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역사 전주 호남유치원 마지막 졸업식…폐기물처리시설 악취로 '폐원'
2월말 폐원 역사 속으로…유병철 이사장 "생각·질문·자신감 가져라"
[전주=신홍관 기자] 자연속 꿈의 궁전으로 불리던 호남유치원 제25회 졸업식 및 수료식이 지난 18일 전북교육문화회관에서 성료됐다. 이날 행사는 오전 10시와 오후 2시부로 나눠 실시됐다. 이날 졸업식 행사를 마지막으로 호남유치원은 문을 닫게 됐다.
박경애 원장은 이날 회고사에서 52년 역사와 전통을 말하며 울먹였다. 이어 유병철 이사장은 축사에서 "어린이 여러분은 오늘 졸업은 마침표를 찍는 것이 아니라 새출발의 길을 가는 시작이다"라면서 "앞으로 생각, 질문, 자신감을 갖는 청소년으로 성장하여 가정에서는 행복덩이가 사회와 국가에서는 기둥이, 지구촌을 위해서는 평화의 전도사로 성장해 주길 바란다"며 축하와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했다.
이날 졸업원아들은 영어뮤지컬을 선보여 참석한 학부모와 시민들로 부터 우렁찬 박수갈채을 받았다.
이어 학부모들은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전하는 종이비행기를 무대위로 날려 보내는 시간을 가져 한층 뜨거워졌다.
지난해 9월 호남유치원에 부임했던 유소정 원장은 "악취 등으로 2월 말로 폐원사실을 공개하자 200여명의 원아중에 60여명이 다른 유치원으로 전학을 갔다"면서 "그런 가운데서도 마지막까지 호남유치원 졸업장을 가슴에 달겠다는 의지를 밝혀준 원아가 144명(졸업 61명,수료 83명)이 된다"며 그 마음을 담아 원아들에게 빛나는 졸업장과 상품 등을 수여했다.
한편 호남유치원은 1971년 11월, 전주시 고사동에서 호남웅변학원(원장 유병철)으로 출발해 진북동 2개분점, 우아동, 효자동 등에 각각 분점 등을 신설해 27년동안 사회교육에 앞장서왔다.
이후 시대의 변천에 따라 친환경적이고 넓은 터를 잡아 전주시 삼천동 3가에 1997년 호남유치원(대표 유병철·원장 박경애)을 건립·이전해 부부가 25년동안 유아교육에 열정을 쏟았다. 이로써 유병철 박경애부부는 일생을 교육사업에 매진해왔다.
호남유치원은 '창의적인 어린이, 자심감있는 어린이, 협동하는어린이'라는 3대 교육목표를 세우고 사랑으로 교육하면서 어린이 교육기관으로 학부와 시민들로 부터 인정을 받아왔다. 52년간 학원과 유치원에서 배출된 졸업생은 무려 10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호남유치원 인근에 갑자기 전주권쓰레기매립장 3개시설, 대형폐기물처리시설, 광역폐기물소각장, 종합리싸이클링타운(음식물처리시설·하수슬러지자원화시설·재활용선별시설)을 비롯해 자원순환특화단지(일반공업단지)등 19여곳이 넘는 쓰레기시설들이 집적화 단진화 되면서 친환경 호남유치원은 악취와 소음등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장소의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 수년동안 학부모들의 민원과 항의가 빗발쳤다.
유치원장을 비롯한 교사들이 전주시와 주민지원협의체, 주민감시원들에게 수백번의 민원을 제기했지만 날이 갈수록 폐기물처리시설들의 기계·설비 고장등으로 악취·소음·비산먼지 등은 더욱 심각한 상태로 아이들의 건강을 해칠 우려를 낳았다.
앞서 전주시가 원광보건대학교(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실시한 2021년도 종합리싸이클링타운 3개시설 중 '하수슬러지자원화시설 환경영향조사'에서 악취배출농도 학교 유치원(엄격한기준)의 기준치(300이하)의 30배가 넘는 수치농도(1만)가 나왔다.
25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자연속 꿈의궁전 호남유치원 전경. [사진=호남유치원]
지난해 5월 전주시에 제출된 전주시종합리싸이클링타운 음식물류폐기물처리시설악취기술진단보고서(진단실시기관-주식회사 태성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유입악취의 복합악취 농도는 최저 100배에서 최고 3만배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전주시는 또 다시 호남유치원 인근에 '바이오가스를 이용한 수소·전지융복합사업'과 '폐기물재활용선별시설' 일/70톤 증설을 추진중이다.
이 같은 전주시의 폐기물처리시설 정책은 피해 영향권에 들어있는 학교(호남유치원)를 무시하고 밀어부치기식 쓰레기 행정으로 결국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호남유치원을 폐원사태로 몰아넣었다.
유병철 이사장은 "장녀 유소정 원장으로 대를 이어 유아교육사업을 계승·교육하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꿈과 희망을 접을 수 밖에 없다"며 억울함과 아쉬움을 밝혔다. /hknew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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