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구시장 '큰 손' 된 2030…정작 아이들은 "빌려써요"

경제·산업 입력 2025-01-27 08:00:03 수정 2025-01-27 08:00:03 유여온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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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인구 급감…완구업계, 2030 공략 나서 
가챠·키링·봉제인형…키덜트가 빠진 것들
정작 아이들은 '내 장난감' 아닌 '대여 서비스'






















장난감들이 즐비한 완구 가게의 모습. [사진=뉴스1]




[서울경제TV=유여온 인턴기자] "이번 달만 코롯토(애니 장면이나 캐릭터를 인쇄해 아크릴에 붙여 만든 굿즈)에 20만원을 썼어요. 제가 원하는 상품이 없으면 직접 발주를 넣기도 해요", "레고는 신상품이 나오는 족족 사죠. 어렸을 때는 아무리 원해도 부모님 허락없이 가질 수 없었는데, 돈을 직접 벌게 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에 아낌없이 쓰려고 하는 편이에요", "요즘 가챠에 빠졌어요. 한번에 1,000원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계속 돈을 넣다보니 이젠 거의 중독됐어요."

평균연령 28세, 직장인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코롯토·레고·가챠 등 각자의 취향을 저격한 완구에 빠져있다. 어릴 적 가지지 못한 장난감들에 대한 동경과 성인의 경제력이 더해져 지속적으로 완구 소비를 이어가고 있는 것. 완구업계들이 아동인구 감소에 따른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고 발빠르게 움직인 결과다. 

◇ 아동 인구 급감…완구업계, 2030 공략 나서  

합계 출산율 0.72 시대. 저출생 현상이 심화되면서 어린이를 겨냥한 완구업계가 신시장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통계청 국내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4년 말 주민등록인구 기준 아동인구는 687만6,000명이다. 전년 대비 2.9%, 10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하면 무려 25.2% 줄어든 숫자다. 

이처럼 아동인구가 줄어든 탓에, 완구 시장은 새로운 소비층 확보에 나섰다. 그 주인공은 ‘키덜트족[어린이(Kid) 감성을 추구하는 성인(Adult)]’이라 불리는 2030 세대. 이제 완구의 주소비층이 어린이에서 2030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자료를 보면,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2014년 약 5,000억원에서 2020년 1조6,000억원까지 성장한 바 있다. 

완구 업계는 상품은 물론 마케팅 측면에서도 적극적으로 타깃 연령층을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블록 장난감 회사 레고그룹이다. 레고그룹은 일찍이 2019년부터 ‘성인 제품 전담팀’을 꾸리고 조립 권장 연령 ‘만 18세 이상’ 제품군 확대에 나섰다. 인테리어, 식물, 자동차, 건축물 등 테마를 보다 다양화해 성인 고객층을 확실히 사로잡았다. 

국내 완구기업 손오공도 해외에서 ‘성인들의 애착인형’이라 불리는 '스퀴시멜로우’를 국내에 들여왔다. '스퀴시멜로우'는 마시멜로우같은 촉감으로 안정감을 준다고 알려져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끈 제품이다.  

‘캐치! 티니핑’ 시리즈로 유명한 국내 제작사 SAMG 또한 성인 고객 유입에 열심이다. 지난해 아동을 넘어 MZ세대로 타깃을 확장한 IP '위시캣'을 내놓은데 이어, 2026년에는 성인 시청자를 위한 로봇 드라마 'K-트론'(가제)를 공개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 가챠·키링·봉제인형…키덜트가 빠진 것들 

이러한 완구 업계의 전략은 2030의 노스탤지어와 소비욕을 자극하며 성공적으로 소비층 전환을 이뤄냈다. 구매력을 갖춘 2030은 제품을 단순 소비하는 것이 아닌 열정적으로 수집하고 지속적으로 구입하는 충성도 높은 소비자로 탄탄히 자리잡았다. 기간 한정 상품, 팝업 단독 상품 등 희귀 제품 구입과 인증샷을 남기기 위한 팝업스토어 방문율도 압도적으로 높다. 

이들 사이에서 가방을 꾸미는 '백꾸', 텀블러를 꾸미는 '텀꾸' 등 키링으로 각종 소지품을 꾸미는 문화가 번지며 키링과 봉제인형의 판매도 부쩍 늘었다. 

아이들의 소소한 놀이로 여겨졌던 '가챠' 역시 2030이 주효한 소비층이다. 실제 지난해 9월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들어선 국내 최대 규모의 ‘가챠파크’는 입점 한 달 만에 매출 2억원의 성과를 올린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헬로키티, 포켓몬, 레고, 다마고치 등 어릴 적 즐기던 캐릭터나 완구제품을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정착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키덜트족이 소비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잡은 이유를 설명했다.

◇ 정작 아이들은 "장난감 빌려써요"

반면 철마다 인기 장난감이 달라지고 가격도 오르자 정작 아이들은 '내 장난감'을 갖기 어려워졌다. 학부모들이 대여 서비스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포장난감대여점 도화점을 이용하고 있는 학부모 신모 씨(42세·여)는 “애니메이션같이 시리즈별, 캐릭터별 상품이 계속 다양하게 나오는 경우엔 다 사주기 어렵다. 가격 자체도 그렇지만, 한번 사주게 되면 시리즈를 다 모을때까지 만족을 못할 것 같아 선뜻 사주기가 망설여진다"며 장난감 도서관을 이용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신 씨처럼 부담스러운 장난감 가격 때문에 구매보다는 대여나 중고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큰 맘 먹고 장난감을 장만하는 일종의 육아 문화가, 이제 대여 서비스로 대체되는 추세다. 아이들은 금방 자라 나날이 요구가 바뀌는데 그때마다 장난감을 사줄 수는 없으니 대안을 찾는 것이다.

장난감 도서관은 연회비 1만 원만 내면 한 번에 4개씩 장난감이나 육아용품을 빌릴 수 있어 경제적이다. 캐치 티니핑은 물론 고고다이노, 꼬마버스 타요 등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장난감들도 구비돼있다. 이처럼 수요가 높아지자 인기 제품을 선점하기 위해 예약 대기를 타는 부모들도 늘고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 씨(38세·여) “아이들이 장난감에 흥미를 잃으면 보통 중고로 내놓는다. 그것도 품이 드는 일이다보니 최대한 안 사고 여기를 이용하려고 하는데, 아이들이 선호하는 장난감이 겹치다보니 예약이 어려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구매 전 다양한 장난감을 써볼 수 있다는 확실한 이점이 있어, 학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가 발표한 연도별 현황에 따르면, 이같은 장난감·도서 대여 사업장과 놀이실 사업장은 2017년 86개에서 2023년 116개로 늘어났다. 장난감·도서 대여 실적의 경우, 2017년 대여건수 199만 377건, 이용자수 137만 1,891명에서 2023년 대여건수 240만 3,090건, 이용자수 149만 989명으로 늘어난 바 있다. 

2030세대가 완구 수요를 이끌고 있는 가운데, 육아하는 부모들은 대여 서비스로 몰리고 있는 아이러니.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경제학과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세대별 소비 목적과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로 해석했다.
그는"2030세대는 과거의 향수를 즐기거나 여가를 위해 적극적으로 키덜트 문화를 소비하는 반면, 육아하는 부모들은 완구를 '실용적 도구'로 접근한다. 장난감의 높은 가격, 빠르게 변하는 아이들의 취향, 짧은 사용 주기를 고려했을 때, 중고 거래나 대여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출생률 침체, 2030 키덜트족의 증가 등으로 완구 업계 소비층 역전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yeo-on03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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