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까지 등장했는데…‘붕어빵’은 어디로 갔을까

경제·산업 입력 2025-01-27 08:00:10 수정 2025-01-27 08:00:10 고원희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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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 허가 힘들고 고물가 여파 길거리 장사 어려워
노점 대신 부상하는 전문 가게·편의점
붕어빵, 고급화·프랜차이즈화로 갈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붕어빵 먹으려고 지도 보고 찾아갔는데 아예 노점이 없더라고요. 허탕쳤죠.”

한 붕어빵 지도를 보고 찾아간 소비자 A 씨는 막상 가보니 노점이 없어 붕어빵을 사 먹을 수 없었다. ‘붕어빵 지도’가 나올 정도로 붕어빵을 찾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막상 노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붕어빵 지도가 등장할 정도로 수요는 있는데, 왜 노점 수는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 자리는 계속 옮기고 손님은 끊기고…오르는 재료비까지 감당하기 힘들어

“역 근처에서 장사를 했었는데 단속에 걸려서 여기 골목 안쪽까지 들어오게 됐습니다. 전보다 손님들이 잘 안 와서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

서울시 마포구 어느 골목 안쪽에 위치한 붕어빵 노점. 이 노점 점주 B씨는 최근 걱정이 깊어졌다. 처음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역 근처에서 장사를 했지만 단속에 걸리자 지금의 골목 안쪽까지 들어와 장사를 하게 됐다. 깊숙한 위치에 사람들이 잘 오가지 않아 그는 매출이 떨어져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손님들이 이건 없어요? 저건 없어요? 하는데, 재료비 때문에 이것저것 하기가 쉽지 않죠.”

최근 다양한 맛의 붕어빵을 찾는 손님들이 늘었지만 치솟는 가스비와 재료비 때문에 그는 현재 가격으로는 신메뉴 개발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는 전체 매출 중 절반이 재룟값으로 나갈 정도라고 답했다. 


◆ 쉽지 않은 노점허가제부터 물가 상승으로 인한 재료비 인상…붕어빵 노점 운영 어려워

마포구청의 경우 노점허가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등록된 점포 수는 12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부터 1월(21일)까지 접수된 불법 노점 신고 건수 1,130건에 비하면 매우 적다. 마포구청은 현재 대부분의 노점이 도로폭 등 허가 조건에 맞지 않고, 허가를 받기 위해 개인 신분을 공개해야하는 점이 거부감을 줄 수 있어 등록을 하는 이들이 적을 것이라고 전했다. 노점허가제에 따라 거리가게 판매대 설치는 운영자 자부담을 원칙으로 하며 허가를 받은 후 도로점용료(1년에 20~30만 원 정도)를 납부해야 한다. 







[그래픽=고원희 인턴기자]








물가 상승 역시 붕어빵 가격이 오르거나 노점이 폐점되는데 한몫을 톡톡히 했다.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붕어빵 속재료로 쓰이는 팥(국산 붉은 팥, 40kg, 중도매인 판매 가격 기준)의 경우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약 40~50만 원대로 그 가격이 유지되다가 12월(2일 기준) 67만 원으로 가격이 껑충 뛰었다. 다음 달인 2025년 1월도 71만1,500원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노점 점주 B 씨가 과거 세 마리에 1,000원에 팔던 붕어빵을 이제는 2,000원에 팔수밖에 없는 이유다.


◆ 노점 대신 자리 잡는 붕어빵 전문 가게·편의점

붕어빵 수요는 많은데 공급할 노점이 줄다 보니 붕어빵 전문 가게와 편의점이 소비자들에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붕어빵 전문 가게. 원래 이곳은 쫀드기를 파는 가게였지만 겨울철 매출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붕어빵을 팔기 시작했고 매출 방어에 성공했다. 사장 C 씨는 노점에서 파는 메뉴 외에도 고구마맛, 콘치즈맛, 피자맛 등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 차별화를 했다고 답했다. 

그는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그는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은 물론 손으로 잡고 먹기 편하게 전용 케이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에는 가격보다는 예쁘고 사진 찍기 좋으면 손님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것 같다”라며 “붕어빵을 받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손님들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싸서 사 먹었던 길거리 간식 붕어빵이 이제는 보기 좋고 예쁜 ‘디저트’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 가게를 찾은 한 소비자는 “SNS에서 영상 보고 와봤는데 가격대는 좀 더 있지만 노점보다 맛도 다양하고 속이 꽉 차서 맛있다”라며 “예쁘게 사진 찍기도 좋아서 SNS에 올릴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답했다.

한편 편의점 업계도 붕어빵 판매에 뛰어들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붕어빵을 판매하는 매장 수는 2023~2024년 겨울 4,000점에서 2024~2025년 겨울 5,000점으로 25% 증가했다. 붕어빵 매출 역시 2023년 11~12월 대비 2024년 11~12월 약 12% 늘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붕어빵을 파는 노점 수가 감소함에 따라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으로 수요가 이동한 것 같다”라며, “상품성도 크게 개선돼 소비자들의 만족을 이끌어 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붕어빵을 판매하는 CU 매장은 단팥 붕어빵과 슈크림 붕어빵을 각 1100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2+1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5년 1월(1~19일) 기준 전년 대비 붕어빵 매출 신장률은 12.6%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붕어빵 판매 노점이 점점 줄어들자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이 새로운 붕세권(붕어빵+역세권)으로 부상하고 있다”라며, “가격도 2+1 행사 등을 이용하면 1개당 평균 1,000원인 길거리 붕어빵 시세보다 30% 가량 저렴한 개당 700원대로 더 싸다"라고 말했다.


◆ 붕어빵, 떡볶이·요거트 아이스크림처럼 고급화·프랜차이즈화 디저트로 자리 잡나

예쁜 사진을 찍고 다양한 맛의 붕어빵을 맛볼 수 있는 전문 가게와 높은 접근성과 노점보다 더 저렴한 행사가를 선보이는 편의점이 노점의 빈자리를 채우며 소비자들과 가까워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거 동네 분식점에서 1인분에 3,000원 안팎으로 사 먹던 떡볶이의 경우 이제는 하나에 ‘2만 원대’까지 그 가격이 올라갔다. 떡볶이에 고기 등 다양한 토핑을 추가할 수 있게 되는 등 고급화 전략으로 떡볶이 가격이 높아진 것이다. 하나에 500~1,000원이면 사 먹던 소프트콘 아이스크림 대신 이제는 하나에 1만 원이 넘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다. 요거트 아이스크림은 다양한 토핑을 조합해 나만의 이색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으로, 대표적인 아이스크림의 고급화 사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노점 수가 감소함에 따라 소비자는 노점의 감성을 포기하고 보기 좋게 예쁜, 편리한 붕어빵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떡볶이의 프랜차이즈화, 아이스크림의 고급화를 봤을 때 붕어빵 역시 프랜차이즈화·고급화의 디저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high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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