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예산 1조 삭감…건설경기 내년에도 침체 이어지나
SOC사업 시공사 구하기 어려워…"단가 안맞아"
"침체된 건설경기 더 악화될까 우려"
[서울경제TV=이지영기자] 정부가 지난 27일 '2025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올해보다 1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안 그래도 부진한 건설 경기가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OC사업 단가도 안 맞는데 예산까지 줄어
'2025년 예산안' 12개 분야 중 올해보다 예산이 감액된 유일한 분야는 SOC이다. 내년 SOC 예산은 25조5,000억으로 편성됐다. 올해 예산이었던 26조 4,000억보다 약 1조원 줄어든 수준이다. 정부는 SOC 예산 감소에 대해 완공된 도로와 철도 노선이 많고 신규 노선은 소액 설계비만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서도 일감의 증감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침체한 건설경기 속 예산 증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한다. 건설경기가 더 위축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산이라도 늘려 공공공사를 확보할 수 있게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건설시장 크기는 약 300조원이다. 이번에 삭감된 예산 1조원은 적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공공공사가 전체 건설시장의 약 3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공공공사 물량 감소가 건설업계 분위기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공사비 급등으로 공공공사 유찰도 거듭되고 있다. 서울시가 집중호우 피해를 막기 위해 추진 중인 대심도 빗물터널 공사는 올해 1월 입찰을 진행했지만 두 차례 유찰됐다. 5월 세 번째 입찰에서 공사비를 14%(1,399억원) 늘어난 1조1,300억원으로 조정해 사업자를 선정했다. 이 여파로 예상 완공 시점은 오는 2027년에서 2028년 말로 1년가량 밀렸다.
강남과 위례신도시를 잇는 '위례신사선' 건설 사업도 서울시가 공사비 1,000억원가량의 증액에 합의하지 않으면서 GS건설 컨소시엄이 사업을 포기했다. 현재는 재공고를 내 건설사는 구하는 중이다. 이 사업 역시 애초 목표였던 2029년 개통은 어렵게 됐다.
이 외에도 안전시설과 쓰레기소각장, 종합병원 등 지역 필수시설의 공사도 사업 단가문제로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자사가 시공사로 참여하길 원하지만 단가가 터무니없이 낮아 사업성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손해를 봐야 할 정도라는 것이다. 이렇게 수차례 유찰이 되는 경우, 결국 SOC예산을 투입해 공사 단가를 올려 사업을 진행한다. 공사비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부문의 예산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일감 적어진 국내 토목 사업…해외서 성과내야
고금리, 공사비 상승으로 주택사업보단 SOC사업 수주로 눈을 돌린 건설사들은 상황이 더 어렵게 됐다.
일감이 적어져 해외 토목(교량·터널·수리·항만) 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 시공능력평가'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토목 공사 실적 순위는 △대우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SK에코플랜트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등 순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상반기에만 토목사업에서 1조883억원을 수주하며 비주택 분야 먹거리를 늘리고 있다. 삼성물산은 300억원 현대건설 1조4,040억원을 수주했다. 규모가 줄어든 국내 토목 공사 수주를 놓고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업계에선 SOC 예산이 늘어날수록 건설경기의 침체 정도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공사가 건설 경기를 완전히 회복시킬 수는 없지만, 그나마 어려운 상황 속 건설사들이 발을 디딜 수 있는 여력을 마련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더 각박해졌다"며 "건설업이 침체국면 속으로만 갈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as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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