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미래전략 ‘현대웨이’...차세대 모빌리티 전략은? (2)
경제·산업
입력 2024-10-22 14:49:19
수정 2024-10-22 14:49:19
이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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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라인업 확대…대중화 전력
해외 시장 겨냥한 'EREV' 출시 예고
수소 밸류체인 확보…상용화 관건
배터리 내재화로 경쟁력 제고
[서울경제TV=이수빈 인턴기자]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미래 전략에서 ‘친환경’이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수소차로 나아가는 전환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이전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동차에 동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방식이 성장의 속도와 방향성을 좌우한다.
국내 자동차 업계를 선도하는 현대차는 “친환경 시장에서 미래를 돌파하겠다”는 미래 방향성을 그려가고 있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의 개발·생산과 더불어 미래 에너지 패러다임이 수소로 전환되는 시기가 도래할 것을 확신한다며 수소차에 대한 기반을 다지고, 연계 사업의 확장을 통해 모빌리티 산업의 ‘퍼스트 무버’로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의 전동화 전략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아픈 손가락 전기자동차…현대차, “전기차 대중화로 캐즘 돌파”
전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으로 현대차의 올해 2분기 전기차 판매 신장세는 주춤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6년 뒤 전기차 연간 판매량 200만대 달성을 목표로 지속적인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으로 나아가는 속도는 조절하더라도 방향성은 지속한다는 계획을 바탕으로, 수익성보다는 대중화에 전력을 쏟고 있는 모양새다.
기존에 있던 수요를 지속적으로 충족시키면서도 새로운 시장에 대한 도전을 지속하면서 신규 수요를 창출해가겠단 의지도 엿볼 수 있다. 전기차 내부에서도 다양한 모델을 생산하며 전기차의 양적인 성장으로 캐즘을 돌파하고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겠단 전략이다. 미래의 두보 전진을 위해 수익성에서 한 발 물러섰다.
지금까지는 아이오닉 시리즈 같은 고성능 전기차를 선보이며 기술력을 선보이는 데에 집중했다면 올해 7월에는 소형 전기 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SUV) 모델인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시했다. 기존 중,대형 자동차 위주로 출시되던 전기차를 소형으로 출시하며 차체의 크기를 다양화하고 가격대를 대폭 낮춘 보급형 모델들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모델 안에서도 저가형 트림부터 고급형 트림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해 고객 맞춤형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다. 기존 아이오닉 시리즈와 코나 일렉트릭 차량에서도 기능을 슬림화하여 가격을 낮춘 실속형 e-value 시리즈를 내놓은 한편, 18일 출시된 캐스퍼 일렉트릭에서는 프리미엄 트림을 신설했다.
기존보다 다양화된 선택지로 새로운 고객들을 창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대중화에 만전을 기하는 행보다.
현대차는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올해 1분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세계 판매량 순위가 톱5에 오르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기반한 친환경차 전략이 성공했음을 입증했다. 이어 제네시스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비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전동화 수요 회복이 예상되는 오는 2030년까지 EREV를 비롯해 점진적으로 전기차 모델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제형 EV에서부터 럭셔리, 고성능까지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전기차 모델을 21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대중에 입맛에 맞는 자동차를 내놓으며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현대차의 포부다.
◇중국·북미 등 해외에선 ‘맞춤형’ 전기차 내세운다
중국과 북미 시장에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카드도 꺼내들었다.
EREV는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하이브리차와 비슷하지만 EREV의 엔진은 전기를 만드는 발전기로만 활용된다. 전기차보다 주행가능 거리가 길고 내연기관을 돌려 배터리팩을 충전하기 때문에 별도로 충전소를 갈 필요가 없다.
국내 교통 여건상 과도하게 긴 주행거리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별도의 구매 보조금도, 수요도 없어 국내에서 EREV 모델 출시를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그 수요가 입증된 바 있다. 지난해 중국 EREV 판매량은 60만대를 넘어섰다. 현재 중국에서 양산 중이거나 개발중인 EREV 모델은 20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EREV는 오는 2026년 말 북미와 중국에서 양산을 시작해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돌입한다. 현대차는 북미 시장에는 EREV 중에서도 현대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중형 SUV 차종을 우선 투입하기로 하고 연간 8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준중형 EREV는 중국에서 연간 3만대 이상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가 EREV 자동차까지 생산하게 되면 현대차는 완전 전동화에 이르는 대부분의 모델을 제조할 수 있는 업체가 된다.
◇수소 시장, 준비는 완료. 출격만 남았나?
