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일의 인생한편 | 좀비딸] 좀비, 가족, 그리고 소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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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5-09-26 10:00:04
수정 2025-09-26 10:00:04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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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감성 감독의 영화 <좀비딸>(2025)
1968년 조지 로메로 감독은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라는 작품을 통해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보여준 바 있다. 이 아포칼립스 세계가 기존의 공포 영화와 다른 점은 공포를 일으키는 대상이 심령적 존재가 아니라 물질성을 지닌 시체들이라는 점이다. 이 물질성은 중요한 요소인데, 관객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의 위협이 직접적이고 경험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악마는 개인적이고 현실성이 없는 존재이지만, 나의 일상을 위협하는 구체적인 대상이 불러일으키는 공포는 더 현실적인 정치적 상상력을 작동시킨다. 그래서인지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영화적 전통에서 좀비는 공동체를 위협하는 이질적 존재로서 이민자들이나 소수자들에 대한 환유로 여겨진다. 이런 점에서 좀비를 소재로 하는 영화들의 경우 소수성(Minority)라는 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올해 영화관의 흥행작으로는 <좀비딸>(2025)을 손꼽을 수 있다. 이 영화는 원작 웹툰을 영화화한 사례에 속하는 작품으로, ‘좀비 + 딸’이라는 타이틀에서부터 기존 좀비 영화들에 대한 이 작품의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만약 공동체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 여겨지는 대상이 바로 내 가족이라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좀비딸>이 보여주는 상상력의 흥미로운 점은 기존 좀비 영화들이 보여주는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맥락을 비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좀비라는 대상이 지닌 소수성을 단순히 배제의 대상이 아니라, 나와 연루된 것일 때 당신은 그 공동체적 배제에 동의할 수 있냐고 관객에게 묻는다.
이 때문에 영화가 좀비딸을 둔 아버지 정환의 입장에서 가족드라마로 풀어낸 것은 굉장히 전략적인 설정이다. 좀비라는 대상을 나와 가족을 위협하는 외부적 대상이 아니라 나와 분리할 수 없는 내부적 대상으로 그 위치를 뒤집어 놓기 때문이다.
반면 음봉리에 침입한 군인들의 총부리는 소수성을 오염된 것으로 규정하고 끝까지 추적해 제거하려는 상징계적 현실성을 의미한다. 현실의 논리는 상상적인 세계가 실체화되는 것을 거부한다.
이처럼 영화 <좀비딸>은 전통적인 좀비 영화의 맥락을 뒤집으며 흥미로운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놀이동산 씬 이후 급격히 서사적 밀도를 잃고 하강한다. 군인들의 총부리 앞에서 딸을 지키려는 아버지 정환의 희생으로 서서히 좀비딸은 인간성을 회복하고, 좀비 바이러스는 결국 치유되며 모든 서사적 갈등은 봉합된다.
이로써 영화는 관객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지 않고, 쉬운 방식으로 대중의 기대에 응답하며 끝맺는다.
▲심우일 선문대학교 K-언어문화기업학과 강사
·선문대학교 문학이후연구소 전임연구원
·롤링스톤 코리아 영화 부문 편집위원 활동
·전주국제단편영화제 프로그래머 역임
·TBN 전북교통방송 프로그램 ‘차차차’ 라디오 방송 활동
·웹진 <문화 다> 편집위원 역임
·제3회 유럽단편영화제 섹션 ‘삶을 꿈꾸다 (DERAMERS)' 책임 강연
·계간지 <한국희곡> 편집위원 역임
-연극인 인터뷰 <최치언, 정범철, 김광탁 작가> 및 연극 평론
‘인생한편’은 영화평론가 심우일이 매주 한 편의 영화 속에서 삶의 질문과 여운을 찾아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본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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