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플랫폼의 무한 확장…'디저트·K-POP·웹소설·티켓'까지
경제·산업
입력 2025-02-22 08:00:03
수정 2025-02-22 08:00:03
유여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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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리, 1020 여성의 모든 취향 담아내
뷰티 경쟁 뛰어든 'W컨셉·지그재그·무신사'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의 티켓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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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유여온 인턴기자] “여기서 앨범 굿즈도 사고 필통이랑 강아지 간식도 사요. 거의 하루 종일 이 앱을 들락날락하는 것 같아요." 소비자 A 씨는 요즘 한 패션 앱에 푹 빠졌다. "웹소설이랑 운세 보는 코너도 있고 그때그때 화장품 세일도 많이 해서 구경할 게 많거든요." 계속 새롭게 볼거리가 생겨나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는 게 이유다.
A 씨의 말처럼, 요즘 패션 플랫폼은 옷만 팔지 않는다. 디저트, 화장품, 아이돌 앨범 판매에 웹툰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본래 버티컬 플랫폼은 음악·쇼핑·패션·교육 등 특정 분야나 검색·커머스·커뮤니티 등 하나의 세부 기능에 집중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에이블리', 'W컨셉', '지그재그', '무신사', '크림' 등 국내 대표 '패션 전문' 버티컬 플랫폼들은 최근 적극적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버티컬' 정체성을 탈바꿈하는 모양새다.
특히 2025년 1월, 월간 활성이용자 2위를 기록한 에이블리의 변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는 종합물·전문몰 통합 순위로, 국내 이커머스 1위 '쿠팡'의 바로 다음을 꿰찬 것이기에 의미가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에이블리는 지난해 매출액 약 3600억 원, 연간 거래액 약 2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이익도 2023년 첫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래 가파르게 성장 중으로 알려졌다. 1020 여성을 타깃으로 시작한 '에이블리'는 어떻게 이런 독보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을까.
◇ 에이블리, 1020 여성의 모든 취향을 한 곳에
2015년에 설립된 '에이블리'는 1020 여성을 타깃으로 저가 의류를 판매하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누구나 쉽게 마켓을 입점할 수 있고, 결제·배송·고객 응대 등의 서비스는 에이블리가 지원하기 때문에 주부, 학생, 의류 매장 사장 등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브랜드를 창업하며 이용자가 늘었다. 각양각색의 개성을 가진 셀러들의 상품을 만날 수 있는 장으로 에이블리가 자리매김하게 된 배경이다.
2022년에는 이러한 장점을 살려 푸드 카테고리 또한 신설했다. SNS 인기 디저트와 유명 베이커리 상품을 집에서 간편히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 하자, 푸드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대비 220%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4월에는 웹툰·웹소설 서비스를 공식 론칭했다. 8월에는 국내 대표 K-POP 음반 유통 기업 ‘KTOWN4U’와 계약을 맺고 ‘앨범’ 카테고리를 만든 데 이어, 뷰티 라인업도 강화했다. 에이블리 뷰티 거래액 중 1020대 비중이 75%나 되는 만큼 릴리바이레드, 롬앤 등 '저가 브랜드'와 손을 잡고 '단독 기획'을 구성해 차별화를 꾀했다.
에이블리가 새롭게 선보인 디저트, K-POP 상품, 웹툰·웹소설, 저가 뷰티 서비스들은 모두 자사 주 고객층인 '1020 여성'이 이끄는 시장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다른 앱으로 옮겨갈 필요 없이 에이블리 안에서 취미와 소비 활동이 모두 가능하도록 이용자 환경을 조성한 전략이 고객 락인(Lock-in) 효과를 이끈 것으로 분석한다. 옷을 사러 온 고객이 재미 삼아 웹소설을 읽어보거나, 앨범을 구경하러 온 아이돌 팬이 저렴한 뷰티 제품을 구매하는 식으로 이용자 경험을 다양화해 고객의 앱 내 체류시간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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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뷰티에 뛰어든 패션 플랫폼 'W컨셉·지그재그·무신사'
에이블리뿐만 아니라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들은 너도나도 ‘뷰티 카테고리'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플랫폼 관계자들에 따르면, 뷰티 제품은 다른 소비재보다 물류관리에 용이하고 마진율도 높아 수익성 제고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진입 장벽이 낮고 패션과의 연관성도 크다 보니 기업들이 부담 없이 뷰티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2022년 뷰티 전문관 ‘직잭뷰티’를 론칭한 지그재그의 경우, 지난해 뷰티 카테고리 거래액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단독 기획 ‘직잭픽’을 선보이고, 론칭 초반 200여 개였던 입점 브랜드를 2400여 개까지 확대하는 등 다양한 고객 수요에 발맞춘 노력이 이 같은 성과로 이어진 것으로 관계자는 분석했다.
