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부동산] 청년주택 왜 미워하나했더니 "집값 떨어져서"
"청년 들어오면 집값 하락, 슬럼화, 모텔화 된다"
매년 높아지는 청년주택 청약 열기…600대1도
[서울경제TV=이지영기자]
[앵커]
서울시가 오는 2026년까지 역세권 청년 주택을 총 8만 호 공급하겠다고 했죠. 사업이 잘 이뤄지고 있나 들여다봤더니 사업 추진이 미진한 부분도 있었고, 또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부동산부 이지영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최근 마장동에 위치한 역세권 청년주택 설립을 반대하는 시위가 예고됐다고요?
[기자]
네. 최근 마장역 인근에 역세권 청년주택이 들어서는 곳에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시위를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그래서 현장에 찾아가 봤더니 시위가 실제 행동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청년주택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서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교통 입지가 좋은 역세권에 서울에 사는 청년층이 살 수 있도록 공급하는 임대주택입니다. 서울시가 민간 사업자에 건물 용적률 완화해주고,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면 민간 사업자는 공공 및 민간임대주택을 지어 청년층에게 우선적으로 공급합니다. 청년들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입주할 수 있도록 주변 시세의 30~95%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최근 마장동의 경우엔, 주변에 청년주택은 아니지만,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서 있는데, 이번에 또 임대주택이 들어선다고 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겁니다.
[앵커]
지금 들은 사례 외에도, 역세권 청년주택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는 왕왕 있어 왔던 일이죠?
[기자]
맞습니다. 이런 문제는 꾸준히 계속돼 왔습니다. 2018년엔 영등포구청역 인근에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추진하려 했는데, 한 아파트 주민이 역세권 청년주택을 ‘5평형 빈민 아파트 신축 건’이라고 규정하며 안내문을 붙인 적도 있었고요.
또 최근에는 서울시와 롯데건설이 지상 35층 11개 동, 총 1,400가구 이상의 대규모 역세권 청년주택을 짓는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주민들이 현수막을 내걸며 반발이 거세지기도 했습니다.
이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곳곳의 구청 민원 게시판에는 “수십 년간 참아온 지역 주민들이 누려야 할 혜택을 왜 알 수 없는 청년들이 무슨 로또 맞듯이 서울 한복판 초역세권에 사는 혜택을 누려야 하는지 당최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는 글들도 올라오는 등 반대 여론이 많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기자]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를 만나 여러 사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청년들이 들어오면 동네가 슬럼화 된다, 주변 집값이 떨어진다, 심지어는 주변 인근이 모텔화 될 것이다라는 말까지도 들었다고 합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 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 인터뷰로 듣고 오겠습니다.
[인터뷰]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목동 쪽에서는 청년주택 지어지는 것을 반대하면서 이미 너무 많은 인구가 있어서 더 교통이 어려워질 거고, 이런 것들을 이유로 들면서 반대를 했다가 결국 무산됐거든요. 근데 그 이후에 그 공간에 사실 인구 많아지는 데 일조하는 것이 지어졌어요. 그런데 그때는 또 환영하셨던 게 있습니다. 그런 것들 보면서 청년주택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가 정말 인구가 많아지고 교통난이 더 심각해지는 거기에 근본적인 반대이유가 있지 않을 것 같다. 그런 것들을 종종 목격하죠."
[기자]
청년주택이 들어서면서 인근 집값이 떨어진 사례가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광운대학교 연구진이 2010년에서 2014년 서울시 자료를 분석한 ‘공공임대주택이 주택 매매 및 전세 가격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청년주택 같은 공공임대주택이 주변의 집값이 낮출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매매가격은 오히려 상승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주변이 슬럼화된다는 인식도 편견일 뿐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많이 들어서면 범죄 발생도 증가할 거다’ 이런 주장도 근거를 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공공임대주택과 범죄 발생 관계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오히려 공공주택 재고가 1호씩 늘어날 때마다 범죄 발생 건수는 오히려 0.81건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앵커]
입주를 하기도 전에 이런 대우를 받는다면, 입주를 하고 나서도 문제가 될 텐데요. 청년주택에 입주하려는 사람들, 많지 않겠네요?
[기자]
그렇지 않습니다. 역세권 청년주택의 인기는 해가 갈수록 올라가고 있습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에 따르면 역세권 청년주택 입주자모집 청약경쟁률을 살펴보면 2019년 1차 23.4대 1, 2020년 1차 26.3대 1, 2021년 1차 60대 1 등으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작년에 진행한 청년임대주택인 ‘홍대 크리원’의 청약 경쟁률은 약 600대 1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청년주택, 이렇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아무래도 청년층에게 주거 사다리로써 도움이 되니까 많이들 찾는 겁니다.
[앵커]
입주하고자 하는 청년층은 느는데,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계속되다 보면, 또 다른 사회적 갈등으로 커지지 않을까 우려되는데요. 해결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건물을 짓는 건축가들은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선 먼저, 공공임대주택이 많이 들어서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또 건물의 디자인 또한 중요한 요소라고 하는데요. 인터뷰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홍성용 대한건축사협회 편집국장 겸 건축가
"임대주택의 다양성, 즉 중산층도 들어가서 살 수 있는 다양한 임대주택들이 개발돼야 하고요. //인식 개선을 위한 또 하나의 준비는 디자인에 있습니다. 일단 디자인이 좋아야 하고, 굉장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대응을 해야하는 거죠. 그래서 프랑스나 덴마크 같은 경우, 사회적 주택들은 디자인의 혁신이 굉장합니다. //우리 같은 경우는, 임대주택 하면 그냥 숫자에 맞춰서 네모난 커다란 디자인의 특색도 없이 지어져 있잖아요. 그렇게 하니까 주민들이 거부감도 있는 거죠."
임대주택이 들어온다고 해서 생활에 불편함이 있다는 막연한 편견에, 청년층의 마음에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인식 개선을 위해 풀어나가 할 숙제들이 많아 보입니다.
[앵커]
네. 오늘 부동산부 이지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기자]
고맙습니다.
/easy@sedaily.com
[영상취재: 임원후, 김수영]
[영상편집: 강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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