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신라, 연휴전 "적자 전환" 전격 공시...개미만 '한숨'

금융·증권 입력 2025-01-27 08:00:12 수정 2025-01-27 15:58:54 김보연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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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매출 부진에 지난해 영업손실 52억
주가 급락...투자자 "주식 분할 한줄 알았다"


신라면세점 서울점. [사진=호텔신라]


[서울경제TV=김보연 기자] 최대 9일 동안 이어지는 올해 설 황금연휴가 찾아왔지만, 호텔 신라 주주들은 마음 놓고 웃지 못하고 있다.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면세점의 저조한 실적 탓에 주가가 반토막났기 때문이다. 
















(출처 :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호텔 신라 주가)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거래일 기준 호텔신라는 3만9,45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같은 날 대비 33.58%, 2년 전 같은 날보단 52%나 추락했다. 반토막 났다. 현재 시가총액은 1조5,483억원으로 1년(2조3,313억원)만에 1조원 가량 쪼그라들었다. 

주식 시장의 '큰 손'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외면한 영향이 컸다. 최근 1년간 기관은 호텔신라 주식을 1,227억원, 외국인은 1,54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은 2,752억원 순매수하며 기관과 외국인의 물량을 받아냈다. 다만 수익률은 저조하다. 한 투자자는 종목토론방에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반토막 난 주가 보고 주식 분할한 줄 알았다"고 하소연했다.

호텔신라는 연휴 직전 거래일인 24일 정규장 마감 후 지난해 실적을 공개했다. 악재성 정보를 연휴 직전 장 마감 후에 발표하는 올빼미 공시다. 영업손실이 발생해 적자 전환됐기 때문이다. 

회사는 면세 사업 부진에 연결기준 작년 한 해 영업손실이 52억원으로 전년(영업이익 912억원)과 비교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공시했다. 시장 전망치(영업이익 77억원)에 한참 밑도는 수치다. 순손실도 615억원에 달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2019년 영업이익은 2,670억원에 달했다. 5년새 크게 쪼그라든 것인데, 예상보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수요 회복세가 더디고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여행객들이 면세점에서 지갑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4분기 영업손실은 27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적자 폭이 늘었다. 분기 면세 부문 영업손실이 43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매출과 순손실은 각각 9,478억원과 640억원이다. 

코로나19로 위축된 면세점 업황이 리오프닝 이후에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에서 면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4.1%에 달한다. 이외 호텔·레저업이 17.7%다. (3분기 보고서 기준)

















신라면세점 서울점. [사진=호텔신라]



호텔신라는 지난 1973년 설립 후 면세업과 호텔·레저업을 주요 사업으로 두고 있다, 호텔 부문에선 서울신라호텔·제주신라호텔 두 곳을 소유 운영하고 있으며 신라스테이(14곳), 신라모노그램(다낭), 삼성거제호텔 등은 임차·위탁 운영 중이다. 레저 부문은 헬스케어 자회사 ‘SHP’와 여행 자회사 ‘SBTM’ 등이 있다. 

면세점 실적엔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과 관광객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런데 중국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디면서 이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어 면세점 실적이 단기간에 반등하긴 어려워 보인다. 

중국 경기가 부진하면서 중국 소비자의 구매력이 하락해 예전만큼 국내 면세점을 찾지 않는 것이다. 중국 경기가 회복되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중국의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CPI)상승률이 0.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CPI는 전년 동기 대비 0.1% 상승하는 데 불과했다. 

리오프닝 후에도 면세점 큰손이던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비중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데다 따이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따이궁은 한국 면세점에서 화장품, 명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중국에서 팔았다. 

밸류업 기조에 따라 국장에선 주주환원 확대를 외치고 있지만, 호텔신라는 한발 비켜서 있다. 호텔신라는 지난 2001년부터 꾸준히 배당을 해온 바 있다. 2020년까진 보통주 1주당 350원, 2021년부턴 200원을 배당하고 있다. 다만 2023년 결산 기준 시가배당률은 시가배당률은 0.3%로 코스피 평균(2.72%)을 크게 밑돈 바 있다. 우선주 시가배당률도 0.7%에 그쳤다.


















[사진=신세계면세점]



더 큰 문제는 지속되는 실적부진으로 인해 재무구조가 악화했고, 밸류업을 위한 재원도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후 차입금이 늘어나며 부채비율이 함께 높아지고 있어서다. 차입금은 1조1,928억원(3분기 기준)으로 전분기말(1조887억원)에 비해 9.56% 증가했다. 


이같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호텔신라는 토지자산 재평가에 나섰다고 같은 날 공시했다. 자산재평가는 회계장부에 기재되는 자산 가격을 시가(현재 가격)에 가깝게 다시 평가하는 것인데, 보통 감가상각이 덜하고 가격 상승이 이뤄지는 토지에 대해서 많이 이뤄진다. 

대상 자산은 서울특별시 중구 장충동2가 202와 제주다. 재평가 결과 토지 등 유형자산은 9,373억원 증가했고 이연법인세자산은 1,114억원 감소했다. 이연법인세부채는 976억원 늘었다. 재평가잉여금(자본)은 7,283억원 증가했다.

















서울신라호텔 어번 아일랜드 전경.[사진=서울신라호텔]



자본이 곱절 증가하면서 부채 비율(총부채를 총자본으로 나눈 것)도 낮아졌다. 2022년 부채비율은 444.4%로 치솟은 후 2023년 394.1%였는데 자산재평가로 지난해 부채비율을 197%로 낮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호텔신라에겐 주가 상승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다. 잠재적 대량 매도 물량(오버행) 우려다. 회사는 만기가 다가온 1,5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자사주 지분 5.44%(213만5000주)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교환사채(EB)를 발행한 바 있다. 

EB는 1,328억 규모로 주식 수로는 213만5,000주다. 표면이자율은 0.0%이며, 만기일은 2029년 7월 5일까지이다. 향후 주가가 상승해 투자자들이 교환권을 행사할 경우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단 우려가 존재한다.  

한편, 인천국제공항 공사가 지난 2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공항을 이용하는 고객은 모두 214만1,101명, 일 평균 여객이 21만4,000명에 이를 것으로 집계한 만큼, 올해 면세점 실적이 나아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와 비교하면 무려 12.8% 늘어난 수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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