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토종 OTT...넷플릭스 독주 속 생존 과제는?

경제·산업 입력 2025-08-23 08:00:04 수정 2025-08-23 08:00:04 오동건 기자 0개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왓챠 회생 절차…토종 OTT 현실 드러내
티빙·웨이브, 외형 성장에도 수년째 적자
규모의 경제·규제 불균형, 구조적 한계 뚜렷
반전 꿈꾸는 쿠팡플레이…스포츠·공연 전략으로 시장 점유 모색


왓챠는 지난 4일 490억 규모의 전환사채 상환에 실패하며 기업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사진=왓챠] 



[서울경제TV=오동건 인턴기자]


"넷플릭스 중심 생태계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 강력한 로컬 OTT를 키우는 것이 먼저입니다"

조영신 미디어산업 평론가의 발언은 현재 국내 토종 OTT 시장이 직면한 위기감을 대변한다. 매출 외형은 커졌지만 티빙·웨이브 등 주요 국내 사업자들은 수년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사업자들의 투자 여력은 연간 수천억원에 그치지만, 글로벌 OTT는 수십조원을 투입하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 심의 의무·망 사용료 등 국내 사업자에게만 부과되는 규제 역시 경쟁력 약화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럼에도 쿠팡플레이의 다각화 전략, 티빙·웨이브의 합병 등 변화의 움직임이 이어진다. 업계는 이들이 넷플릭스의 독주를 저지하고 반등에 성공할지 주목하고 있다.


◇ 왓챠 사례로 본 토종 OTT의 위기

지난 4일, 국내 OTT 기업 왓챠가 법원의 기업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왓챠는 시장 점유율 확보에 실패하며 2021년 발행했던 49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상환하지 못했다. 작년 11월 만기가 도래했지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며 법정 관리 수순을 밟게 됐다.

왓챠는 웹툰, 음악 구독서비스로의 사업확장, LG유플러스와의 M&A 시도 등 여러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2024년 4월 기준, 시장 점유율은 약 1.6%에 그쳤고, 매출은 전년 대비 22% 감소하며 적자는 누적됐다. 

내년 1월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왓챠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인수합병 및 투자 유치 여부에 관심이 쏠리지만, 시장에서는 회생 가능성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우세하다.


티빙·웨이브 등 국내 OTT는 이용자 감소와 시장 정체에 직면하고 있다. [그래픽=오동건 인턴기자]



◇ 매출은 늘었지만 수년째 적자 고착…로컬 OTT의 정체된 현 상황
 
업계에선 왓챠 만이 아닌, 토종 OTT 전반에 어려움이 도래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OTT 대표 주자인 티빙과 웨이브 역시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티빙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며, 웨이브 역시 매출은 정체 속 수익 구조 개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

웨이브 역시 적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다. 연결기준 매출(3313억원)이 소폭(0.7%) 감소했지만, 영업손실(277억원)을 3분의 1수준으로 대폭 축소했다. '약한영웅' 등 오리지널 드라마를 기획하던 자회사 스튜디오웨이브는 청산하고 오리지널 예능을 강화하며 변화를 시도 중이다. 

이용자 지표 역시 부진한 양상을 보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4월 기준 넷플릭스의 월간 활성이용자수(MAU)는 1406만명으로 전달 대비 3만명 감소에 그쳤다. 반면 쿠팡플레이는 682만명(66만명 감소), 티빙은 650만 명(55만명 감소), 웨이브는 403만명(23만명 감소)으로 국내 OTT의 감소폭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 해결해야 할 과제: 규모의 경제 극복과 규제 불균형 해소

업계는 국내 OTT의 가장 큰 약점으로 '규모의 경제 부재'를 지적한다. 디지털 플랫폼 산업은 이용자가 늘수록 제작·마케팅·기술 개발의 효율성이 커지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작동한다. 넷플릭스가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투입할 수 있는 것도 3억명이 넘는 글로벌 가입자 덕분이다.

반면 티빙, 웨이브 가입자는 각각 520만명, 300만명에 불과하다.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도 연간 1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강윤기 KBS PD협회장은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같은 드라마는 제작비만 600억원이 투입됐다”라며 “KBS가 여러 채널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1년 정규 제작비가 1600억원인데, 글로벌 OTT는 그 절반 가까이를 한 작품에 쏟아붓는다. 제작비 격차로 이미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규제 불균형 해소 또한 시급한 과제로 대두된다. 국내 방송사와 OTT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의무적으로 납부 중이지만 글로벌 OTT는 납부 의무가 없다. 또한 넷플릭스, 디즈니+ 등은 콘텐츠에 대한 사전 심의를 받지 않으며 망 사용료도 제대로 부담하지 않는 실정이다. 국내 사업자들이 당연히 부담하는 규제와 비용을 ‘국외 사업자’라는 이유로 면제받고 있는 것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규제를 적용할 때는 시장내 힘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법인세 문제도 반복적으로 제기됐지만 실질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글로벌 기업은 편법을 통해 회피하는 반면 국내 기업만 규제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쿠팡플레이는 지난 15일 스포츠에 특화된 요금제인 스포츠패스를 출시하며 OTT 시장 점유율 확보에 나섰다. [사진=쿠팡플레이]


◇ 2025년 분수령 앞둔 국내 OTT…스포츠·통합 및 숏폼으로 반등 모색

2025년 하반기는 국내 OTT 시장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넷플릭스의 독주 속에서, 토종 OTT들은 스포츠 중계 강화 및 플랫폼 통합을 통해 반등에 나섰다.

쿠팡플레이는 지난 15일 스포츠 패스를 신설해 프리미엄 고객층을 확보하고, 이커머스·광고 사업과 연계해 수익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티빙은 웨이브와의 통합 플랫폼 출범을 앞두고 더블 이용권을 선보이며 지상파·케이블 채널 콘텐츠가 묶인 ‘TV 대체 OTT’를 추진 중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국내 OTT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숏폼 시장을 주목한다. 글로벌 숏폼 시장은 2026년 1350억 달러(약 18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해외에서는 숏폼 커머스 기반 유니콘 기업도 탄생했다. 티빙과 왓챠 등 국내 OTT와 포털까지 세로형 숏폼 서비스를 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오창학 광운대 교수는 '2025 OTT 비즈니스의 변화 및 대응' 간담회에서 "미래 시장은 숏폼으로 갈 수밖에 구조"라며 "제작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저렴한 숏폼 콘텐츠의 장점을 바탕으로 AI 기술 개발을 통해 제작 효율성과 품질 향상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oh19982001@sedaily.com

[ⓒ 서울경제TV(www.sentv.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주요뉴스

오늘의 날씨 

마포구 상암동

강수확률 %

공지사항

더보기 +

이 시각 이후 방송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