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불경기지만…현대건설 "주택도 해외도 다 잡는다"
"대형 원전 시공·해체 기술 보유"…국내 원전 사업 주도
고리·월성 1호기 해체가 관건…성공시 전세계 원전 해체 가능 7대 국가 등극
건설업계 빨간불에도 주택사업 선방…상반기 수주 3조 돌파
[서울경제TV=이지영기자] 현대건설이 건설경기 불황에도 해외 건설 사업과 주택 사업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모습이다. 해외 사업에서는 원전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 세계가 원전을 수용하는 기조로 바뀌면서 진작 발을 들여놨던 원전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상반기 주택사업도 선방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수주액은 3조 원을 넘어서며 업계 2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건설, 원전 시공부터 해체까지 가능…국내 유일
현대건설이 지난 18일 국내 건설사 최초로 원자력 발전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원자력 공급망 품질경영시스템 ISO 19443 인증서를 국제적으로 공인받았다.
ISO 19443은 원자력 공급망의 안전성 및 품질 향상을 위해 고안된 원자력 품질관리 국제표준으로, ISO 9001(품질경영시스템)에 기반해 원자력 안전 분야에 특화된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 유럽의 주요 원전 운영 및 발주 국가에서 원전 사업 참여의 기본 조건으로 요구되고 있다.
이번 인증서에서 주목되는 점은 원전 건설뿐만 아니라 설계와 프로젝트 관리, 현장서비스(설치·조립, 유지관리), 시운전, 해체 및 폐로 등 원전 생애주기 전 분야에 해당하는 인증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건설사 중에서는 최초다.
현대건설은 이번 인증으로 불가리아를 비롯한 유럽 원전 시장 진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원전 해체'시기 도래…건설사 새 먹거리로 떠올라
전 세계가 원전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가동 수명이 다한 원전을 해체하고 다시 지어야 하는 시기도 다가왔다. 이에 '원전 해체시장'은 건설사들의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진작부터 원전 해체 기술에 발을 들인 현대건설에게는 희소식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90여 년간 원전 해체 시장 규모가 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소 가동 수명은 약 30년이다. IAEA는 이 기준에 따라 오는 2050년까지 총 588기의 원전을 영구 정지 대상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원자력 발전소는 총 417기이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58기, 해체를 목적으로 영구 정지된 원전은 209기다. 이 중에서 약 10%인 21기만 완전히 해체됐다.
원전 해체 과정의 핵심은 운전 과정에서 생성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방사성 물질 노출 시설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 있는 만큼 완전 해체까지 통상 15년 정도 걸린다. 전 세계에서 원전 해체 경험이 있는 나라도 미국·일본·독일·스위스 등 6개국에 불과하다.
신한울 원자력발전소1·2호기.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도 원전 해체 '경력' 생긴다…7번째 국가로 이름 올릴까
국내 기업 중에서는 현대건설이 국내 원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국내외 한국형 대형원전 36기 중 24기의 시공 주관사로 참여하는 등 원전 분야 최다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또 국내 해체원전(고리·월성1호기)의 방사능 오염평가 및 비용평가 기술용역을 수행하면서 해체사업 기술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원전 해체 경험은 없다. 국내 원전인 고리1호기, 월성1호기 해체 작업을 맡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최근 월성 1호기 해체를 위한 인허가를 신청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고리 1호기는 몇 달 더 됐지만, 아직 인허가 승인이 나지 않았다. 해체를 위한 시작 단계도 넘지 못해 해체 완료 시점은 까마득하다. 하지만 향후 이 산을 넘으면 현대건설은 원전 해체 경력이 한 줄 생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원전 해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6대 국가(미국·프랑스·일본·독일)에 나란히 이름을 올려 7번째 국가가 되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원전 해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원자력 기업 홀텍과 인디언포인트(IPEC) 원전 해체 사업 관련 협력 계약을 체결하면서 현대건설 직원들이 IPEC 원전 해체 사업 전반에 참여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 원전을 짓는 경험이 많을수록 해체할 수 있는 능력도 함께 쌓인다"고 말한다. 원전을 직접 지었으니, 역으로 해체할 수 있는 능력도 함께 취득한 셈이다.
현대건설은, '원전 해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목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내부에서 원전 해체시장을 굉장히 크게 보고 있다"며 "신규 원전 설계와 건설, 해체까지 원전 생애 전 주기를 아우르는 핵심 원천 기술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빨간불 여전하지만 주택 사업도 선방
공사비와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건설업계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 주택사업도 견고하게 이어나가고 있다. 상반기 도시정비 수주액은 약 3조 3,000억원으로 업계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신규 수주액은 4조6,000억원이었다.
지속되는 고물가·고금리 기조로 시공사들의 선별 수주가 강해지는 상황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에서 치열한 수주싸움 끝에 시공권을 따낸 이후, 인천과 대전, 서울 송파 등에서도 공격적인 수주를 이어갔다. 하반기에는 컨소시엄으로 서울 미아9-2구역, 방화3구역에 입찰이 예상되며, 부산 연산5구역 재건축사업과 서울 신반포2차 재건축사업에도 관심 있다고 알려졌다. /eas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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