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콕스, 돌연 무상감자 실시…'앓던 이' CB 털기 포석?
금융·증권
입력 2025-06-11 14:58:57
수정 2025-06-11 14:58:57
권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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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 어려운 수십억치 CB 골머리 앓던 중
감자 실시해 추가 리픽싱 공간 확보
주가 급락에도 CB 보유자는 차익실현 발판 마련

[서울경제TV=권용희기자] 코스닥 상장사 메디콕스가 최근 돌연 무상 감자를 발표하자, 수십억원 규모의 기발행 전환사채(CB)를 털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감자 소식에 주가는 급락했지만, CB 보유자는 추가 리픽싱(전환가 조정)을 통해 차익 실현의 길이 열리게 되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디콕스는 최근 보통주 15주를 액면주식 1주로 무상병합하는 감자를 예고했다. 회사는 오는 1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관련 안건을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감자 목적으로 결손금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으로 내세웠다. 실제로 메디콕스의 1분기 말 기준 결손금은 989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유동자산은 지난해 말 대비 32억원 가량 늘어났고, 자본금과 자본총계는 각각 414억원, 562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있지 않다.
이에 재무구조 개선보다 CB 처리가 감자의 주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회사는 지난 5월 두차례에 걸쳐 19회차 CB 수억원어치를 만기 전에 사들였고, 향후 재매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CB는 지난 2022년 발행된 것으로, 최초 전환가는 3571원이다. 지난달 말 기준 아직 61억원어치가 남아있는 상태로 전환 청구 기간 종료일은 오는 11월이다.
메디콕스의 주가는 꾸준히 흘러내리며 19회차 CB 최저 조정가인 500원을 현저히 밑돌고 있어 사실상 전환을 통해 차익을 내는 게 불가능한 상황. 하지만 감자가 마무리되면 기준 주가가 조정되면서 전환가 역시 이에 맞춰 변경된다. 기존 액면가에 막혀 변경하지 못했던 리픽싱의 공간이 활짝 열리게 되는 셈.
감자 결정으로 주가가 급락해 개미 투자자들로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지만, 소수의 CB 보유자들로서는 리픽싱을 통한 차익 실현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CB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상환 의무를 떨치게 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CB 리픽싱 한도는 사채권자가 너무 낮은 가격으로 전환해 기존 투자자의 지분 가치가 희석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라며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무상감자 목적이 허위로 밝혀질 경우 추후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허위 공시의 경우 어떤 법률 위반이냐에 따라 과태료, 과징금 등의 제재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메디콕스는 지난달 주가 급락으로 소니드가 주요 주주 자리를 상실했다. 총 1249만여주가 담보권 실행에 의한 반대매매로 청산된 것. 그간 대주주 케이지투자조합과 소니드가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해 왔지만, 반대매매로 한 축이 무너지게 됐다.
메디콕스는 이 밖에도 여러 악재가 겹쳤다. 최근에는 경영진이 회삿돈을 유용해 부동산 시행업체에 투입한 뒤 개인적으로 돌려받고 허위 공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메디콕스 본사와 관련자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실적 부진도 장기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68억원, 29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말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306억원, 214억원에 달한다. 메디콕스는 지난해 배터리셀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공언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메디콕스 관계자는 “CB 매각 대상자는 아직 선정되지 않았다”며 “감자 이후 주가가 떨어지다면 전환가격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yongh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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