아파트 다 지었잖아요. 육사 골프장 앞쪽으로 갈매 쪽은 3년
전부터 수용 발표가 났고. 지금은 보상금 나가고 있는 단계...”
[앵커]
태릉골프장을 비롯해 군부지 및 공공 유휴부지를 택지로 개발하면 충분한 공급을 할 수 있을까요.
[기자]
태릉골프장은 1966년에 문을 연 서울 내 유일한 골프장인데요. 서울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봉화산역
등과 가깝고요. 전문가들은 태릉골프장 부지에 육군사관학교 부지까지 합치면 150만㎡ 수준으로 약 2만 가구가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말씀드렸듯 이 골프장 부지는 경기도 구리시의 경춘선 갈매역과도 인접해 있는데요. 갈매지구엔 약 6,400여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니, 이곳까지 합치면 일대에 3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셈입니다.
전문가들 반응은 강남권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했을 때와 비슷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거라는 겁니다. 국유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공급속도가 빠를 것이고 시장 안정효과도 곧바로
나타날 수 있을 거란 설명인데요. 다만 충분한 공급을 할 수 있느냐,
장기적인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습니다.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태릉골프장 역시 개발이 제한된 곳으로 그린벨트라는 주장인데요. 이와 관련한 청와대 청원이 오늘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청원자는 “태릉골프장은 반세기가 넘는 동안 서울의 녹지공간으로 유지돼 왔다”며 앞으로도 “녹지공간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 귀한 녹지공간을 집값 안정이라는 단기적인 목표 때문에 개발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견해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는 오늘 “부동산 정책의 문제임에도 무책임하게 미래세대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를 거론한 것에 대해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며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릉선수촌 등 개발제한구역 개발에 반대했습니다.
물론 반대로 집값 안정이 시급하니 이렇게라도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었습니다.
태릉골프장 이외에도 서울 내에서 발굴할 수 있는 택지로는 서울시가 소유한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나 삼성동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부지 등이 꼽힙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이렇게 발굴하는 방식의 공급은 일회적이라는 단점이 있는데, 급한 대로 이들 부지를 개발할
것이냐 아니면 장기적인 공급대책을 마련할 것이냐는 이달 말 나오는 대책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단기적으로 공급책을 마련하더라도 지속해서 서울 등 도심에서 수요를 맞출 만한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거네요. 많은 전문가가 서울에서 지속적인 공급을 하는 방안으로 꼽는 게 정비사업 규제 완화인데요. 특히 재건축 규제 완화, 가능성 있어 보이나요.
[기자]
네 시장에서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나 가장 필요성이 크다고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정비사업 규제 완화입니다. 특히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면서 정비사업이 크게 위축된 상태인데요. 하지만
국토부가 7·10대책을 내놓을 당시 검토 가능한 대안에는 이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습니다. 김현미 장관도 지난 10일 대책 발표 브리핑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도심 내 신규택지 발굴이 쉽지 않은 데다, 그린벨트 해제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서울시도 강남권
그린벨트 해제에 반발하면서 차라리 재건축 규제 완화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 바 있고요.
재건축으로 인한 강남 쏠림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강북지역의 정비사업을 먼저 풀어주는 방법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싱크] 김진유 /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
“저는 개인적으로는 정비사업을 조금씩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강북의 정비사업을 먼저 풀어야 합니다. 정비사업을 조금씩 풀어서 가장 노후화되고 주거환경이 열악한, 그런 강북에 재개발 구역이나 이런 거부터 조금씩 풀어서. 거기에다가
공급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무작정 재정비 사업의 규제를 풀어주면 수익성이 높은 강남 지역부터 개발될 수밖에 없는데요. 또 택지를 발굴해 강남권에 개발하면, 단기적으로는 분양가상한제 등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지만 결국엔 강남에 개발이 쏠리게 될 수 있다고 김진유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그러니 강북의 노후화된 지역의 사업 규제를 먼저 완화해주면서 강남과 강북 간의 격차를 줄여나가자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주택가격의 균형을 맞춰가고, 도심 내 비효율을 제거해
나갈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공공 유휴부지 활용이나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제외하고는 예상해볼 만한 공급대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일각에서는 1기 신도시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공급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당장 이번 공급대책에 이 방안이 포함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용역 결과는 조만간 나올 예정이지만, 결과가 나오더라도 안전과 관련한
일련의 검증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토부 관계자 역시 리모델링 관련 사안은 너무 서두르면 안
된다고 조언합니다.
[싱크] 국토교통부 관계자
“외부 자문가 회의라던가 그런 걸 거치고 의사 결정하는 데도 최하 3개월
이상 소요되고 하는데. 뭐 대책에 담네 안 담네 그런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데요. 내력벽 철거라는 것은 정책적 판단을 할 것이 아니고… 어쨌든 국민의
안전하고 직결되잖아요.”
하지만 1기 신도시도 지은 지 30여
년에 접어들면서 주택 노후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추후에라도 이들 지역을 리모델링 하면서 추가 공급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보입니다. 최근에는 성남 분당이나 고양시, 안양, 군포, 부천 등 1기
신도시 의원들이 나서서 ‘1기 신도시 도시재생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을
갖기도 했고요.
현재로서는 좀 더 유력해 보이는 방안은 3기 신도시 용적률 완화입니다. 오늘(21일) 경기도가 3기 신도시 등 경기도시주택공사가 추진하는 대규모 개발사업 부지 안에 ‘경기도형
기본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발표를 냈는데요. 경기도형 기본주택은
무주택자면 누구나, 역세권에,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모델입니다. 여기에서 특례용적률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핵심지역
역세권 용적률을 500%로 상향한다는 방침입니다.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은 7·10대책에서도
검토 가능한 대안으로 제시된 만큼 현재로써 가장 가능성이 큰 공급대책으로 보입니다.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고양 창릉·부천
대장·인천 계양 등 3기 신도시의 법정 상한 용적률을 최대 220%까지 올리는 방안이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
일부에서도 특례용적률이 도입될 듯한데요. 서울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고밀 개발이 이뤄질 것 같습니다. /hey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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