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건물이라면서 웬 학원?…입주민들 "사기분양" 항의
고덕아르테온 단지 내 유치원 건물 일조권 확보 실패
결국 학원으로 용도변경…조합 집행부와 입주민 갈등
4,000세대 대단지 유치원생 전원 '셔틀 타고 외부로'
[서울경제TV=이지영기자] 29일 서울 상일동의 '고덕아르테온' 아파트. 유치원생들의 등원 시간이 되자 단지 안으로 외부 유치원 셔틀버스가 끊임없이 들어왔다. 4,066세대나 되는 이 단지 안에는 근사하게 지어진 유치원 건물이 있다. 그런데도 외부 유치원 셔틀버스가 쉼없이 들어오는 이유는 뭘까.
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 내 지어진 유치원 건물이 돌연 학원 용도로 바뀌면서 재건축 조합 집행부와 입주민 사이에 갈등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고덕아르테온 단지 내 유치원은 지난해 12월 22일 학원으로 용도가 변경된 이후 현재까지 조합 집행부에 대한 입주민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집행부(임원단)이 주민 동의를 얻지 않고 용도 변경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입주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유치원 용도로 지은 건물이 학원으로 뒤바뀐 기가 막힌 사건은 '일조권'이 원인이 됐다. 이 건물은 다 지어 놓고도 일조권을 확보하지 못해 사용승인을 받지 못했고 4년을 끌다 결국 학원 용도로 바뀌었다. 아직까지 이 단지의 젊은 부부들은 아이들을 셔틀버스를 태워 외부 유치원에 보내야 한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엔 "분양할 땐 단지 내 유치원이 들어온다고 했는데 분양사기다", "유치원 운영 안 하면 이사도 고려 중이다", "용도 변경 절대 동의 안 한다"라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사업을 진행해 온 조합 임원단과 강동구청, 교육지원청의 안일한 일처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덕주공 3단지를 재건축한 이 아파트는 지난 2012년 7월 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 조합이 제출한 사업 제안서에 문제가 없었고, 강동송파교육지원청 또한 아무런 의견을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뒤인 2013년 4월, 송파교육지원청은 "이 설계대로라면 일조권 확보가 되지 않으니 정비구역 변경에 따른 사업시행인가 전까지 '유치원의 교육환경 보호계획'을 개발 사업자가 제출하도록 협조하라"는 의견을 구청에 보냈다. 하지만 조합 집행부는 이를 무시하고 공사를 진행했고, 송파교육지원청은 결국 일조권을 확보하지 못했단 이유로 유치원 사용승인을 내리지 않았다.
급기야 조합은 송파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소송을 했다. 유치원이 준공된 현재로서 일조량을 확보할 수 없으니 피고의 실기를 인정해 교육환경평가 심의를 생략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조합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고, 상고 포기로 판결이 확정됐다.
판결의 주된 내용은 '조합의 업무 과실'이었다. "일조량 등에 관한 교육환경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했음에도 유치원 준공 이전에 교육환경평가서 제출 및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조합 집행부는 지난해 강동구청에 이 건물에 대한 용도 변경을 신청해 결국 12월 학원 용도로 변경 승인을 받았다. 유치원으로 지은 건물을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주민 동의도 받지 않고 용도를 변경해 버린 것이다.
현재까지 송파교육지원청, 강동구청, 조합 집행부는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건축계획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는 이를 허가해준 구청에 과실이 있는 것이고, 건축계획에는 문제가 없지만 계획과 달리 시공했다면 조합 측이 잘못한 것인데 이 부분을 놓고 서로 간의 '진실 게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건축계획 단계부터 심의를 거치는데, 건축계획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면 그 이후 절차를 그대로 진행하도록 한 행정청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만약 건축단계에서 문제가 없었는데 이후 조합에서 건축계획과 다르게 건축을 했다고하면 조합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재건축 조합의 S 조합장은 서울경제TV와의 통화에서 "취재에 응할 생각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2021년 7월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소속 김종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사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eas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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