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방어 '1차전 성공' 고려아연...2차전 시작되나

[서울경제TV=김효진기자] 고려아연이 영풍·MBK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1차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영풍·MBK 측이 법적 대응을 시사해 분쟁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3일 고려아연은 임시주총에서 경영권을 방어해냈다. 영풍의 이사회 진입을 막아냈다. 고려아연 측이 상정한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상한제가 가결됐으며, 영풍 측이 상정한 집행임원제는 부결됐다. 이사 수 상한제 통과로 고려아연 이사 수는 19인으로 상한이 걸렸다. 기존 이사 수 12명을 제외하면 주총에서 신규 선임할 수 있는 이사 수는 7인이었다. 주주들은 1주당 1표를 투표하며 고려아연이 내세운 이사 후보 7명을 모두 새로운 이사로 선임했다. 영풍이 제안한 이사 후보 14명은 모두 과반수에 못 미치는 표를 받아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고려아연 이사 19명 중 고려아연 측 이사는 18명, 영풍 측 이사는 1명이 됐다.

반전 카드는 ‘상호주 제한’이었다. 주총 이틀 전인 21일 법원이 영풍·MBK의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 금지’ 가처분 신청에 인용 판결을 내리면서 대주주인 영풍·MBK 측의 승리에 무게가 기울기도 했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가결되더라도 1주당 1개의 투표권이 주어지는 보통결의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할 수 있어서였다. 지분율이 높은 측이 유리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총 하루 전인 22일 고려아연은 손자회사 SMC를 통해 영풍의 지분 10.33%를 획득했고, 상법상 상호주 제한 조항이 적용되게 됐다. 상법 369조 3항의 원문은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이다. 고려아연의 손자회사가 영풍 지분의 10분의 1이상을 획득하며 영풍의 고려아연 보유 지분 25.42%에 대한 의결권이 무력화되는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 측 변호인은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됨을 공고히 했고, MBK와 영풍 측은 “강도를 당한 기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임시주총에서의 경영권 방어는 성공했지만 경영권 분쟁 장기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풍·MBK가 임시주총에 대한 효력 정치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해섭니다. 영풍·MBK를 이끄는 김광일 MBK 부회장은 주총 다음 날 아침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박기덕 대표 등 관계자들을 공정위와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공정거래법과 시행령에 있는 “순환출자금지 규정을 회피하려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규정과 “자기의 주식을 소유·취득하고 잇는 계열사의 주식을 타인의 명의를 이용해 자기 계산으로 취득·소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어겼다는 주장이다.

고려아연도 임시주총 다음날 기자들을 만났다. 고려아연 경영진은 주총 다음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풍과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는 “MBK파트너스를 더이상 적이 아닌 새로운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박 대표는 "MBK파트너스는 자금력이 풍부한 사모펀드"라며 "소통과 대화를 통해 MBK가 고려아연을 위해 사모펀드의 순기능인 기업의 파트너 역할을 할 수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MBK가 원한다면 경영참여의 길도 열어놓겠다 전했다. 

(사진 추가 예정)

이어 영풍·MBK 측의 법적 대응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분쟁 장기화를 원치 않는다"며 영풍·MBK에 협력의 손을 내밀었다. 이 부회장은 "분쟁 장기화는 소모전"이라며 분쟁 장기화로 인한 일자리와 고용 불안, 고려아연의 경쟁력 하락을 우려했다. 이어 "이 걱정은 주주인 영풍·MBK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서로 협력하자"는 뜻을 밝혔다 /hyojean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