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앓이 없는 ‘A2 우유’, 국내 유업계 돌파구 되나
점유율 1위 서울우유 올 상반기 제품 출시 예고
연세유업도 지난해 진출, 유한건강생활은 수입품 판매
"저출산·관세 철폐로 위기…프리미엄 제품으로 돌파"
[서울경제TV=이혜란기자] 서울우유가 올해 상반기 내에 ‘A2 우유’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2019년 유한건강생활은 호주산 A2우유를 수입해 판매를 시작했고, 연세유업도 지난해 10월 관련 제품을 출시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국내 우유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인 서울우유가 ‘A2 우유’ 출시를 예고하면서 업계에서는 새로운 시장 형성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처럼 국내 유업계가 ‘A2 우유’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유업계가 주목한 ‘A2 우유’
A2 우유는 배앓이가 없고, 모유와 유사한 단백질 구조를 갖는다는 이유로 최근 아이를 키우는 부모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수요가 상승 중이다.
수입 제품을 통해 가장 먼저 A2 우유를 판매한 유한건강생활은 지난해 11월 뉴오리진 a2밀크가 그 전년 상반기 동기 대비 매출이 7배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연세유업이 출시한 A2 우유 역시 판매 초기 주문량 급증으로 품절사태가 나타날 정도였다.
A2 우유를 내세울 때 가장 먼저 드는 장점은 소화 불편감이 적다는 점이다. 락토프리 우유(유당 분해 효소가 부족한 사람 위해 유당 제거한 제품)를 마셔도 배앓이를 경험했다면, A2 우유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유당이 문제가 아닌 A1 단백질에 반응하는 사람일 수 있기 때문이다. A2 우유는 일반 우유에 들어있는 A1 단백질이 빠진 우유다.
A1 단백질이 없다는 게 무슨 이점일까? A1 단백질은 몸속에서 소화 효소와 만나면 BCM-7을 성분을 만드는데 이 성분은 소화불량, 배앓이, 알레르기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국내 유업계, 프리미엄 시장 공략 배경엔…“외면 받는 우유?”
최근 유업계에서는 ‘저출산으로 우유 소비층 감소’ 같은 이야기들이 자주 나온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우유 소비량은 2012년 335만 t(톤)에서 2022년 441만 t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1인당 소비량 역시 같은 기간 67.2kg(킬로그램)에서 85.7kg으로 늘었다.
하지만 품목별로 살펴보면 1인당 소비량은 치즈가 1.7kg 늘어난 반면 시유(원유를 소비자가 마실 수 있도록 살균 포장한 우유)는 2.1kg, 발효유는 0.7kg 감소했다. 서구화된 식생활 증가로 치즈 소비는 늘고, 마시는 우유 소비가 줄어든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낙농 선진국에 비해 우유 생산비가 높아, 소비되는 치즈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즈에 비해 시유는 운송비가 비싸고, 유통기한도 짧아 그나마 국내 생산 우유가 소비돼 왔지만, 그마저도 멸균우유 수입으로 위기를 맞게 됐다”고 답했다.
더욱이 2026년부터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과 EU산 유제품에 붙은 관세마저 사라진다. 원윳값 인상, 시유 소비량 감소, 수입 우유와의 치열한 가격 경쟁 등으로 국내 유업계는 전방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에 국내 유업계는 국산 우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으로 위기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A2 우유 출시는 저출산, FTA 관세 철폐 등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차별화된 제품 출시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호주나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A2 우유가 계속 성장하고 있는 점도 국내에서 A2 우유 출시를 준비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A2 우유, 국내 상용화 늦은 이유?
우리가 마시는 우유에 처음부터 A1 단백질이 들어있던 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는 대부분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홀스타인 품종이다. 처음엔 A2 단백질만 가졌던 홀스타인 종은 유럽으로 넘어오면서 유전자변이로 A1 단백질을 갖게 됐다.
홀스타인 종은 우유 생산량이 많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기르는 젖소가 된 만큼, 우리가 마시는 우유 대부분은 A2 단백질뿐 아니라 A1 단백질까지 포함하게 된 것이다.
윤성식 연세대학교 생명과학기술학부 명예교수는 “사실 염소, 산양, 그리고 젖소 중에서는 저지종 품종이 A2 우유를 생산할 수 있다”며, “하지만 생산량이 적고, 이미 국내 대부분의 젖소가 홀스타인 품종이어서 A2 우유를 대량생산하고 상용화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홀스타인 품종에 A2 유전형질을 가진 소의 정액을 공급해 품종을 개량하고 우유를 대량 생산하는 경우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젖소의 A2 유전인자 판별 기술이 해외 특허에 걸려 있다고 알려져 있는 데 국내 출시는 어떻게 가능할까? 업계 관계자는 “A2우유 관련 해외 특허 기술이 일부 지난해 5월 만료됐다”며, “또, 혈액으로 유전자 검사를 하는 방법 외에도 우유 속 A1, A2 단백질의 화학적 성분 차이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A2 젖소 구분이 가능해 국내산 A2 우유 출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A2 우유로 차별화 전략…새로운 시장 형성될까?
김관수 서울대학교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시장이 새 제품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좀 더 시켜봐야 하지만 이전에 파스퇴르 유업에서 시도했던 저온살균 고급우유 같은 상품 차별화 전략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일반 제품(product)는 상품 자체가 차별성을 띠지만, 쌀이나 밀, 우유 같은 산물(commodity)은 차별화가 쉽지 않은 만큼 프리미엄화 노력이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전과 달리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넓어진 것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 내다봤다. /ra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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