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4人4色 | 유기준] 전통의 숲에서 걸어나온 호랑이

전국 입력 2025-08-09 16:35:59 수정 2025-08-09 16:35:59 이경선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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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무형유산 민속목조각장 김종연과 까치호랑이의 부활

유기준 (재)전주문화재단 공예품전시관운영팀 차장

누군가에게 ‘호랑이’는 민화 속 한 장면이자 어릴 적 책갈피 같은 존재였다. 위협적이되 익살스럽고, 강인하되 어딘지 정감 어린 모습. 그런데 최근, 그 ‘호랑이’가 다시 우리 곁에 돌아왔다. 그것도 나무를 깎아 만든 까치호랑이의 모습으로.

전북무형유산 민속목조각장 김종연 장인이 수십 년 동안 손끝으로 빚어낸 전통 목조각 작품들이 요즘 다시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화제의 중심은 바로, 민화 속 ‘까치호랑이’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목조 조각이다.

그 인기는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형 퇴마 액션 드라마《데몬헌터스》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드라마 속에서 등장인물 뒤편을 지키고 있던 정겨운 까치호랑이 조각. 날카로운 눈매와 둥근 몸통, 그리고 까치의 날렵한 실루엣이 어우러진 그 작품은 바로 김종연 장인이 깎아낸 목조 까치호랑이다.

방송이 나간 직후, 김종연 장인의 작업실은 까치호랑이 주문 문의로 북새통이 되었다. 전통적인 민속 조각이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다시 살아난 순간이었다.

김종연 장인은 전통 목조각의 맥을 묵묵히 이어온 인물이다. 불상, 단청 장식, 민속 장승, 수호 조형물 등 다양한 목조각을 선보여왔지만, 그에게 목조각이란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에 가깝다. 나무결을 따라 칼이 지나갈 때, 장인은 단지 형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마음을 새긴다.

그의 까치호랑이는 단순히 과거를 재현한 조각이 아니다. 까치와 호랑이라는 상징은 오래전부터 화해와 수호, 길상과 정의의 의미를 담아온 전통적 모티브다. 장인은 이 이야기를 오늘날의 감각으로 새롭게 깎는다. 전통의 정신은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현대인의 공간에 어울리는 형태와 색감, 표정을 담아낸다.

그래서 그의 호랑이는 거실에도 어울리고, 갤러리에도 잘 어울린다. 보는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어딘지 귀엽고, 묘하게 든든하며 좋은일이 생길 것 만 같다.”

민속 목조각은 오랜 시간 동안 마을을 지키고, 사람의 소망을 품은 조형물이었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김종연 장인의 손을 통해 그 정신은 살아 숨 쉬고 있다. 나무는 여전히 그의 손 안에서 이야기를 품고, 그 이야기들은 드라마와 영화, 일상 속 공간을 통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까치호랑이는 단지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안에 잠든 전통과 상상력, 그리고 어떤 굳건한 믿음에 대한 표상이자, 보이지 않는 것을 지켜주는 조각된 위로다.

김종연 장인의 목조각은 그렇게 오늘도 사람들의 공간과 마음 속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 유기준 (재)전주문화재단 공예품전시관운영팀 차장

'문화 4人4色'은 전북 문화·예술 분야의 네 전문가가 도민에게 문화의 다양한 시각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매주 한 차례씩 기고, 생생한 리뷰, 기획기사 등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본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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