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주변 365일 ‘시위 몸살’…“제도 보완해야”

[서울경제TV=성낙윤기자] 대기업 사옥 등지에서 벌어지는 편·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법과 공권력에 공백이 있어 변칙적으로 행해지는 무분별한 시위를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집회·시위의 자유는 존중하되 타인의 기본권이나 공익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시위 방식에 대한 금지·제한 사항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지자체나 경찰의 행정조치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 자극적인 현수막 게시…집회 기간만 연장하면 대응 못해
KT 광화문 사옥 앞. [사진=독자제공]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관할 행정청에 신고 후 전용 게시대에 걸린 현수막 외에는 모두 철거 대상이다. 하지만 ‘집회용품’으로 신고 된 광고물은 단속에서 배제된다. 심지어 신고된 집회 기간에는 실제 집회가 열리지 않더라도 해당 현수막을 단속할 수 있는 규정이 불분명하다.
이러한 법적 맹점을 이용해 30일 간격으로 집회 기간만 연장하며 마구잡이로 현수막을 내거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자극적이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문구로 점철된 현수막이 기업 사옥을 포함, 도로 곳곳에 걸려도 현행 집시법으로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
해당 현수막이 담고 있는 내용 또한 허위 사실이거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이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 승소해도 시위 주체가 일부 문구만 변경해 다시 게시하면 기업의 피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사회적 낭비가 계속되는 셈이다.
◇ 집시법 상 소음 규제도 빈틈…꼼수 시위로 ‘몸살’
한화 사옥 앞. [사진=독자제공]
시위로 인한 소음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집시법 상 최고 소음의 경우 1시간 동안 3번 이상 기준을 넘기거나, 평균 소음이 10분간 연속 측정해 기준을 넘으면 단속이 가능하다. 시위 주체는 1시간에 2번만 기준을 넘는 소음을 발생시키거나, 5분간 강한 소음을 내고 나머지 5분은 음소거하는 방식으로 법을 회피한다.
1인 시위는 집시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기업 사옥 입구 등지에서 기준 이상의 소음을 유발해도 사실상 제재하기 어려운 셈이다. 고층 빌딩이 늘어선 장소에서는 소음이 더 크게 울리지만, 해당 환경에 맞춰 소음을 측정하고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땅치 않다.
◇ 도로·인도에 설치된 천막…오가는 차량·행인만 피해
도로와 인도에 설치된 시위 천막 또한 문제다.
지방자치단체의 허가 없이 인도·차도에 설치된 천막은 불법이지만, 시위 주체가 천막을 집회용품이라고 주장하면 지자체 입장에서도 철거를 강행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경찰 또한 물리적 충돌 및 민원 등을 고려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 시위자들은 천막 안에 인화성 물질을 비치하고 숙식을 해결하는 등 안전문제까지 제기된다.
◇ 법원 결정도 뒷전…명분 상실한 시위도 이어져

현대차그룹 양재 사옥 앞. [사진=독자제공]
법원이 시위 방식에 대해 금지 가처분을 결정, 민·형사상 판결을 내려 명분을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가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 한 대기업은 사옥 앞에서 장기간 시위를 벌여온 A씨에게 과대 소음, 명예훼손 문구 금지 등 가처분 소송과 민사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다. 형사소송 1심에서도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A씨는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업의 책임이 없음으로 판명됐거나, 시위자가 잘못된 사실을 가지고 막무가내 주장을 펼쳐도 신고된 집회·시위는 실질적으로 제한할 근거가 없다”며 “사법부의 판단을 무시한 집회·시위로 인해 일반 시민들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법적 공백 해소 필요…“현실적 대응책 만들어야”
현행 집시법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시위의 권리와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20여 건이 넘는 집시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대부분 무분별하고 부당한 집회·시위가 우리 사회에 피해를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 골자다. 특히 이 중에는 지나친 소음, 일상 침해 등 도를 넘는 집회·시위를 금지 혹은 제한 할 수 있는 장치를 보완하자는 의견이 다수 포함돼 있다.
한 전문가는 “국회에 계류 중인 현행 집시법에 대한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것은 물론, 갈수록 다양해지는 편법 및 불법 시위 양상에 대응해 이를 제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법규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법과 원칙, 상식을 지키는 시위 문화 정착을 위해 행정당국의 더욱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nys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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