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는 어떻게 키워"…민주노총 새벽배송 금지에 '대혼란' 우려

경제·산업 입력 2025-10-29 08:48:51 수정 2025-10-29 08:48:51 김민영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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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금지하자” 민주노총 제안에 택배·유통업계 긴장
소비자 10명 중 9명 만족…“국민 불편·기사 반발 불가피”
전문가 “사회적 합의 없는 규제, 산업 전반에 혼란 초래”

배달라이더가 배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경제TV=김민영 인턴기자]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배송기사의 근로조건 개선을 논의하는 범정부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새벽배송을 금지하자는 취지의 개선안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노총이 새벽배송을 제한하자는 의견을 공식석상에서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과 컬리 등 주요 새벽배송 업체 소비자들 규모만 2000만 명 이상 추정된다.

민주노총 방안대로 올 연말까지 확정되면 내년부터 새벽배송이 차단되면서 ‘대국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범정부 대화기구에서 '새벽배송 제한' 이르면 연말까지 결론
지난 27일 택배업계 및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지난 22일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심야·휴일 배송 택배기사 과로 문제 해결을 위한 택배 사회적대화기구’에서 이 같은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회의에는 신선식품 등 새벽배송을 하는 쿠팡과 컬리를 비롯, 쓱닷컴·네이버 등 새벽배송을 담당하는 CJ대한통운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한국노총과 정부측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날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야간배송 근절을 위해 심야시간(00시~05시) 배송을 제한하고, 오전 5시 출근조·오후 3시 출근조 2개조로 주간연속 2개조로 편성해 운영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변경에 따른 택배노동자들의 수입감소에 대한 보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전 7시까지 소비자들에 배송되는 신선식품이나 생필품은 0시~5시에 일하는 택배기사들이 배송한다. 그러나 이를 원천 차단하고 오전과 오후에 배송하는 주간배송직만 남기자는 것이다.

강도높은 방안이 나오자 한국노총측은 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실적으로 야간배송을 금지하는 것은 택배기사 일자리 상실, 수입감소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이들의 건강권을 확보하자는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사회적 대화기구는 민주노총과 민주당 주도의 협의체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과거 민주노총이 주도해 주요 택배사를 대상으로 하루 작업시간이나 주당 업무시간 등을 정해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쳐왔다.

앞서 정치권과 택배업계는 지난 2021년 사회적 합의기구를 열어 1월과 6월 두차례에 거쳐 사회적 합의문을 도출했다. 일 작업시간(12시간 이내), 주당 업무시간(60시간 이내), 택배비(170원 인상 등) 등이었다.

노조는 그동안 ‘연속적 야간 배송 규제 ‘다회전 배송 폐지’ ‘휴식권 보장’ 등을 요구해왔는데, 새벽배송을 아예 없애자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택배사의 사회적 대화기구는 그동안 민주노총 택배노조이 제기한 문제점에서 출발됐고, 결론도 이들 단체의 의견이 비중있게 반영돼 왔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에 따르면 이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배송기사 근로여건 개선 대책이 연말까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측 방안대로 개선안이 추진되면 내년부터 새벽배송이 제한되거나 사라져 대국민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10명 중 9명, 새벽배송 만족하는데 민주노총 일방적 금지 주장"
상황이 이러다 보니 택배업계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이 정작 새벽배송의 가장 큰 이용자인 국민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소수의 택배기사 권익 향상에 국민을 볼모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의 택배노조 쿠팡 지회를 비롯한 노조 가입 새벽배송 기사들은 수백여 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면 공정위 등에 따르면 쿠팡에서 신선식품 새벽배송 이용하는 소비자는 쿠팡 와우 회원(약 1500만 명)에 이른다. 컬리 이용자는 월 300만명, 유료멤버십 가입자는 약 140만명이다. 쿠팡, 컬리를 제외한 쓱닷컴·오아시스·네이버 등을 합친 새벽배송 이용자는 2000만 명이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녀를 둔 워킹맘과 2~4인 가구들은 새벽배송을 이용해 기저귀나 생필품, 급한 학교 준비물 등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고 영세 자영업자들도 새벽배송으로 식재료를 공수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프라인 유통망이 부족한 도서산간지역도 새벽배송을 원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비자 1000명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새벽배송 서비스가 없는 지역 소비자의 84%가 “새벽배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편리한 장보기(44.3%), 또 긴급한 경우 사용할 수 있어서(34%) 등이 주된 이유였다. 이용 경험자의 10명 중 9명(91.8%)은 새벽배송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응답자의 99%는 향후에도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2024 소비자시장평가지표’에 따르면 새벽배송은 40개 생활 서비스 중 총점 71.8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가격의 공정성, 신뢰성, 선택가능성 등 주요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새벽배송이 일상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핵심 ‘인프라’로 거듭나고 있다는 뜻이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소비자들의 새벽배송 선호도가 뚜렷한 상황에서 인위적인 규제가 소비자 반발을 넘어 택배기사들의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한다.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야간배송 기사의 90.3%는 “야간배송을 선호한다”고 대답했다.

이유는 ‘교통 혼잡이 적다(36.7%)’, ‘주간배송보다 수입이 더 좋아서(32.9%)’, ‘낮시간에 개인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20.7%)’였다. 또 야간배송을 할 수 없는 경우 '주간 일자리를 찾아보겠다'는 답변은 25.6%에 불과한 반면, '다른 야간 일자리를 찾겠다'고 밝힌 응답자는 56.8%에 달했다.

또한, 새벽배송을 위한 신선물류센터 등의 필요성도 사라지고 관련 일자리도 대폭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택배기사들은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야간 배송에 대한 장점을 살리면서도 건강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기대하고 있다”며 “야간 배송 시간 규제는 일자리 상실과 수입 감소 등 부작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워킹맘, 맞벌이 부부 등 일반 국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elissa688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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