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부총재 “기대인플레 확산 방지에 통화정책 집중해야”
[서울경제TV=최재영 기자] 이승헌(사진) 한국은행 부총재는 23일 "기대인플레이션이 확산되지 않도록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 또다번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해 언급한 것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더 빨리 올려야 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 부총재는 이날 ‘21세기 금융비전포럼’이 주최한 조찬세미나에서 ‘최근 통화정책 운영여건 변화와 한국은행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21세기 금융비전포럼은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와 카이스트 교수 등이 우리나라 금융산업 선진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2002년 설립한 포럼이다. 금융관련 협회와 금융지주사, 은행, 증권사 등 20개 금융사로 구성됐다.
그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요국의 확정적 정책대응과 빠른 경기회복, 글로벌 공급제약 등이 중첩되면서 글로벌 물가 오름세가 크게 확대되는 등 중앙은행의 정책 여건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이 부총재는 이어 “앞으로도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공급제약이 이어질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진정에 따라 소비도 회복되면서 물가상승압력은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을 본다”고 전망했다.
이 부총재는 이날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미래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해 또한번 우려를 표했다.
그는 “미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은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고 물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금융완화기조를 빠르게 축소하고 있다”며 “한국은행으로서는 높아진 물가상승률이 기대인플레이션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제적 통화정책을 운용해 물가상승세를 둔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가계나 기업의 경제주체들이 보는 앞으로 물가상승 전망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오르면 근로자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기업은 인상분을 미리 제품 등에 반영한다. 따라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물가를 더욱더 끌어올리게 된다.
실제 올해 초 1%대였던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달 3.3%대를 기록했다. 현재 물가상승 흐름을 보면 5%를 넘어설 가능성도 나온다.
이 부총재는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확산 또는 장기화를 방지하는데 통화정책의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며 “최근 물가 불안은 수요‧공급 요인이 혼재돼 물가 오름세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점에서 기대인플레이션 확산을 매개로 장기화될 위험이 내재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총재의 발언은 한은이 더 강한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줬다고 보고 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금리인상에서 ‘기대인플레이션’ 우려를 내비쳤고 지난 9일 내놓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도 기대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지적하면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대인플레이션이 급격하게 오른다면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문가들도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며 “한은으로서는 현재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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