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4人4色 ①-전승훈] ‘다 함께(Together)’, 전북자치도의 올림픽을 생각하며

전국 입력 2025-03-08 15:09:21 수정 2025-03-08 16:43:02 이경선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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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훈 원광대학교 글로벌 K-컬처 사업단 기획행정실장

정승훈 원광대학교 글로벌 K-컬처 사업단 기획행정실장 [사진=이경선 기자]


도쿄올림픽 개막을 사흘 앞둔 2021년 7월 20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27년 만에 올림픽의 슬로건을 바꾸었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Faster, Higher, Stronger)’에 ‘다 함께(Together)’가 추가된 것이다.

그들은 “스포츠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대감이 필수적”이라며, 세계 곳곳을 하나로 묶어내는 끈끈한 연대를 강조했다. 이를 통해 올림픽이 평화와 화합의 장이라는 오래된 믿음은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겠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 ‘다 함께(Together)’라는 이상을 현실에서 온전히 실현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스포츠란 본질적으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경쟁을 포함한다. 오히려 선수들은 서로가 얼마나 치열한 시간을 견뎌야 했는지 잘 알고 있겠지만, 경기장 밖의 이들은 자국 선수의 메달 색깔에 더 열광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때로는 올림픽 출전을 꿈꾸는 이들의 땀방울보다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에 대한 대중의 실망이 더 크게 부각된다.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지만, 선수들이 공개 사과를 해야만 했던 모습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낸 집단적 욕망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또한, 올림픽은 거대한 돈과 자원을 요구한다. 유치 과정부터 경기장 건설, 홍보, 대회 운영까지 막대한 비용이 들며, 이로 인해 ‘올림픽 저주’라는 말이 생겨났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이 남긴 채무는 상환에만 30년이 걸렸고, 이후로도 많은 도시가 ‘빈 주머니’를 우려해 유치를 포기했다. 2022년 동계올림픽 때도 대부분의 후보 도시가 손을 들었고, 결국 중국 베이징과 카자흐스탄 알마티 두 곳만 경합을 벌였다.

정치와 무관하다던 올림픽 역시 가장 강력한 정치적 무대가 되어 왔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는 나치 독일이 체제를 선전했고, 1988년 서울 올림픽 역시 북한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목적이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대회에 불참함으로써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는 ‘보이콧’도 빈번했다.

1976년 몬트리올에서는 인종차별에 항의해 아프리카 26개국이, 냉전 시기였던 1980년 모스크바와 1984년 LA 올림픽에서는 다른 진영 국가들이 번갈아 참가를 거부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여러 나라가 코로나19에 대한 책임과 인권 문제 등을 들어 외교적 보이콧을 감행했다.

그러나 진정 ‘함께하지 못하는’ 이들은 의외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잃고 있다. 바로 빈민과 자연환경이다. 올림픽으로 인한 개발은 도시를 바꾸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재개발이나 미화를 명분으로 강제 철거당한 주거지나 경기장 건설을 목적으로 훼손된 환경은 되돌리기 어렵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명분 삼아 무차별적으로 철거되었던 빈민촌, 2018년 평창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1급 멸종위기 동물이 서식하던 가리왕산에 알파인 스키장을 건설하기 위해 12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베어낸 일은 선명한 상흔으로 남아 있다. 메달의 빛은 찬란하지만, 그 빛의 그림자는 늘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길게 드리운다.

지난 2025년 2월 28일, 전북특별자치도는 ‘2036년 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 도시 선정 투표’에서 경쟁자였던 서울을 누르고 최종 후보가 되었다. 지방 도시 간 연대를 통한 균형 발전, 한국 전통문화의 가치, 그리고 자연과의 공존을 내세운 결과였다. 그러나 이것이 곧 ‘다 함께(Together)’의 완성을 의미하진 않는다. 진정한 올림픽이 되려면 보다 많은 것을 품어내는 포용의 자세가 뒤따라야 한다.

올림픽은 인류가 한데 모여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아름다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무대가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을 앗아가고, 정치적 도구로 변질되며, 막대한 부채를 남긴 선례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라는 외침에 묻혀 주변의 가장 연약한 존재들이 다시 침묵한다면, 올림픽의 이상은 그저 허상에 머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북특별자치도가 유치하고자 하는 2036년 올림픽은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더욱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물론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높이, 그리고 조금 더 힘차게 달려가려는 열망은 인간의 본능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종착점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것을 얻었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했느냐다. 전북특별자치도에게 ‘다 함께(Together)’가 단지 추가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이 모든 선례를 극복하는 열쇠가 되길 바란다.

▲ 전승훈 원광대학교 글로벌 K-컬처 사업단 기획행정실장

·문화통신사협동조합 전략기획실장
·익산시문화도시 지원센터 사무국장
·원광대학교 HK+지역인문학센터 행정실장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 심의위원
·익산시 민간기록물관리위원회 위원
·부안군문화재단 전문위원

'문화 4人4色'은 전북 문화·예술 분야의 네 전문가가 도민에게 문화의 다양한 시각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매주 한 차례씩 기고, 생생한 리뷰, 기획기사 등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본 기고는 본지의 취재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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