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기차 충전 갈등'...'급속 충전'이 해법 될까
경제·산업
입력 2025-01-27 08:00:11
수정 2025-01-27 08:00:11
김수윤 기자
0개
공동주택 내 전기차 충전 분쟁 多…PHEV와 갈등 빚기도
해결책으로 급부상한 급속 충전
완속 충전기 비해 급속 충전 인프라 부족
정부·기업 '급속 인프라' 구축 위해 나서
[서울경제TV=김수윤 인턴기자] 경기도 모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퇴근 후 전기차 충전에 매번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A씨는 “전기차 충전 구역에 주차하는 일반차량, 충전 시간을 지키지 않고 자리에서 버티는 차들 때문에 곤혹스러웠던 적이 한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충전이 끝났는데도 충전 구역을 차지하고 있어 차 앞 유리에 붙은 전화번호로 연락해 보지만 답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양해를 부탁한다“는 답장만 돌아오기도 한다. 그는 “예전엔 차를 뺄 때까지 기다렸는데 이젠 그냥 신고하는 편”이라며 “아파트 내 주차 문제 때문에 차주들 간 다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 ‘공동주택’ 내 주차 분쟁은 현재 진행형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부터 작년 6월까지 2년 6개월 동안의 충전방해 행위 적발 건수는 6만건이 넘는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11조·16조’에 따르면 ‘충전방해 행위’란 ‘전기차·하이브리드차가 아닌 일반 자동차가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하거나 이용 시간 및 규칙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를 뜻한다.
정부는 이에 대처하고자 '안전신문고 앱'을 통한 신고 체계를 구축했다. 안전신문고에 따르면, 단순 친환경차 충전 구역 불법주차 신고의 경우, 동일한 위치 및 방향에서 1분 이상 간격으로 촬영한 사진을 2장 이상(최대 4장) 첨부해 신고해야 한다. 충전 시간을 초과한 불법주차의 경우 급속 충전시설은 1시간 이상 간격으로 촬영한 사진 2장 이상, 완속 충전시설은 5~9시간 이후 촬영한 사진 1장과 14시간 이후 촬영한 사진 1장 등 모두 3장 이상을 첨부해야 한다.
다만 신고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허비되고 피로감만 유발한다는 비판도 있다. A씨는 “신고하는 게 가장 정확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운전자가 현장에서 계속 기다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시스템 내에 충전 방해 행위 시 자동 신고 체계를 도입하는 등,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의 갈등은 새로운 암초
최근에는 일반 차량과의 갈등을 넘어서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 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PHEV 차량은 기존 하이브리드 차량과 달리 전기차처럼 충전구를 통한 완속 충전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전기차 충전 구역을 사용하게 되는데, 대략 3시간이면 충전 완료되는 PHEV 차량이 장시간 충전 구역을 차지하는 행위로 전기차 차주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정부는 이 같은 현상을 방지하고자 1월 2일 PHEV 차량의 충전 방해 행위 기준을 기존 ‘14시간 이상’에서 ‘7시간 이상’으로 조정하는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다만, 정부는 심야 시간에는 규정 적용 예외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퇴근 후 아파트 충전 구역에 차를 대놓는 경우 새벽 시간에 일어나 차를 빼야 하는데, 이런 불편함은 없애겠다는 것이다.
문학훈 교수는 “단순히 시간 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며 “충전 완료 시 차량이 즉시 이동하도록 유도하는 세부적이고 실효성 있는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해결책으로 급부상한 ‘급속’ 충전
현재 발생하는 분쟁의 대부분은 완속 충전시설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수도권 집중 현상 및 아파트 중심의 주거 형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완속 충전의 경우 충전 완료까지 수 시간이 소요되어 장기간 충전 지역 점유가 불가피한데, 제한된 주차 공간에서 이러한 장시간 점유는 필연적으로 분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급속 충전 인프라를 적재적소에 구축하는 것이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고 있다.
급속 충전의 장점은 말 그대로 압도적인 ‘충전 속도’다. 완속 충전의 경우 완충까지 8~16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급속은 1시간 이내에 충전이 가능하다. 특히 최근에는 기술 혁신을 통해 1시간에서 더 줄어들고 있다. 전기차 충전 솔루션 기업 채비(CHAEVI)의 400kW 초급속 충전기의 경우, 현대차나 포르쉐 등 고전압 차량은 15분 내외로 충전이 가능하다.
