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왜곡·비방·소음에 기업·시민 ‘고통’…“올바른 시위문화 정착 필요”
[서울경제TV=성낙윤기자] 국내 대기업 사옥 앞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한 집회와 시위로 기업과 보행자, 주민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
연일 반복되는 확성기 소음과 인도 등에 설치된 불법 현수막 등에 인근 주민들과 보행자는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심지어 도로에 무단으로 설치된 천막은 교통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독자제공]
특히, 해당 행위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고의적으로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어 우리 기업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나아가 국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 시민의 불편을 볼모삼은 시위 만연
삼성 서초사옥이 위치한 강남역 주변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는 집회·시위에 피해 사례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고음의 장송곡 등은 근처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넘어 불쾌감을 주고 있다.
강남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매일 반복되는 스피커 소리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며 “시위 대상이나 내용과 상관이 없는데 왜 시달려야 하냐”고 하소연했다.
근처 어린이집의 피해는 더욱 막심하다. 어린이들이 낮잠을 자지 못하거나 큰 소리가 날 때마다 놀라는 증상을 보이고, 일부 어린이들은 장송곡을 따라부르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교육시설은 초·중·고등학교 주변에서 집회로 인한 학습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으면 집회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어린이집은 교육시설에 포함되지 않아 해당 집회를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사옥 주변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위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
판매대리점과 판매용역 계약을 맺고 신차를 판매하다 계약 해지된 A씨는 본인 계약 해지와 무관한 기아를 향해 복직을 요구하며 막무가내식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현대차그룹 한 직원은 “매일같이 소음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 스트레스는 겪어본 사람만 안다”며 “주변에 식욕부진, 불면증, 신경쇠약 등을 호소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A씨가 인도에 설치한 천막과 도로 옆에 세운 배너형 현수막 등은 인근 사거리를 운행하는 차량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서울시의 한 택시기사는 “운전자 시야를 방해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의 시위에 누가 공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밖에 KT, 쿠팡 등 다수 기업들의 사옥 앞에서도 무분별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 기업 신뢰도 저하…국가 이미지 악영향 우려도
기업들은 막무가내식 시위로 인한 신뢰도 하락, 기업 이미지 악화라는 피해를 입고 있다.
통상 기업의 사옥 앞에서 벌이는 시위는 자극적인 상황을 연출해 기업과 협상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를 위해 시위자들은 사실을 왜곡하거나 모욕적인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내걸거나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소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에 기업들은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에 나서는 자구책을 활용하지만,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고 기업이 승소하더라도 ‘이미지 실추’라는 피해가 지속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A씨는 민·형사 소송에서 패소한 이후에도 여전히 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반면 시위자는 패소하더라도 법원이 지정한 표현만 수정한 후 시위를 재개하기도 한다. 특히 ‘소음’과 관련해서는 법적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무분별하고 자극적인 시위로 인한 신뢰도 및 이미지 하락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없는 셈이다.
한편에서는 개별 기업들의 신뢰도 저하는 국가적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기업 사옥은 해외 거래처 관계자들의 방문이 잦을뿐더러,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도심지에 위치해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외국 파트너사 클라이언트들이 시위 현수막을 보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묻는 경우가 자주 있다”며 “상황을 설명해 이해시키지만, 질문 자체를 하지 않거나 소명이 불가능한 관광객 같은 경우는 나쁜 인상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올바른 시위문화 정착을 위해 현행 집시법 개정을 통해 규제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행법은 시위에 따른 피해자보다 시위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라며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보장하되 이 과정에서 기업이나 일반 시민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ys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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