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분양 앞둔 재건축 호재?
공시가격 현실화, 강남 재건축 영향은
공시가격 상승으로 이익보는 단지는
공시가격 현실화 문제될까
공시가격 현실화, 형평성 논란 배경은
[앵커]
지난달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안을 발표했죠. 그로부터 한달여가 지났습니다. 일부에선 세금 부담이 커질 거라는 우려에 불만의 목소리도 많이 나왔는데요. 소득이 적은 1주택자가 오히려 피해를 볼 거라는 말도 있고요. 하지만 공시가격이 높아지면서 반대로 ‘이익’을 보게 되는 곳들도 있다고 합니다.
공시가격과 관련한 최근 이슈, 부동산부 지혜진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일단 공시가격 현실화를 두고 시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큰 것 같아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인데 건강보험료 부담이 더 커졌다고들 하는데요. 그런데 오히려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선 공시지가가 올라간 게 호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요.
[기자]
네. 분양가 책정을 코앞에 둔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아파트 얘깁니다. 이 단지는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파트인데요. 최근까지만 해도 분양가 책정을 놓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신경전을 벌여왔습니다. 올해 7월 말부터 분양가상한제가 민간택지까지 확대되기 전까지만해도, 이 단지는 HUG의 고분양가 관리제도 영향 아래 있었는데요. HUG가 조합에 제시한 분양가는 평당 4,900만원이었습니다. 조합원들이 희망한 5,500만원과는 차이가 있는 금액인데요.
HUG는 고분양가 관리 지역에서 공급되는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인근에서 지난 1년 동안 분양된 아파트 가격보다 과도하게 높게 책정되는 것을 막아왔습니다. 인근 새 아파트들이 대부분 4,700만원에서 4,800만원 선에서 분양되다보니 래미안 원베일리도 그 이상 분양가를 받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조합은 후분양을 고민한다거나 일반분양 물량을 통매각하려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한 바 있습니다.
조합이 다양한 방식을 고민한 까닭은 분양가상한제 때문인데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영향 아래 들어가게 되면 HUG 분양가보다도 더 낮은 분양가가 책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에 건축비와 가산비를 더해 분양가를 책정하는 제돈데요. 정부가 이 제도를 민간택지까지 확대한 까닭이 고분양가를 더욱 엄격히 잡겠다는 취지여서 HUG 고분양가 제도보다도 조합에 더 불리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우려와 달리 공시가격 현실화로 택지비가 상승하면서 분양가도 덩달아 오르는 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원베일리의 택지비는 3.3㎡당 4,200만원이 나왔는데요. 통상적으로 건축비와 가산비가 1,000만원 정도 더해지는 점을 고려하면 평당 분양가가 5,00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HUG 고분양가 관리제도 아래에서는 받아내기 힘든 금액인데요. 오히려 분양가상한제가 강남권에서 불가능해 보였던 평당 분양가 5,000만원을 달성하게 해준 셈입니다. 조합에 확인해보니 분양가가 아직 확정되진 않았는데요. 이달 중으로 분양가가 확정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앵커]
래미안 원베일리 말고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게 되면서 오히려 분양가가 더 높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가 있나요.
[기자]
네. 둔촌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해 1만2,000가구로 탈바꿈하는 ‘둔촌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입니다. 이 단지도 분양가를 두고 갈등이 많았던 곳입니다. HUG 고분양가 관리제도에 가장 피해를 볼 뻔한 단지로도 알려졌는데요. 그 이유는 그동안 강동구 일대에 새 아파트가 없어서 가격 기준이 모호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서울 전체 분양가 평균에 맞춰 HUG 분양가가 책정됐는데요. HUG가 둔촌주공 조합에 제시한 분양가는 3.3㎡당 3,000만원이 채 안됐습니다. 조합원들의 희망 분양가가 3,500만원 선이었던 것과 차이가 있었던 겁니다.
사실 조합원들에게 HUG 고분양가 제도보다 분양가상한제가 더 유리할 거라는 전망은 둔촌주공에서 가장 먼저 나왔습니다. 지난 6월 조합 차원에서 실시한 용역 조사에서 상한제 적용시 평당 분양가가 3,500만원을 넘어설 수 있을 거라는 결과가 나온 건데요.
향후 분양에 나설 단지들 중 공시지가가 높은 곳들, 즉 주로 강남권 단지들이 공시가격 현실화의 반사이익을 보게 될 전망입니다. 래미안 원베일리 인근 단지인 래미안 원펜타스는 분양가상한제를 회피하기 위해 노력했던 단지 중 하난데요. HUG로부터 분양보증을 제때 받지 못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게 됐지만, 오히려 더 높은 분양가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앵커]
공시가격 현실화로 반사이익을 보는 곳들도 있지만 시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여전히 집 하나 가진 저소득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목소리가 있는 건데요. 그럼에도 정확한 시세를 반영하기 위해선 불가피할 것 같은데, 공시가격 현실화 정말 문제일까요.
[기자]
사실 ‘세금 폭탄론’에 대해선 반박도 많습니다. 실효세율을 따져보면 사실상 공시가격 인상으로 인한 세부담은 얼마되지 않는다는 건데요. 거기에 종합부동산세 같은 경우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부터 대상이 되는 ‘부자세금’이거든요. 현재 기준으로 공시가격 9억원이면 시세로는 13억원이 넘는 주택이어야 하는데요. 이렇게 고가 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소수라는 거죠.
또 1주택자들은 보유기간이나 공동명의, 고령층 등 다양한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세 부담은 다주택자에게만 가중될 거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그러나 건강보험료 인상은 좀 차이가 있습니다. 다주택자나 고가주택 소유자가 아니어도 공시가격 인상으로 건보료가 증액된 사람들이 늘어난 건데요. 실제로 지난달 기준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가 가구당 평균 8,245원 올랐습니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9.0% 오른 건데요. 이 때문에 코로나19 상황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나 은퇴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를 책정하는 방식에 좀 더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하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들은 주택, 자동차 등의 재산에도 보험료를 부과하기 때문인데요. 그러니까 공시가격 상승 때문에 올라간 건보료 논란은 공시가격 현실화가 쟁점이 아니라 건보료 부과의 형평성이 더 핵심이라는 겁니다. 건보료를 책정하는 방식을 소득에 따라 일제히 공평하게 부과하는 게 맞다는 겁니다.
[앵커]
형평성 문제도 있잖아요. 정부가 너무 아파트에만 집중했다는 지적이 있어요. 빌딩, 상가 등 비주거용 부동산은 물론이고 같은 주택이라도 빌라나 단독주택 현실화율과도 큰 차이가 있다는 거잖아요.
[기자]
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꾸준히 지적한 점이기도 한데요. 경실련은 올해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발표 이후에도 논평을 통해 “상가업무빌딩, 토지 등은 여전히 시세의 30~40%만 반영하는 공시지가 기준 과세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비판이 나오는 까닭은 비주거용 부동산은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주택과 다르게 행정안정부나 국세청의 기준시가를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경실련에 따르면 올해 실거래 된 1,000억원 이상 서울 소재 대형 빌딩의 공시지가 시세 반영률은 33%입니다.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69%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는 겁니다. 실제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도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현실화 방안은 빠져 있습니다. 아무리 주택 공시가격을 시세 수준으로 끌어 올려도 조세제도에 맹점이 있는 셈입니다.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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