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 ‘대출금리 조작' 사태 이어 직원 가족 ‘셀프 감면’ 논란
[서울경제TV=정순영 기자] '대출금리 조작' 사태의 BNK경남은행이 다시 직원 '가족 금리 셀프 감면'으로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경남은행이 고객들의 대출 금리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진 시기와 겹친데다 당사자들에 제대로 된 징계조차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국회 정무위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대출 취급의 적정성 조사’ 자료에 따르면 경남은행 28개 영업점은 2010년 4월~2018년 3월 영업점장의 가족에게 41건의 대출을 실행하면서 총 43억4,900만원에 대한 금리를 깎아 준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 등 이해관계자에 대한 대출은 이해상충 소지가 클 뿐만 아니라 은행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임직원 대출의 우회 수단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는데도 경남은행 직원이 가족 대출 과정에서 시스템에서 자동 산출된 금리를 무시하고 가산금리 산출값이 1% 이하가 되도록 금리를 임의로 조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해당 내용은 2018년 대출금리 조작 사건과 별개의 조사 건으로 지난해 11월 경남은행에 경영개선 조치를 내렸다”며 “은행 직원의 이해관계자에 대한 대출 심사 시 관련 직원 참여가 제한될 수 있도록 승인 시스템을 개선하고 사후점검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족에게 대출 승인을 해주면서 금리를 임의 조정한 경남은행 직원에게는 별다른 자체 징계가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은행 측은 “금감원 조치를 받은지 시일이 지난 사안인데다 기업은행의 ‘직원 셀프대출’ 논란과 얽혀 내부적으로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경영개선 조치 이후 내부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개선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특히 경남은행은 지난 2018년 상반기 100곳이 넘는 점포에서 1만2,000건에 달하는 금리 부당 책정이 금감원으로부터 적발된 바 있다.
대출금리 조작으로 경남은행이 얻은 이득만 25억원으로 함께 적발된 은행 가운데 상황이 심각해 피해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당시 현행법으로 제재가 어렵다는 결론에 따라 경남은행은 피해자들에게 부당 이득 금액을 환급하고 시민단체의 민·형사 고발 역시 ‘혐의없음’으로 수사 종결되는 등 사태가 유야무야 봉합됐다.
금융위와 국회는 부랴부랴 은행법을 개정해 대출금리 조작을 불공정 영업행위에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당시 경남은행 등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던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대출금리 조작 사건은 은행 직원 개인의 비리가 아닌 부당이득을 챙기기 위한 은행 차원의 조직적 범죄였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처벌을 피해갔다”며 “이번 경남은행 문제가 다시 불거진 이유 역시 임직원들의 비리를 방조할 수 있는 불합리한 은행 구조와 소비자보다 금융사를 비호하는 금융당국의 문제”라고 밝혔다.
윤두현 의원실은 다음 달 실시되는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경남은행의 가족 대출 금리 조정 사례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금감원은 “기업은행 관련 사례를 전 은행권에 전파해 유사사례가 있는지 자체 점검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종합 개선대책을 마련하도록 요청한 상태”라며 “은행의 자체점검 결과 금융관련법령을 위반한 중대한 사항에 대해서는 필요시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binia9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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