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숏폼 에세이 ‘15라운드를 버틴 록키처럼’
[서울경제TV=정창신기자] 매일이 그로기 상태인 우리를 버티게 하는 것은, 으리으리한 그 무엇이 아니라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는 ‘작은 것들의 지속적인 힘’이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20년 동안 문장을 가꿔온 작가 권희대는 여행 속에서 만난, 자신만의 꿈을 향해 하루를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첫 책으로 담았다.
화려하지도, 빛나지도 않지만 묵묵히 오늘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들은 간결하고 주제가 선명한 ‘숏폼’ 형식에 담겨, 인상적인 감동을 전하다. 상황을 반전시켜 해석하는 작가의 위트와 그가 찍은 사진은 이 작은 이야기들을 더 깊이 이해해 ‘삶의 큰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 책에 등장하는 무명 가수, 낯선 모텔 주인, 무뚝뚝한 식당 사장님, 제주도에서 시나리오를 쓰는 후배, 이삿짐센터의 일꾼들은 이웃이자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다. 세상 곳곳의 사람들이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그 단단하고도 작은 이야기들은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마주하는 우리들에게 크나큰 위로와 힘이 된다. 작가의 희망처럼 지금 좌절하고 있더라도 ‘버틴다’면 끝내 구원의 종이 울릴 것이다. 패배 속에서도 승리 이상의 것을 얻은 록키처럼.
저자인 권희대는 서른 살 넘어 자소서 외에 다른 글을 쓰기 시작했다. 위대한 문장가들을 바라보며 15라운드를 버틴 록키처럼 글을 쓴다. 트루먼 카포티, 레이먼드 챈들러, 스티븐 킹과 기형도까지 거인들의 까마득한 어깨에 기대어.
글쓰기라는 링은 호락호락하지 않아 매번 쓰라린 패배감을 안겨줬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상처 속에서도 영광을 얻는 법을 배웠다. 마치 그림처럼 생생한 그의 글은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대에서 미술을 공부했고 월간지 기자, 여행서 기획자 등을 거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복합문화공간 중 한 곳에서 홍보팀을 맡고 있다. 여러 길을 돌아왔지만 결국 문자로 그림을 그리며 사진도 찍는다. 책 속에 실린 사진은 미처 말로 하지 못해 사라지려는 마음의 조각이다. 어슴푸레하고 모호해 글이라는 외피를 갖지 못한 것들을 무엇으로든 표현하길 원한다. 그의 인스타를 방문하면 그가 찍은 더 많은 사진을 볼 수 있다.
신간 '15라운드를 버틴 록키처럼' 속 이미지. [사진=책밥상]
◇“마음의 바닥에, 아직도 꿈이 남아 있는가?”
하루가 다르게 흉흉한 뉴스를 비롯해, 약자들을 갈취하는 전세사기 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세상은 규칙 있는 링을 넘어 정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금리는 치솟고 물가도 오르고, 이런 상황에 선 당신들은 분명 오늘도 그로기, 내일도 그로기 상태일 것이다. 다운 직전의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붙들고 있지 않을까.
그런 당신에게 이 책은 지난밤의 흉몽 외에 ‘다른 꿈’을 이야기한다. “생존도 버거운 현실에서, 사치스런 꿈이라니”라며 분노의 펀치를 날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를 버티게 해주는 것은 꿈이라고 작가는 나지막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단지 아파트와 비트코인만이 아닌, 우리를 조금 더 인간답게 살게 해주는 것은 나를 밀고 나가게 하는 ‘꿈’이라고 말이다. 과연 당신은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작가는 글쓰기라는 꿈을 꾼다. 많은 사람들이 영상으로 몰려가는 시대, 좀처럼 각광받기 어려운 꿈을 ‘클리프행어’처럼 붙잡고 있다. 하지만 그는 삶에서 꿈이 주는 효용성을 안다. 거창하고 대단한 ‘최고’가 아닌, 내가 가진 것들을 보듬어 밀고 나가는 ‘최선’을 다하는 꿈이 무엇인지.
그래서 오늘도 작가는 글을 쓴다. 15라운드를 버틴 록키 발보아처럼 글쓰기가 자신을 세상이라는 링 바닥에 내리꽂을지라도 굽히지 않고서. 20년 동안 어떤 권위로부터 인정받지도, 폭발적인 주목을 받은 적도 없지만 다른 직업을 가진 부업작가로서 ‘마이너리그 1등 문장가’라는 꿈을 위해 미련할 정도로 쓴 기록이 이 책의 시작이다.
신간 '15라운드를 버틴 록키처럼' 속 이미지. [사진=책밥상]
◇“최고가 아닌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그들이 주는 위로와 감성”
이 책은 작가의 마음과 같은, ‘버티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책이다. 선택받지 못한 무명들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보내는 대책 없는 편지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AI가 결국 하지 못하는 것은 ‘꿈을 꾸는 인간의 일’임을 철썩 같이 믿는 ‘사람 냄새’ 가득한 글이다.
작가는 거리의 수많은 록키들에게 로프를 꼭 잡고 버티라고 말한다. 언젠가는 15라운드를 끝내는 종이 울리고야 말테니. 설령 패배하더라도 힘든 시절을 꿈으로 버틴 사람에게는 꿈 이상의 무언가가 남아 있게 될 거라며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응원한다.
이 책은 여행책이기도 하다. 관광지를 소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도시를 좋아하는 감각, 그 감성으로 바라본 ‘사람 여행책’이다. 여행하다 만난, 보통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는 주변에서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그로기 상태였던 우리는 다시 세상이라는 링 위로 올라 설 용기를 얻는다.
미술을 전공한 작가는 그림을 그리듯 글을 쓴다. 일상의 사건은 영상처럼 떠오르고, 여행지의 풍경에는 색깔이 더해진다. 그러한 그의 글이 지향하는 것은 잔잔한 온정과 감동이다. 이는 일상의 작은 이야기가 주는 가장 큰 힘이기도 하다. 작가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의 굴레 속에 갇혀 하루하루를 견디는 삶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바라본다.
무심코 지나칠 1회성 사건에도 선한 인간성의 교훈을 곱씹고, 연민이라는 감정의 우물에서 길어낸 따뜻한 독려로 독자들을 위무한다. 그러한 공감의 힘은 자신이 만난 사람들에게서 일어난 마음속 작은 스파크를 훈훈한 불의 이야기로 만든다.
우리의 일상은 이 책의 주인공들이 서 있는 배경이다. 그곳이 루틴처럼 흘러가는 공간이든, 낯선 곳의 여행지든. 그 공간 안에는 우리가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만나게 되는 ‘푸른 보석’ 같은 사람들이 살아간다. 마치 언덕길을 올라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가면 바다가 나타나는 어느 항구도시의 여정처럼. 이 책 속의 사람들은 그렇게 만난 너르고 푸른 바다다.
‘숏폼’처럼 짧은 글이 주는 단정하고 깔끔한 글맛 위에 작가의 20년 내공이 얹힌 위트와 역시 오랫동안 찍어온 사진이 어우러진 이 책은 ‘마음의 힘’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좋은 벗이 돼 줄 것이다. /csj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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