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말고 올리브영”…상권의 ‘앵커’가 바뀌고 있다

금융·증권 입력 2025-10-18 08:00:07 수정 2025-10-18 08:00:07 강지영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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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공간' 스벅, 이제는 '스쳐가는 공간'으로
"체험하고 구매한다"…올리브영의 힘
공간도 유연, 매출도 탄탄…올리브영 상권 장악력

서울 강남구 중심가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경제TV=강지영 인턴기자] 대형 상권에서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는 단순한 점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유동 인구를 끌어모으는 핵심 점포로 상권의 성패를 좌우하며, 브랜드에 따라 유입 흐름과 주변 점포 구성까지 달라진다. 과거에는 백화점 내 서점·영화관·대형마트가 대표적이었고, 2010년대에는 스타벅스를 비롯한 글로벌 카페 브랜드가 중심에 섰다. 카페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회의·공부·만남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주변 상권으로 유동 인구가 확산됐고, 상가주 입장에서도 스타벅스는 안정적인 임차인에 ‘브랜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상징적 점포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상권의 얼굴’이던 스타벅스 대신 올리브영이 새로운 앵커 테넌트로 부상하며 명동·강남·홍대 등 대도시는 물론, 지방 핵심 상권에서도 대형 올리브영 매장이 중심에 자리 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 스타벅스, ‘머무는 공간’에서 ‘스쳐가는 공간’으로
한때 스타벅스가 앵커 테넌트로 약진할 수 있었던 것은 카페가 ‘머무는 공간’으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직전까지, 국내 대도시 상권에서 카페는 단순한 음료 판매처를 넘어 시간을 보내는 공간, 즉 ‘제3의 공간(Third Place)’ 역할을 했다. 소비자들은 이곳에서 공부를 하거나 회의를 하고, 지인을 만나며 수 시간 머물렀다. 스타벅스는 특유의 브랜드 이미지와 공간 구성으로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이끌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이러한 구조가 급격히 흔들렸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의 확산, 배달·테이크아웃 문화의 정착은 카페의 기능을 ‘머무는 곳’에서 ‘들르는 곳’으로 바꿔 놓았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매장을 찾더라도, 예전처럼 오래 머무르지 않고 빠르게 음료를 구매해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한 스타벅스는 매장 포맷이 일정하고, 브랜드 이미지 유지를 위해 출점 입지에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그 결과 신규 상권보다는 이미 검증된 번화가 위주로 출점이 이뤄지며, 상권을 ‘만드는’ 역할보다는 ‘따라가는’ 경향이 강해졌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가 들어오면 상권이 살아난다는 말은 과거 이야기”라며 “지금은 오히려 상권이 충분히 형성된 곳에만 스타벅스가 들어오는 패턴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올리브영에서 쇼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1]


▲ 올리브영, MZ세대의 ‘목적 소비지’로
그 사이 올리브영은 단순한 드러그스토어를 넘어 MZ세대의 ‘목적 소비지’로 진화했다. 제품 테스트 존, 퍼스널 컬러 진단 부스, 브랜드 팝업존 등 체험 공간을 마련해 신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구매할 수 있는 즉시성과 체험성을 강화했다. 소비자들은 약속 전 일부러 들르거나, SNS에서 본 제품을 확인하러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유동 인구를 자연스럽게 끌어오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지난달 24일 데이터 테크 기업 빅밸류의 분석 결과, 올리브영이 위치한 블록의 편의점과 음식점 매출이 인근 스타벅스 상권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예컨대 올리브영 봉천역점과 같은 블록에 있는 GS25의 연 매출액은 8억 원대였지만, 맞은편 스타벅스 상권에 위치한 CU는 1억 원대에 그쳤다. 이는 올리브영이 단순히 ‘지나가는 길에 들르는 매장’을 넘어 주변 상권 전체를 견인하는 핵심 점포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압도적 '매출 밀도·브랜드 확장성'
올리브영은 점포당 매출 밀도에서 스타벅스를 능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20~30대 여성 고객층의 높은 충성도가 안정적인 매출 흐름의 핵심 동력이다. 이들은 K-뷰티 트렌드와 SNS 소비문화에 민감하며, 스킨케어·메이크업·헬스케어 등 카테고리를 정기적으로 반복 구매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또한 신제품 테스트존과 한정 팝업, 컬래버 굿즈 등 ‘경험 기반 마케팅’이 이들의 방문 빈도를 높이고, SNS 확산을 통해 신규 고객 유입까지 이어진다. 

브랜드 확장성도 강점이다. 스타벅스는 일정 규모와 인테리어 기준이 엄격하지만, 올리브영은 플래그십부터 소형 근린상권 매장까지 다양한 포맷으로 입지를 유연하게 조정한다. 이로 인해 부동산 소유주 입장에서는 공실 리스크가 낮고, 임대 수익 극대화가 가능하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 청담상권의 1㎡당 평균 임대료는 7만2000원인 데 비해, 올리브영 청담역점은 10만5000원으로 45%가량 높게 형성돼 있었다. 이는 올리브영이 입점한 건물이 ‘상권 프리미엄’을 끌어올리는 앵커(Anchor)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올리브영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쇼핑을 즐기는 모습. [사진=뉴스1]


단순 브랜드 교체 아닌 '상권 구조의 전환'
부동산·유통 업계에서는 이번 변화를 단순한 브랜드 교체가 아닌 상권 구조의 전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올리브영은 단순 화장품 판매점이 아닌 ‘체험형 매장’으로 진화하며 상권의 소비 동선을 바꾸고 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체험 매장 ‘올리브영N 성수점’에서 피부 진단·메이크업 테스트 등의 체험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의 구매 전환율은 78%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스타벅스가 상권의 ‘머무는 공간’을 만들었다면, 올리브영은 체험과 소비를 결합해 상권의 ‘소비 동선’을 재편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올리브영 커뮤니케이션팀 담당자는 "올리브영은 2000개 이상의 브랜드가 입점한 K뷰티 대표 플랫폼으로서, 최근에는 방한 외국인 10명 중 8명이 찾는 'K뷰티 랜드마크'로 부상했다”며 “수도권은 물론 비수도권에도 뷰티 체험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지역 특색을 살린 매장을 열면서 지역상권 활성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매장을 출점하고 있다"고 전했다. /ji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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