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2차 검사 착수…배상 범위 어디까지?

증권·금융 입력 2024-02-16 16:21:47 수정 2024-02-16 16:21:47 이연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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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ELS 손실 5,000억 넘어…총 손실액 7조 전망
당국, 2차 검사 착수…피해자 "당국 피해 방치" 감사 청구
당국, 자율 배상 압박…은행권 "현실적 어려워"
금융권, "배상 범위 DLF 사태와 다를 수도"

[서울경제TV = 이연아 기자] 홍콩ELS 손실액 총 규모가 7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ELS 피해자들이 금융당국에 대한 공익 감사 청구에 나섰다. 당국은 판매한 은행권을 향해 자율 배상안 준비를 압박하고 나섰지만, 은행권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당국의 검사 결과를 보고 움직이겠다는 뜻을 굳혔다. 금융권과 피해자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배상 범위에 대해서는 DLF 사태와 다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 홍콩ELS 손실 5,000억 넘어…피해자 "금융당국 피해 방치" 감사 청구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판매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의 손실액이 5,000억원이 넘는다. 지난 7일 만기가 도래한 H지수 ELS 규모는 9,733억원, 이 가운데 고객이 돌려받은 돈은 4,512억원으로 평균 손실률이 53.6%에 달한다. H지수 ELS 전체 규모는 15조4,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올해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 규모 만기가 도래한다. 상품 판매를 시작한 2021년 고점이었던 H지수 12,000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 절반 수준에서 큰 폭으로 반등하지 못한다면 전체 손실액은 7조원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H지수 ELS 피해자들은 어제(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에 금융당국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홍콩ELS피해자모임,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등은 금융당국이 위험상품 판매를 방치하는 등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하며 감사를 청구했다.


◆ 금감원, 오늘(16일)부터 2차 현장 검사 착수 

금융감독원은 H지수 ELS 상품 판매사를 대상으로 2차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오늘(16일)부터 시작된 2차 현장검사를 바탕으로 향후 분쟁조정 떄 배상 기준이 될 수 있는 책임 분담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2차 현장검사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6개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신한)가 대상이다. 금감원은 앞서 1차 현장검사 과정에서 확인한 불완전판매 사례를 유형화하고 2차 현장검사에서 추가적인 문제점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금감원은 이달 초 현장검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설 연휴 이후 2차 검사를 실시하기로 한 배경이 있다. 판매사 현장검사에는 금감원 검사국 뿐 아니라 분쟁조정국도 투입됐는데, 배상안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인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2021년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추세에 부응한다며 분쟁조정국 확대 등 조직 개편을 발표한 바 있다.


◆ 당국, 자율 배상 압박…은행권 "현실적 어려워"

금감원의 H지수 ELS 불완전판매 현장검사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향해 투자 손실에 대한 선제적 자율 배상을 준비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 5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감원의 올해 업무계획 발표 자리에서 "불법이냐 합법이냐를 떠나 금융사가 자율적 배상을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금융당국의 현장 검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배상 기준을 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국의 주문대로 자율배상을 진행하면, 배임 등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 선제적으로 진행한 배상에 대해 주주 채권자 등의 반발이 있거나, 과도하게 자율배상을 진행하는 경우 모두 배임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따라서, 은행권은 당국의 현장검사 결과 후 발표되는 기준에 따라 배상을 진행하는 쪽을 선택한 분위기다. 여기에, 판매사인 은행의 선제적 배상이 향후 법적 소송에서 스스로 불완전판매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등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 배상 범위 어디까지?…DLF와 다를 수도

금감원은 현재 2019년 해외 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 DLF 사태 당시 발표된 배상 기준안을 참고해 이번 H지수 ELS 배상 기준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DLF 사태 당시,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DLF 투자손실자에 대한 배상비율을 40~80%로 결정한 바 있다. DLF 사태 당시 불완전판매 여부 판단 기준을 크게 적합성 원칙 위반, 설명 의무 위반, 부당 권유로 분류해 점수를 매겨 배상 기준을 정했다. 65세 이상, 주부나 고령 은퇴자가 피해자일 경우 배상 수준이 더 높았고,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은 20% 수준으로 인정됐다. 일각에서는 DLF 사태 배상 수준과 다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DLF 사태의 경우 상품 설계 자체 문제가 있었고, 피해자 규모가 적어 배상안이 빠르게 나올 수 있었지만, 이번 H지수 ELS의 경우 투자자가 수만 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건별로 불완전판매 여부를 하나씩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금융권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후 고위험상품 판매 절차가 강화된 상황에서 벌어진 사태이기 때문에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 인정 범위가 DLF 사태와 다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ya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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