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러브콜 이어지는 에이치엘비, 지난해 10월 ‘숏커버링’ 재현 조짐
[서울경제TV=배요한기자] 6개월 한시적 공매도 금지 정책이 시행된 지 3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외국인 공매도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는 개미들의 원성으로 가득했던 코스닥 시장 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의 매매동향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443.76포인트까지 하락했던 코스닥 지수는 31일 569.07포인트까지 상승, 저점대비 28.2% 상승했다. 이 기간 동안 코스닥 지수의 상승세를 견인한 종목은 씨젠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 19 테마주와 바이오 대장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들 수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 기간 동안 6만6,500원에서 8만9,700원까지 34.9% 상승했고 31일에는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3일 금융투자업계는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 상승을 정부의 ‘공매도금지’ 정책과 개인 투자자들의 ‘동학개미운동’이 맞물리면서 부담을 느낀 공매도 투자자들의 숏커버링(포지션 청산)을 주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공매도 금지정책 시행일인 지난달 16일부터 31일까지 셀트리온헬스케어를 174만주 가량을 순매수했는데, 이 기간 동안 공매도 잔고수량은 76만주 가량 줄었다. 공매도 포지션 청산이 본격적으로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이 가운데 코스닥 시가총액 2위인 에이치엘비의 최근 주가 회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4일 연속 이어진 35만여주의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나흘 연속 주가가 상승해 전날(2일) 9만6,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일에는 외국인과 기관의 13만여주의 순매수에 힘입어 한달여 만에 장중 한때 10만원을 넘기도 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2일에도 20만주 이상의 순매수를 이어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에이치엘비에 대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처럼 공매도포지션 청산이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공매도 금지정책 시행일인 지난달 16일 에이치엘비의 공매잔고 수량은 529만5,520주, 잔고금액은 4,485억원에 달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공매도 잔고금액 2,836억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금액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시총규모를 감안하면, 공매도 잔고 금액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공매도 잔액 규모가 과도한 상태에서 6개월 공매도 금지라는 조치에 맞닥뜨린 공매도 투자자들로서는 주가 상승 시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있다. 또 대차주식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숏커버는 불가피한데다 언제부터 시작될 것인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실제 최근 홍콩에서 에이치엘비 주식의 대차 금리는 25%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향후 5개월간 감당하기 쉽지 않은 금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이번 주부터 에이치엘비 공매도 청산이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외국인 매수세와 주가 상승이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일인 16일부터 31일까지 에이치엘비 공매도 잔고 감소 주식수는 25만 4,714주로 확인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여전히 공매도 잔고가 500여만주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들 경우 지난해 10월과 같은 숏커버링으로 인한 급등세가 나올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작년 10월 에이치엘비는 개발 중인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 임상결과가 유럽종양암학회(ESMO) 최우수논문에 선정되며, 글로벌 항암제 출시 기대감과 함께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 10월 4일 8만6,000원이었던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7일부터 22일까지 11거래일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이 111만5,058주의 주식을 순매수해 주가가 18만800원까지 110% 상승했던 이른바 ‘숏스퀴즈’ 양상을 보인 바 있다. 이 기간 동안 공매도 잔고는 576만1,442주에서 485만5,089주로 90만 6,353주가 줄었다.
‘숏스퀴즈’란 공매포지션 청산 주문이 앞다투어 발생해 주식이 일시 품절되는 현상으로 주가에는 급등 요인이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에이치엘비와 같은 신약개발 바이오주들의 공매도 잔고 비율은 높은 편인데, 회사사업의 극적인 변화나 공매도 금지정책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정책의 변화가 일어나면 대규모 숏펀드를 운용하는 외국인 공매도투자자들은 일시에 대거 포지션 청산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에이치엘비에 아직 미청산 공매잔고가 많고 공매도 금지정책은 5개월 이상 남았기 때문에 고이율의 대차이자와 주가 상승의 불확실성을 회피하고자 하는 포지션 청산이 급격하게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b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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