무신사의 뷰티 카테고리 거래액 또한 서비스 론칭 시점인 2021년과 비교해 9.6배 증가했다. 꾸준히 중소형 인디 브랜드를 발굴하고, 오드타입, 위찌 등 자체 브랜드(PB) 사업을 강화해 온 결과, 입점 브랜드 수도 3배 증가했다.
W컨셉의 경우, 지난해 뷰티 카테고리 거래액이 전년 대비 20%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 선보인 '뷰티페스타'의 매출도 개최 직후 나흘간 례례·텐스·아도르·파인다이브 등 신진 브랜드의 견인으로 지난해 대비 130% 증가하는 성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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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림(KREAM), 티켓 서비스로 '덕심’도 공략
한정판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은 2022년 인기 힙합 레이블 AOMG의 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티켓 판매 서비스를 가동했다. 최근에는 워터밤, 서울재즈페스티벌, 힙합플레이야 등 국내 인기 페스티벌을 비롯해, 종합 격투기 대회 'Z-파이트 나이트', 댄스 서바이벌 ‘스테이지 파이터’ 등 폭넓은 장르를 아우르며 여러 팬덤을 사로잡았다. 비주류에 가깝지만 팬덤 충성도가 두터운 '틈새 시장'을 공략한 결과, 지난해 티켓 거래액은 전년 대비 350%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뿐만 아니다. 크림은 '상품 기획 및 판매'로도 역량을 확장했다. 걸그룹 르세라핌과 브랜드 피치스의 컬래버를 기획해 18만 명 이상의 유입을 이끌어냈다. 아티스트 MD의 판매 채널 확장에도 나섰다. 'BT21(BTS와 라인프렌즈의 캐릭터)'와 브랜드 프라그먼트가 컬래버한 MD의 유통을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로 확장해 거래액 1억 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업계 전문가들은 고객의 관심사를 고루 충족시키기 위해 서비스를 확충하는 크림의 전략이 에이블리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크림의 주요 손님은 '한정판 패션템'을 구매하려는 젊은 세대. 취향이 확고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만큼, 힙합이나 인디 가수 콘서트 등 차별화된 포트폴리오가 이들을 사로잡기 적격이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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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점유율(Time Share)' 확보에 사활 거는 기업들
넷플릭스 창업자는 "수면 시간과 경쟁한다"고 했다. 다른 OTT가 아닌 고객이 시간을 쏟는 '모든 행위', '모든 업체'와 경쟁한다는 의미다. 한때 마케팅 업계에서 유명했던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닌텐도"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닌텐도의 탄생으로 실내에 머무는 고객층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운동화 구매 주기가 길어져 나이키 매출 감소를 불러왔다는 분석에서 비롯했다.
'시간 점유(Time Share)'는 결국 '시장 점유'로 이어진다. 이 같은 중요성을 안 기업들은 고객 시간 확보에 사활을 걸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해 왔다. 국내 패션 플랫폼들의 확장 움직임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하나의 앱 안에서 뷰티, 콘텐츠, 푸드, 문화 이벤트 등 모든 소비를 가능하게 만들어, 체류시간을 늘리고 효과적으로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방안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서비스 다양화가 주력 상품인 패션의 매출 확대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플랫폼 자체의 성장도 견인할 것이라 전망한다.
◇ 버티컬 플랫폼의 서비스 다양화, '독일까 득일까'
다만, 플랫폼들이 점차 평준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게 되면 본원 경쟁력이 흐려지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핵심 타깃과 정체성이 서로 달랐던 플랫폼들이 엇비슷하게 변해버리면, 결국 가장 덩치가 큰 1위 기업만이 살아남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콘텐츠 업계의 변천을 살펴보더라도, 론칭 당시 명확한 차별점을 내세웠던 왓챠, 웨이브, 티빙 등이 갈수록 유사한 작품군을 선보이며 개성을 잃었고, 그 결과 현재는 넷플릭스가 압도적인 점유율(61.1%)을 기록하며 시장을 독차지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패션 플랫폼 시장이 이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는 한편 본래의 색깔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지속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아마존이 국내 패션 플랫폼들의 좋은 참고 모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본래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고객 편의'에 중점을 두고 다방면의 제품군을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세계 최대 e커머스 업체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국내 패션 플랫폼들도 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패션과 상승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간다면 '종합 플랫폼'으로서 성공적 도약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최 교수의 조언이다. /yeo-on03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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