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부동산] 공공재개발 잡음…"노후도 기준 통일해라"
[앵커]
다음 달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 발표를 앞두고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노후도
기준이 미달됐다고 서울시에서 신청서를 되돌려 보낸 구역만 해도 벌써 서른 곳이 넘어섰는데요.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도저히 통과하기 어려운 기준으로 노후도를 책정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인지 부동산부 지혜진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일단 공공재개발 후보지에서
탈락한 곳들 이야길 들어보죠.
공공재개발은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정부 기조가 담긴 정책이잖아요. 공공재건축과 달리 공공재개발은 시장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 신청지가 70곳에 달하기도 했고요.
근데 후보지 선정을 코앞에
두고 절반 이상이 탈락한 상황이라고요.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70곳의 사업예정지가 공공재개발에 신청했는데요. 지난달이죠. 흑석2구역, 봉천1구역 등 8곳이 1차 후보지로 선정됐습니다. 70곳 중에서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있는 14곳 중에서 선정한 결관데요.
그리고 다음달이죠. 3월에는 남은 신청지 중에서 후보지를 선정하기로 돼 있습니다.
56곳이 남은 셈인데요.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긴
하지만, 56곳 중에서 우선 서울시가 도시재생 사업을 했던 곳은 탈락했습니다. 여기까진 잘 알려진 사실인데요.
그런데 이번엔 노후도 자격 미달로 신청지들이 무더기로 탈락 했습니다. 이에 서울시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은평구는 공공재개발에 신청한 8개 구역 모두 노후도 요건이 미달돼 탈락했고요. 최근엔 성북구에서도
성북5구역 등 4개 구역의 신청서가 반려됐습니다. 이외에도 양천구, 용산구, 중랑구에서
노후도 기준을 채우지 못한 구역이 나왔습니다. 현재 56곳
중에서 남아있는 곳은 20여곳에 불과합니다.
[앵커]
지혜진 기자가 직접 성북5구역을 다녀왔잖아요. 직접 가서 본 현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성북5구역 역시 최종적으로 노후도 요건이 안 갖춰져서 탈락했다고 알려졌는데요. 제가 실제로 둘러보니 지은 지 30년이 넘은 낡은 주택들이 구릉지에 밀집해 있었습니다. 마침 전날 눈이 내려서 언덕 곳곳엔 얼음이 얼어 있었는데요. 구청에서 갖춰 놨어야 할 염화칼슘도 채워져 있지 않았고요. 소방차가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길이 너무 좁아서 쓰레기도 환경미화원들이 일일이 수레를 끌고 다니면서 수거하고 있었습니다.
주민들 이야길 들어보니 겨울이면 해당 구역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은 바깥에 나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만 어르신 두 분이 눈길에 미끄러져 고관절 골절로 돌아가셨다고 하는데요.
이뿐만 아니라 휠체어가 지나다니기도 어려울 만큼 골목의 폭도 좁았습니다. 골목 벽 곳곳은 임시 방편으로 허물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지대를 쌓아 두기도 했고요.
한 주민은 “재개발을 기다리기도 지쳐 집을 고쳐서 살려고 했는데, 집까지 차가
진입하지 못하고 주차 공간도 확보하기 어려워 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기도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이곳 소유주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전컨설팅 당시 노후도 84%를 받았고, 실제로도 주거환경이 열악한데 노후도 미달은 말이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곳은 성북3구역으로 불렸는데요. 지난 2017년 서울시의 직권해제로 성북3구역의 재개발이 취소된 뒤 서울시와 행정소송을 벌였습니다. 1심에선 조합이 이겼지만 2심, 3심에서 패소하면서 올해 공공재개발로 전환해 사업을 진행한 겁니다.
그러다 보니 역설적으로
신축빌라 업자가 많이 들어오지 못한 곳이기도 합니다. 서울시와의 갈등도 변수로 작용해 언제 다시 재개발이
추진될지 몰랐기 때문인데요. 공공재개발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이들 지역에서 2017년 이후 지어진 신축 빌라는 단 1채에 불과합니다.
[앵커]
방금 말씀하신 것에 따르면
성북5구역의 노후도가 84%라는 건데요. 84%면 공공재개발 공모 기준을 충분히 통과하는 수준인 거 같은데, 떨어졌다고요.
[기자]
3월에 발표되는 후보지의 노후도를 산정하는 기준이 2015년부터 도입된 '2025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이어선데요. 이때 주거정비지수라는 게 도입되면서 원래는 건축물 노후도만 평가하던 게 연면적 노후도까지 포함됐습니다. 성북5구역 같은 경우는 옛 성북3구역일 때는 건물 노후도만 평가받아 통과했지만, 이번엔 연면적 노후도에서 발목을 잡힌 겁니다.
이 기준은 성북5구역에만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실제로 해당 기본계획이 도입된 2015년 이후 6년간 서울시에서 재개발 정비사업 구역으로 새로 지정된 곳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주거정비지수를 충족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건데요.
대지면적 1만제곱미터 이상, 건물 노후도 3분의 2 이상, 연면적 노후도 3분의 2 이상, 주민동의율 소유자의
60% 이상, 토지면적의 50% 이상 등입니다. 이렇게 1단계를 통과해도 2단계
기준점수인 70점을 충족하는지 여부도 가려냅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통과하기도 어려운 겁니다.
[앵커]
기준이 까다로워져서 심사를
하는 데도 오래 걸리고, 통과하기도 쉽지 않다는 거군요. 그런데
정부가 공공재개발로 약속한 물량이 있잖아요. 4만 가구를 공급해야 할 텐데요. 이래서 목표 물량 달성할 수 있을까요.
[기자]
사실 2차 공공재개발 후보지가 정부가 약속한 4만 가구를 충족할 수 있을지를 결정지을 전망입니다. 지난달 발표된 1차 후보지들은 소규모가 많아 8곳을 합쳐 4,700가구가 예상됩니다. 4만 가구에서 10%를 조금 넘는 수준인데요.
3월에 발표되는 신규·해제지역에는 면적이 큰 사업지들이 몰려 있습니다(△성북구 성북1구역(12만7,899㎡) △마포구 아현1구역(10만5,609㎡) △성북구 장위9구역(8만5,878㎡) △용산구 한남1구역(7만㎡) 등). 그러나 여기에서도 기존의 소유자 수를 제외할 경우 순수하게 증가하는 가구 수가 4만 가구가 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남은 구역들이 주거정비지수를 맞출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합니다. /heyjin@sedaily.com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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