▲ ‘완속’ 충전기 많지만…‘급속’ 충전 인프라 부족하고 설치도 어려워
그러나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급속 충전 인프라는 전체 충전기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어 완속 충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보인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국내 완속 충전기는 약 35만기다. 완속 차충비(전기차 대수 대비 충전기 설치 비율)는 2:1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반해 급속 충전의 인프라는 여전히 모자란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국내 급속 충전소는 약 3만4,386면으로 2022년(1만3,649면) 대비 66% 증가했으나 2024년 성장률은 24% (8,100면)에 그쳤다. 현재 19:1 수준인 급속 차충비는 2030년에 29:1까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급속 충전기 설치에는 상당한 기술적,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 완속 충전기가 일반 가정용 전기로도 설치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급속 충전기는 50kW에서 최대 400kW까지의 고전력 설비가 필요해 한전의 특별고압 선로 인입과 대용량 변압기 설치, 수전설비 증설 등 대규모 전기 공사가 필수적이다.
김성은 채비(CHAEVI) 혁신부문 이사는 “설치뿐만 아니라 24시간 접근성과 충분한 주차 공간, 인프라를 설치할 수 있는 부지 면적, 상권 배후 수요 등을 모두 갖춘 프리미엄 부지를 5~7년 이상 장기 임대해야 하는 조건까지 더해진다”며 “급속 충전소 하나를 설치하는 데는 완속 충전기 대비 큰 초기 설비 투자와 1년 이상의 준비 기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 '급속 충전' 인프라 구축위해 나선 정부·기업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 업체들이 나서서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 누리집에 따르면 2024년 12월 말 기준 주요 민간 사업자들의 급속 충전기 운영 현황은 채비 5,529면, SK일렉링크 4,160면, 이브이시스 2,411면 등이다.
해당 업체들은 단순히 기계를 설치하는 것에서 벗어나 마트, 영화관 같은 공공장소 위주로 기계를 설치하거나 단순한 충전소 형태를 탈피해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대표적인 예시로 채비(CHAEVI)는 충전과 휴식, 식사, 세차 등이 가능한 도심형 복합 충전소 ’채비스테이‘를 통해 일반 충전소 대비 20~30%p 높은 가동률을 기록했다.
김성은 채비 이사는 “캐즘을 오히려 기회로 삼고 전기차 운전자들의 충전 불안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충전 인프라의 양적 확대를 넘어 기술 혁신과 서비스 다각화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1월 15일 ‘친환경차·이차전지 경쟁력 강화 방안’을 통해 올해 3,758억 원을 투입해 충전 병목지점을 중심으로 급속충전기 4,400기를 확충한다고 밝혔다.
문학훈 교수는 “정부나 기업이 전기차 인프라 규모를 확장하는 것과 동시에 실효성을 고려해 인프라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uyun@sedaily.com
[ⓒ 서울경제TV(www.sentv.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 [부동산 캘린더] 설 연휴 이후 분양 큰장…'래미안 원페를라' 청약 시작
- 경영권 방어 '1차전 성공' 고려아연...2차전 시작되나
- “설 연휴에도 당일배송”…유통가, 배송 서비스 강화
- "갤럭시 S25 써볼까?"…통신사 혜택 뭐 있나
- 지도까지 등장했는데…‘붕어빵’은 어디로 갔을까
- '거지방 vs 명품 오픈런'…소비양극화의 그늘
- 완구시장 '큰 손' 된 2030…정작 아이들은 "빌려써요"
- 기후동행카드, 출시 1년 만에 누적 충전 756만건 돌파
- 두산, 미국 최대 통신·시스템 설계 전시회 'DesignCon 2025' 참가
- 애플, 차량용 인포 시스템 '카플레이' 차세대 버전 출시 지연
주요뉴스
오늘의 날씨
마포구 상암동℃
강수확률 %
기획/취재
주간 TOP뉴스
- 1부산 기장군, 설 연휴 의료공백 최소화…응급진료체계 가동
- 2이헌승 "무분별한 은행 점포 폐쇄 막고 금융서비스 격차 완화해야"
- 3하나금융 차기 회장에 現 함영주 회장 내정
- 4하나금융, 차기 회장에 함영주 내정…회추위 "검증된 리더십 절실"
- 5영남이공대 건축학과 최영오 교수, 교육부 장관 표창 수상
- 6이철우 도지사, 종합상황실 및 119종합상황실 방문 근무자 격려
- 7송언석 의원, 이창재 김천시장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격려 방문. . .응원 메시지 전해
- 8김승수 의원, 강북·칠곡지역 주요사업 2025년도 국비 예산 대거 확보
- 9수성구 뚜비, 인스타그램 팔로워 1만명 돌파
- 102025년 부산 표준지 공시지가, 전년 대비 1.84% 상승…강서구 가장 높아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