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의 날씨와 경제] “수출 직격탄 ‘탄소국경세’ 대응 서둘러야”
[앵커]
전 세계적인 혹한, 폭염, 대홍수에 이어 우리나라도 추석 전에 태풍 찬투의 피해가 있었지만 미국은 슈퍼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피해가 극심했다고 합니다.
올 여름에 미국과 유럽에 몰아닥친 이상폭염과 대홍수는 이젠 선진국이라고 하더라도 기후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는데요. 그러다보니 유럽연합이 주축이 되어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탄소국경세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고 나섰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탄소국경세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유럽의회가 탄소국경세안을 통과시켰다구요?
[반기성 센터장]
혹시 ‘핏 포 55(Fit for 55)’란 단어를 들어보셨습니까? 저도 이번에 처음 들어본 단어인데요. 중년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 이름 같아 보이지만 이 단어는 유럽연합(EU)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건 청사진 중에 나오는 말입니다.
2050년에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의 탄소 배출 감축이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를 표현하는 단어가 ‘Fit for 55’ 이지요.
우르줄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화석연료 경제는 한계에 이르렀다. 다음 세대에 건강한 지구와, 자연을 해치지 않는 좋은 일자리와 성장을 남겨주고 싶다”면서 탄소국경세를 대표로 하는 법안을 공개했는데요. 이 법안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인데요.
유럽연합으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 함량이 유럽연합 역내에서 만든 제품보다 탄소배출량이 많다면 그 초과분을 2026년부터 세금을 물린다는 겁니다.
그리고 2035년부터는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도 금지했습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유럽연합과 마찬가지로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이젠 세계무역장벽의 강력한 조치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오자 마자 우리나라가 부딪치게 될 것이 기후변화무역장벽이 될 것이라는 겁니다.
[앵커]
유럽연합이 주도하고 미국이 동조하는 탄소국경세의 영향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반기성 센터장]
명분은 기후위기 대응입니다만 그 안에는 탈탄소 경제주도권을 쥐갰다는 속내가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연간 13조5,300억원에 달하는 탄소국경 세금을 거둬들여 유럽 기업을 보호하고 막대한 재정지출을 메우겠다는 계산이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당장 탄소국경세로 피해를 입게 되는 중국이나 인도 등은 ‘천사의 탈을 쓴 무역장벽’이라고 비판하는 건데요. 유럽연합이나 미국이 주도하는 탄소국경세가 실현된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탄소를 규제해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환경보호를 하겠다는 원칙 아래 중국을 의도적으로 견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중국도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어요. 그러나 중국은 화석연료 사용 비율이 높고 석탄을 중심으로 한 전력 수급으로 탄소취약성이 존재하고 에너지 효율성도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뒤쳐집니다. 따라서 유럽연합의 강화된 탄소 규제는 중국산 제품의 유럽이나 미국 수출에 있어 새로운 장벽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요.
[앵커]
유럽연합 의회에서는 통과됐지만 아직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이의가 제기되는 것은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것 아닌가요?
[반기성 센터장]
사실 유럽연합이 제기한 탄소국경세와 탄소규제는 큰 틀안에서는 합의되었지만 유럽 각국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즉 기후변화를 막자는 데는 동의합니다만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내 돈을 더 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인데요. 즉 지금까지 대부분의 환경규제는 기업의 문제였지만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경유나 가솔린 자동차를 포기해야 하고 또 난방을 위해 더 많은 부담이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
2018년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경유세 인상 반대 시위와 스위스가 올해 6월에 치른 국민투표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법안을 부결시킨 것도 좋은 예입니다.
당장 우리나라도 지난 달 탄소중립위원회가 제출한 안이 법으로 통과되었는데요.
탄소중립을 가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세와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는 것도 국민적 지지를 어느 정도 받겠느냐는 문제가 있습니다. 즉 아직 기후변화의 피해를 실감하지 못하는데 지금 당장 대가를 치른다는 것은 싫다는 거지요.
[앵커]
우리나라의 철이나 시멘트 등의 산업이 당장 타격을 받는다고 하던데요.
[반기성 센터장]
저는 이젠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유럽연합이나 미국의 방향이 냉정한 현실이라고 봅니다. 일단 우리나라도 탄소국경세가 시작된다면 탄소국경세가 적용될 5개 품목 중 지난해 철과 철강은 221만톤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구요. 알루미늄(5만2600톤), 비료(9214톤), 시멘트(80톤) 등은 철강에 비해선 작지만 손해가 예상됩니다.
EY한영회계법인은 2023년 유럽연합이 톤당 30.6달러의 탄소국경세를 부과한다면 우리 철강업계는 연간 약 1600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추산했으며 탄소배출권의 가격 상승으로 2030년에는 톤당 75달러가 부과될 경우 부담액은 4,000억원으로 늘어난다고 하는데요.
이럴 경우 2030년 기준 철강 수출액의 12.6%나 되며 우리나라 철강업계는 적자수출이 예상된다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혁신적인 기술개발로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한다고 한 것처럼 탄소 감축 기술 개발에 나서는 기업들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해 탄소국경세에 대응하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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