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자본잠식 법인에도 20억 대출한 우리은행…'손태승 부당대출' 어떻게 가능했나
서류 진위여부 확인 누락·대출 취급 과정 지점전결 임의처리 사례 발견
완전자본잠식 법인에 신용도 상향 평가 후 20억 대출 실행도
은행권 "완전자본잠식 법인 대출 실행 이해 불가"
금감원 "법령 위반소지와 대출취급 당시 이해상충 여부 법률 검토"
[서울경제TV = 이연아 기자]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350억원 규모 친인척 대상 부적정대출 사건이 금융감독원 검사로 드러난 후 우리은행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대상 부적정대출 사건에 대해 임원이 가진 절대권력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50억 부정적대출…손태승 앞에 멈춘 내부통제
금융감독원은 현장검사를 통해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대출이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11개 차주 대상 23건, 총 454억원 규모로 실행된 것을 확인했다. 금감원은 또,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대출금 실제 자금 사용자로 의심되는 9개 차주 대상 19건 162억원의 대출을 포함하면, 42건 총 616억원의 대출이 실행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 가운데 28건 350억 규모 대출이 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정해진 기준과 절차를 따르지 않고 부적정하게 대출실행이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대상 부적정대출 실행은 몇 가지 유형으로 정리된다. 먼저, 서류 진위여부 확인 누락 사례다.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A법인 대상 부동산 매입자금대출(1차대출)과 해당 부동산 리모델링공사자금 대출(2차대출)을 연이어 취급하는 과정에서, 1차대출 실행 후 차주가 제출한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해당 부동산 실거래가(20억원)가 차주가 대출신청시 제출한 매매계약서에 기재된 매매가격(30억원)보다 적었지만, 은행은 별도 사실 관계 확인 과정 없이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담보가치가 없는 담보물 담보설정, 보증여력이 없는 보증인 입보를 근거로 대출을 취급한 사례도 확인됐다.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D법인은 대출신청시점에 완전자본잠식상태였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가용가액이 전무한 부동산 담보 설정 등을 근거로 해당 법인 신용도를 상향 평가했고, 20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했다. E법인은 기존 대출 미상환 이력이 있었지만 보증인을 입보했다는 이유로 우리은행은 3억원의 신용대출을 실행했다. 하지만, 금감원 현장검사 결과 E법인 대출 보증인 대표이사는 본인 소유 부동산에 가압류가 설정된 보증여력이 부족한 보증인이었다.
대출취급 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본점 승인을 거치지 않고 지점전결로 임의처리한 사례도 확인됐다. F법인은 과거 실행된 대출이 본래 대출신청목적과 무관한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회수조치된 이력을 보유했다. 통상 은행에서 대출 용도외유용 이력이 있는 법인이 추가 대출을 신청할 경우, 본점 승인을 거쳐야 하지만, 우리은행은 F법인에 대해 본점승인 없이 지점전결로 추가 대출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G법인은 신용등급을 고려할 때 대출취급을 위해서는 지점전결이 아닌 본부승인이 필요했지만, 취급지점은 해당 법인의 신용등급을 근거 없이 상향 평가한 후 지점전결로 대출을 취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내부통제 안 한 것인가, 못 한 것인가
금융권에서는 손 전 회장의 부적정대출 사건에 대해 사전에 인지했다고 하더라도 내부통제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특히, 은행권 다수 관계자들은 기업대출 심사는 은행마다 구축한 정량, 정성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진행되는데, 대출 규모와 금감원에서 발표한 부적정대출 유형 등을 고려하면 상급자 지시 없이 대출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손 전 회장 친인척 부적정대출 사건 관련 금감원 검사 결과에서 드러난 완전자본잠식상태 법인 대상 20억 대출 실행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은행권에서는 특히 완전자본잠식상태 법인은 사실상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완전자본잠식상태 재무제표를 근거로 심사역을 설득해 대출을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금감원은 이번 손 전 회장의 부적정대출 사건에 대해 지주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행 체계에서 지주와 은행의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엄중하고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손 전 회장 친인척 부적정대출 검사과정에서 발견된 차주와 관련인의 허위서류 제출 관련 문서 위조, 사기 혐의 등에 대해서 수사기관에 통보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동시에 금융관련 법령 위반소지와 대출취급 당시 이해상충 여부 등 법률검토 부문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손 전 회장은 부적정대출 관련 직간접 개입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우리금융 측도 자체검사 결과 손 전 회장의 개입 사실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향후 검찰 수사에서는 손 전 회장의 직간접 개입과 인지 여부가 확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 ya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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