수소차는 발전 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발생하지 않고 배터리 충전시간이 전기차에 비해 짧아 궁극의 친환경 차라고 불린다. 수소가 핵심 동력인 차세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의 중심이다.
업계에 따르면 수소자동차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토요타 자동차와 현대 자동차, BMW 정도에 머물러있다. 수소연료 시스템 개발과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손쉽게 뛰어들 없는 시장이라는 것이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개발 등에 11조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수소시장 개척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캐즘에 빠진 전기차에만 매달리지 않고 차세대 친환경차의 범위를 넓혀 위기를 헤쳐가겠다는 전략의 일부다.
현대차는 수소차 시대에 대비해 생산시설을 미리 갖춰 놓기 위해서 지난 2월 2,178억원을 투자해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 사업 관련 설비·자산과 연구개발 및 생산·품질관리 인력을 넘겨받아 생산 과정을 일원화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2만 3,000기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수소전기 저장용 배터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밸류체인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내재화에 성공한 것이다.
또 올해 초 열린 CES에서 현대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인 HTWO를 공개하고 인도네시아, 미국 등 다양한 국가의 합작 프로젝트 진행 현황을 공유하며 수소전기트럭을 비롯한 수소 모빌리티의 실증을 지속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 에너지 이용 확대 필요성과 미래 에너지 전환의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글로벌 수소 수요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파트너들과의 연대를 주도하며 수소 사회로의 전환 가속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자체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밸류체인을 적극 활용해 2028년까지 모든 자동차 라인업에 해당 전지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국내 유일 수소전기(FCEV) 승용차 '넥쏘'의 후속 모델을 2025년 5월에 양산할 계획이다.
해당 모델에 대한 자동차 시장에서의 반응에 따라 앞으로 현대차가 수소차 사업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고 이를 지속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 퍼스트 무버로의 도약, ‘배터리’에 달렸다
자동차 분야 전문가들은 "어떤 기술이 최종 승자가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 분산 투자 전략은 현명하다고 본다"고 평가하며 “지금까지의 전략이 현대차를 완성차 제조업의 핵심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면 주목해야 할 것은 앞으로의 방향성”이라고 지적한다.
현대차는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의 전 라인업을 확보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래를 이끌어갈 친환경 자동차는 배터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정착될 배터리뿐만 아니라 수소연료시스템의 밸류체인 확보 과정에서도 수소전기 저장용 배터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대차는 수소전기 저장용 배터리 보급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밝힌 바 없다. 이들의 숙제는 ‘배터리’에 있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내부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주로 외부에서 공급받아 사용한다. 지난 8월 현대차가 공개한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공개 목록에 따르면 SK온, LG 에너지 솔루션, 중국 CATL 등 외부 전문 배터리 회사의 제품을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다.
배터리 기반으로 한 자동차의 라인업이 확대될수록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기 때문에, 현대자동차의 입장에서는 배터리 기술을 내재화해 독자적인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미래 성장의 관건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의견이다. 즉, 배터리 회사에 자동차 제조과정의 패권을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본격적인 배터리 기술 리더십 확보를 목표로 2022년 1월 배터리개발센터를 출범했다. 기존의 설계·시험·선행개발 등 배터리 개발 관련 모든 조직을 통합한 배터리개발센터는 전기차,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에 탑재되는 모든 배터리의 셀 단위 및 시스템 설계부터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배터리 안정성 향상 등의 연구를 종합적으로 담당한다.
또 현대차는 기존 배터리 연구소에 제조설비를 구축하고 기술 인력을 채용하는 등 배터리 자체 생산을 위한 R&D 역량과 공정 기술력을 갈고 닦아가는 중이다.
현대차가 배터리 개발을 본격화하면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터리 밸류체인은 원자재 →배터리 소재 →배터리 셀 →완성차로 이어지는 구조다. 배터리 셀 기술을 내재화하면 전기차와 통합 개발할 수 있는 만큼 생산효율이 대폭 높아질 수 있다.
