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M&A 거센 비판에...정치권, 입법 논의 본격화

금융·증권 입력 2025-01-08 16:30:47 수정 2025-01-08 16:30:47 김보연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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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김보연 기자]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MBK)의 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인 고려아연을 겨냥한 적대적 M&A가 넉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MBK가 투자한 기업들의 인력 구조조정, 알짜 자산 매각, 스튜어드십코드 미도입 등 약탈적 행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노동시장 불안, 공급망 혼란, 경제안보 위협, 지역경제 훼손 등의 역효과도 부각되면서 단순한 M&A 차원이 아닌 사회적, 국가적 차원에서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 

정치권도 발빠른 대응을 위한 대책과 입법 논의에 나섰다. 연기금이 경제안보 수호 관점에서 적대적 M&A 대상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경영권 방어수단이 거의 없는 현실을 지적하며 포이즌 필(poison pill) 등 방어 장치를 도입하기 위해서다. 

이학영 국회부의장과 민병덕·강선우·강준현·권향엽·김남근·김원이·김태선·박상혁·박희승·서영석·이정문·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등 14명의 의원들이 공동으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진행했다. 

적대적 M&A는 대상 회사의 주식을 공개적으로 매수하거나 기존 주주들로부터 대량의 주식을 매입해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인데, 피인수 기업의 동의 없이 또는 경영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되는 기업 인수 및 합병을 의미한다. 

이 자리에서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사모펀드가 기업을 정상화하는 노력보다는 비용 절감에 매몰돼 노동자를 대거 해고하고 단기수익을 극대화하는 폐해들이 지적되고 있다”며 “사모펀드가 과도하게 경영에 개입하거나 경제적 약자를 어렵게 하는 부분에 대해 사회적 통제나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발제자로 나선 이정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적대적 M&A 현황과 문제점 및 국민연금 등 관계당국의 역할론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사모펀드가 자신들의 책임과 역할론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적극적으로 이끌지 못하면서 ‘부도덕한 투기자본’이라는 인식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적대적 M&A는 사업부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으며 기업 내부와 지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또 과거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 뒤 불거진 고용 불안정 문제와 핵심 자산 매각, 노조 약화 사례 등을 언급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는 문병국 고려아연 노동조합 위원장이 직접 발언을 자청해 눈길을 끌었다. 문 위원장은 “MBK와 영풍에서는 고용 안정에 대해 걱정 말라고 하지만 근로자들은 매일 숨막히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적대적 M&A 추진에 따른 노동자들의 고충을 토로했다.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강화를 둘러싼 목소리도 강하게 제기됐다. 

법무법인 여는 조혜진 변호사는 과거 MBK의 인수 이후 구조조정으로 해고당한 홈플러스와 방송통신사업체 C&M(현 딜라이브)사례를 들면서 국민연금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실제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10년동안 약 1만명의 인력을 줄였으며 C&M의 경우엔 최초 인수 당시 한 고용 유지 약속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불법파견에 해당하는 하청 구조의 고용 관계를 형성해 최악으로 치닫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2024년 상반기에 1조55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위탁운용사로 MBK를 선정했는데 이를 두고 국민연금이 공공성을 고려했다고 볼 수 없다는 비판이 많이 제기됐다”며 “공적자금의 공공성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 소속 박희승 민주당 의원도 토론회에서 “연기금이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사모펀드의 적대적 M&A에 투입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제2, 제3의 고려아연 사태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조 변호사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어 최성호 경기대 행정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명예교수가 토론자로 나서 포이즌필, 파등의결권과 같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장치 및 국민연금 역할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 마련 긴요성을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주식 63만여주를 매도해 지분율을 7.49%에서 4.51%로 낮춘 국민연금공단의 캐스팅보트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국민연금이 매도 직전까지 갖고 있던 의결권을 모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의 손을 들어주는 데 사용한다면 MBK를 소폭 앞설 수 있었다는 것인데, 국민연금 의결권이 줄면서 최 회장측이 MBK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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