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의 날씨와 경제] “범선시대 다시 온다”…돛 단 화물선 증가
[앵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식민지 개척을 시작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선박이었는데요. 당시 선박은 거대한 돛을 달고 미국으로, 인도로, 남미로 병력을 싣고 가서 금은을 가지고 돌아오곤 했지요. 그러나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발명된 증기기관으로 인해 돛을 이용한 범선시대는 막을 내렸는데요.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최근에 다시 거대화물선에 돛을 달고 운행하는 화물선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오늘은 돛을 단 화물선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
네. 안녕하세요.
[앵커]
갑자기 돛을 이용한 화물선이 나온 배경은 무엇인가요?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
해상운송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연간 10억톤을 넘었다고 합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현재 국제 물동량의 90%를 차지하는 해운업의 탄소배출량은 2020년 기준 세계 전체 배출량의 약 3%인 10억8,000만톤으로 추정되는데요. 국제해사기구는 2030년까지 저탄소 에너지원의 비중을 5~10%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요.
장기적으로는 2050년 또는 그 전후까지 탄소 배출량을 순 제로로 줄이기로 합의했지만, 이 부문의 규모와 복잡성으로 인해 친환경연료가 고가이면서 생산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목표가 지연될 수 있었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최근 바람을 이용하기 위해 거대한 돛을 단 화물선을 취항시켜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경제적 이익도 얻기 위해서 이지요.
[앵커]
그렇다면 현재 돛을 단 화물선이 운항하고 있나요?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
세계적인 곡물 대기업 카길은 2023년 8월부터 길이 229m의 4만3,000톤급 곡물 운반선 ‘피시스 오션’(Pyxis Ocean)을 바다에 띄워 6개월 간 시험항해를 마쳤지요. 이 선박 갑판에는 높이가 37.5m에 이르는 거대한 풍력날개 ‘윈드윙스’(WindWings) 2개가 장착돼 있는데요. 풍력발전기와 똑같은 소재로 만든 이 날개는 옛 범선의 돛과 마찬가지로 정박 중에는 접혀 있고 항해 중에만 펼쳐지지요.
그리고 카노페(Canopée)사는 오션윙스(Oceanwings)라고 불리는 디젤 엔진과 돛으로 구동되는 화물선을 취역시켰는데요. 카노페는 유럽의 우주 로켓 아리안(Ariane) 6를 운반하기 위해 설계되었지요. 주갑판 위로 37m 높이로 우뚝 솟은 4개의 돛이 있는 카노페는 특이한 디자인과 매우 특이한 화물을 실은 화물선인데요. 돛의 총 표면적은 거의 1,486세제곱미터에 달합니다.
완전히 돛을 펼칠 때 항공기 날개를 닮아서 ‘오션윙스’라고 불리는 이 돛은 연료 소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바람이 가장 잘 불면 최대 50% 또는 60%까지 절약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10% 또는 15%까지 떨어질 수 있다"라고 선박을 운영하는 프랑스 회사인 Alizés의 전무 이사인 닐스 조유(Nils Joyeux)는 말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풍력을 이용한 돛이 달린 화물선의 경제적 이익은 어떤가요?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
피시스오션의 운항결과 하루 평균 3톤의 연료를 절감하는 효과를 보았다고 하는데요. 이 수치는 하루 11.2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것과 같지요. 그러니까 선박의 연간 평균 항해일수 237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 선박을 운영할 경우 한 해 2,650톤, 즉 자동차 480대에서 뿜어내는 온실가스를 저감하게 됩니다.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벙커유의 경우 톤 당 560달러이니까 연간 한척당 연료를 절감해서 얻는 경제적 이익은 20억8,000만원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기후변화와 대기오염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친환경적이며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더 희망적인 것은 화석연료로는 30% 정도 연료소비를 줄일 수 있었지만 향후 바이오연료로 구동된다면 최대 50%까지 연료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청정 연료를 연소하는 풍력선으로 설계 및 제작된 선박이 풍력을 이용하는 선박의 미래인데요.
앞으로 윈드윙스의 10년 투자 회수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데요. 그럴 경우 일반적으로 수명이 20년에서 25년인 선박의 경우 매우 적극적으로 풍력을 이용한 선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지요. 따라서 많은 선사들이 돛을 단 화물선을 운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앵커]
현재 많은 선사들이 돛을 이용한 선박을 주문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돛을 단 선박의 미래는 어떤가요?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
스웨덴의 선박 설계회사 왈리니우스 마린도 합작회사 ‘오션버드’를 설립해 풍력 선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요. 프랑스의 친환경 선사 제피르앤보레(Zephyr & Borée)는 길이 121m의 화물선 카노피에 4개의 돛을 달 예정이고요.
일본의 해운사 미쓰이 오에스케이 라인스(MOL)는 이미 1개의 대형 돛을 단 풍력 화물선으로 석탄을 운송하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현대조선소는 프랑스의 제피르앤보레로부터 메탄올 연료 엔진을 장착한 특수 설계 컨테이너 풍력선 5척을 주문받았지요.
풍력이용 선박의 미래는 매우 밝은데요. 국제풍력선박협회의 사무총장인 개빈 올라이트(Gavin Allwright)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31척의 대형(총 톤수 400톤 이상)의 풍력 보조 화물선이 운항 중이다. 2022년 말에 처음 23척을 설치하는 데 12년이 걸렸고, 다음 23척을 인도하는 데 12개월이 조금 넘게 걸렸다. 2025년 초까지 100척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는데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6만척의 대형 상선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돛을 단 선박의 영향은 제한적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력 추진 장치의 활용은 세 배의 이점을 줍니다.
단기적으로 화석 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화석 연료를 대체하기 시작할 때 무공해 연료의 필요성을 줄여 전환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며, 해운 회사가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무료 에너지원에 의존하면서 경제적이익을 얻을 수 있지요. 따라서 돛을 단 화물선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이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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