세계 1위 전기차업체인 중국 비야디(BYD)의 경우 배터리의 80~90%를 내부에서 조달하는데 배터리와 전기차를 한 묶음으로 설계·생산하자 각종 비용이 줄어들 뿐 아니라 각각의 차에 맞게 배터리를 최적화하면서 생산비용의 20~30%를 절감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도전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전동화 시대의 '퍼스트 무버'로 발돋움 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또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현대자동차는 완성차 제조를 넘어, 다양한 모빌리티로의 확장을 추진해 게임 체인저의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동화 시대의 퍼스트 무버는 단순히 자동차를 제조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는 업의 경계를 넘어서 전반적인 모빌리티의 밸류체인을 이끌어가고자 한다. 현대차가 배터리 내재화에 성공해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친환경 자동차에 숨을 불어넣고, ‘이동(movement)’의 패러다임을 바꿔 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sb4139@sedaily.com/sb4139@sedaily.com
국내 자동차 업계를 선도하는 현대차는 “친환경 시장에서 미래를 돌파하겠다”는 미래 방향성을 그려가고 있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의 개발·생산과 더불어 미래 에너지 패러다임이 수소로 전환되는 시기가 도래할 것을 확신한다며 수소차에 대한 기반을 다지고, 연계 사업의 확장을 통해 모빌리티 산업의 ‘퍼스트 무버’로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의 전동화 전략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아픈 손가락 전기자동차…현대차, “전기차 대중화로 캐즘 돌파”
전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으로 현대차의 올해 2분기 전기차 판매 신장세는 주춤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6년 뒤 전기차 연간 판매량 200만대 달성을 목표로 지속적인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으로 나아가는 속도는 조절하더라도 방향성은 지속한다는 계획을 바탕으로, 수익성보다는 대중화에 전력을 쏟고 있는 모양새다.
기존에 있던 수요를 지속적으로 충족시키면서도 새로운 시장에 대한 도전을 지속하면서 신규 수요를 창출해가겠단 의지도 엿볼 수 있다. 전기차 내부에서도 다양한 모델을 생산하며 전기차의 양적인 성장으로 캐즘을 돌파하고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겠단 전략이다. 미래의 두보 전진을 위해 수익성에서 한 발 물러섰다.
지금까지는 아이오닉 시리즈 같은 고성능 전기차를 선보이며 기술력을 선보이는 데에 집중했다면 올해 7월에는 소형 전기 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SUV) 모델인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시했다. 기존 중,대형 자동차 위주로 출시되던 전기차를 소형으로 출시하며 차체의 크기를 다양화하고 가격대를 대폭 낮춘 보급형 모델들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모델 안에서도 저가형 트림부터 고급형 트림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해 고객 맞춤형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다. 기존 아이오닉 시리즈와 코나 일렉트릭 차량에서도 기능을 슬림화하여 가격을 낮춘 실속형 e-value 시리즈를 내놓은 한편, 18일 출시된 캐스퍼 일렉트릭에서는 프리미엄 트림을 신설했다.
기존보다 다양화된 선택지로 새로운 고객들을 창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대중화에 만전을 기하는 행보다.
현대차는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올해 1분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세계 판매량 순위가 톱5에 오르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기반한 친환경차 전략이 성공했음을 입증했다. 이어 제네시스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비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전동화 수요 회복이 예상되는 오는 2030년까지 EREV를 비롯해 점진적으로 전기차 모델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제형 EV에서부터 럭셔리, 고성능까지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전기차 모델을 21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대중에 입맛에 맞는 자동차를 내놓으며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현대차의 포부다.
◇중국·북미 등 해외에선 ‘맞춤형’ 전기차 내세운다
중국과 북미 시장에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카드도 꺼내들었다.
EREV는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하이브리차와 비슷하지만 EREV의 엔진은 전기를 만드는 발전기로만 활용된다. 전기차보다 주행가능 거리가 길고 내연기관을 돌려 배터리팩을 충전하기 때문에 별도로 충전소를 갈 필요가 없다.
국내 교통 여건상 과도하게 긴 주행거리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별도의 구매 보조금도, 수요도 없어 국내에서 EREV 모델 출시를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그 수요가 입증된 바 있다. 지난해 중국 EREV 판매량은 60만대를 넘어섰다. 현재 중국에서 양산 중이거나 개발중인 EREV 모델은 20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EREV는 오는 2026년 말 북미와 중국에서 양산을 시작해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돌입한다. 현대차는 북미 시장에는 EREV 중에서도 현대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중형 SUV 차종을 우선 투입하기로 하고 연간 8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준중형 EREV는 중국에서 연간 3만대 이상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가 EREV 자동차까지 생산하게 되면 현대차는 완전 전동화에 이르는 대부분의 모델을 제조할 수 있는 업체가 된다.
◇수소 시장, 준비는 완료. 출격만 남았나?
수소차는 발전 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발생하지 않고 배터리 충전시간이 전기차에 비해 짧아 궁극의 친환경 차라고 불린다. 수소가 핵심 동력인 차세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의 중심이다.
