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려아연 ‘공급망 파트너’ 선정…독보적 기술력 뭐길래
경제·산업
입력 2025-12-16 16:59:08
수정 2025-12-16 16:59:08
정창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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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금속부터 다품종 전략광물 회수 기술력 ‘독보적’
다품종 생산에 최적화된 통합 제련소 매력 부각
통합공정 통한 친환경 제련 방식 미국에 적합 평가
[서울경제TV=정창신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파트너로 한국의 고려아연을 지목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 세계 수많은 제련소 가운데 고려아연에 손은 내민 이유는 이 기업이 기초금속 뿐만 아니라 다품종의 전략광물을 회수해내는 독보적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원 안보’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겨지는 가운데 단일금속 중심 제련소보다는 다품종을 생산하는 제련소가 공급망의 취약성을 해소하는 데 적격이었다는 분석이다.
고려아연은 50년 넘게 기술력을 끌어올려 다른 제련소와는 다르게 아연과 연, 구리 등 기초금속은 물론 은과 금 등 귀금속,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스 등 전략광물 다수를 생산한다. 여기에 더해 게르마늄과 갈륨 생산 시설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전략광물 확보는 이제 특정 금속 하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배터리·방위산업 등에서 사용되는 게르마늄, 인듐, 비스무스, 은 등을 전반적으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최근 핵심광물 목록에 10종의 광물을 추가하는 등 전략 자원 목록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처럼 희소금속을 중국 등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온 국가 입장에서는 다양한 광물에 대한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다품종의 전략광물 회수가 가능한 고려아연의 생산구조가 미국의 공급망 전략과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고려아연의 경쟁력은 바로 부산물 회수 기술에서 비롯된다. 대부분의 제련소들은 아연이나 구리처럼 한두 종류의 금속을 중심으로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에서 다시 희소 금속을 뽑아내 상업적 규모로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설비 투자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50년 넘게 축적된 기술과 높은 품질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국제 희소금속 시장에서 고려아연이 ‘대체 불가능한 기업’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려아연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 출발했다. 미국은 광산 자원은 풍부하지만 정작 제련·정제 기술은 중국 등 외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특히 희소금속의 경우 제련·가공 과정 대부분을 중국이 장악해 광물을 캐도 미국 내에서 활용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원한 것은 해외에서 들여오는 완제품이 아니라 미국 땅에서 직접 전략광물을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이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기업은 극히 제한적이었고, 결국 고려아연이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이 뿐만 아니라 고려아연은 부산물 회수 기술 등으로 친환경 제련소를 실현했다는 점도 미국이 주목한 이유로 꼽힌다. 미국의 강도 높은 환경 규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지속적인 공정 개선 노력으로 통합공정을 도입, 원료에서 목적금속 회수 후 남은 잔재에서도 유가금속을 회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재를 ‘청정슬래그’ 형태로까지 전환해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이 기술은 전 세계 제련소들의 난제를 해결하며 고려아연을 ‘친환경 제련소의 모델’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한국 정부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중국이 최근 전략광물의 수출 규제를 잇달아 시행하면서 한국의 공급망 안정성 역시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 간 외교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실제 생산역량을 가진 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많다. 국내에서 다품종 전략광물을 상업적으로 안정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고려아연이 사실상 유일한 만큼, 한국 정부의 공급망 대응 논의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다.
전략광물 공급망 경쟁은 이미 본격적인 ‘경제 안보 전쟁’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하며 시장을 압박하고, 미국·유럽·일본 등이 동맹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기술력 중심의 기업들은 국가 단위 공급망의 실질적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축이 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미국의 공급망 전략을 구체화시키는 파트너이자, 한국의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적인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csj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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