업계에 따르면 수소자동차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토요타 자동차와 현대 자동차, BMW 정도에 머물러있다. 수소연료 시스템 개발과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손쉽게 뛰어들 없는 시장이라는 것이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개발 등에 11조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수소시장 개척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캐즘에 빠진 전기차에만 매달리지 않고 차세대 친환경차의 범위를 넓혀 위기를 헤쳐가겠다는 전략의 일부다.
현대차는 수소차 시대에 대비해 생산시설을 미리 갖춰 놓기 위해서 지난 2월 2,178억원을 투자해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 사업 관련 설비·자산과 연구개발 및 생산·품질관리 인력을 넘겨받아 생산 과정을 일원화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2만 3,000기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수소전기 저장용 배터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밸류체인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내재화에 성공한 것이다.
또 올해 초 열린 CES에서 현대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인 HTWO를 공개하고 인도네시아, 미국 등 다양한 국가의 합작 프로젝트 진행 현황을 공유하며 수소전기트럭을 비롯한 수소 모빌리티의 실증을 지속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 에너지 이용 확대 필요성과 미래 에너지 전환의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글로벌 수소 수요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파트너들과의 연대를 주도하며 수소 사회로의 전환 가속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자체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밸류체인을 적극 활용해 2028년까지 모든 자동차 라인업에 해당 전지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국내 유일 수소전기(FCEV) 승용차 '넥쏘'의 후속 모델을 2025년 5월에 양산할 계획이다.
해당 모델에 대한 자동차 시장에서의 반응에 따라 앞으로 현대차가 수소차 사업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고 이를 지속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 퍼스트 무버로의 도약, ‘배터리’에 달렸다
자동차 분야 전문가들은 "어떤 기술이 최종 승자가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 분산 투자 전략은 현명하다고 본다"고 평가하며 “지금까지의 전략이 현대차를 완성차 제조업의 핵심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면 주목해야 할 것은 앞으로의 방향성”이라고 지적한다.
현대차는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의 전 라인업을 확보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래를 이끌어갈 친환경 자동차는 배터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정착될 배터리뿐만 아니라 수소연료시스템의 밸류체인 확보 과정에서도 수소전기 저장용 배터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대차는 수소전기 저장용 배터리 보급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밝힌 바 없다. 이들의 숙제는 ‘배터리’에 있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내부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주로 외부에서 공급받아 사용한다. 지난 8월 현대차가 공개한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공개 목록에 따르면 SK온, LG 에너지 솔루션, 중국 CATL 등 외부 전문 배터리 회사의 제품을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다.
배터리 기반으로 한 자동차의 라인업이 확대될수록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기 때문에, 현대자동차의 입장에서는 배터리 기술을 내재화해 독자적인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미래 성장의 관건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의견이다. 즉, 배터리 회사에 자동차 제조과정의 패권을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본격적인 배터리 기술 리더십 확보를 목표로 2022년 1월 배터리개발센터를 출범했다. 기존의 설계·시험·선행개발 등 배터리 개발 관련 모든 조직을 통합한 배터리개발센터는 전기차,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에 탑재되는 모든 배터리의 셀 단위 및 시스템 설계부터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배터리 안정성 향상 등의 연구를 종합적으로 담당한다.
또 현대차는 기존 배터리 연구소에 제조설비를 구축하고 기술 인력을 채용하는 등 배터리 자체 생산을 위한 R&D 역량과 공정 기술력을 갈고 닦아가는 중이다.
현대차가 배터리 개발을 본격화하면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터리 밸류체인은 원자재 →배터리 소재 →배터리 셀 →완성차로 이어지는 구조다. 배터리 셀 기술을 내재화하면 전기차와 통합 개발할 수 있는 만큼 생산효율이 대폭 높아질 수 있다.
세계 1위 전기차업체인 중국 비야디(BYD)의 경우 배터리의 80~90%를 내부에서 조달하는데 배터리와 전기차를 한 묶음으로 설계·생산하자 각종 비용이 줄어들 뿐 아니라 각각의 차에 맞게 배터리를 최적화하면서 생산비용의 20~30%를 절감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도전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전동화 시대의 '퍼스트 무버'로 발돋움 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또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현대자동차는 완성차 제조를 넘어, 다양한 모빌리티로의 확장을 추진해 게임 체인저의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동화 시대의 퍼스트 무버는 단순히 자동차를 제조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는 업의 경계를 넘어서 전반적인 모빌리티의 밸류체인을 이끌어가고자 한다. 현대차가 배터리 내재화에 성공해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친환경 자동차에 숨을 불어넣고, ‘이동(movement)’의 패러다임을 바꿔 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sb4139@sedaily.com/sb413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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